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입술 침 묻히잖은 사탕발림 본문
숲 속 오솔길을 걷다가 문득 떠올랐던...
그때 그녀가 했었던 말
"왜 당신은 허풍도 안 치느냐?"
뜬금없이 휙 내던져진 그 말에 나는 미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지만
번개처럼 머리 속에 떠오르던 것은 내 아버지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그...
극도로 싫어하는 사내답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들 가운데 하나인 허풍,
말로만 하는 큰소리...
취중망언?
취중진담?
술 마시고 했던 말은 주어 담아도 된다던가?
때로는 허풍이라도 쳐서 여자를 기쁘게 해 줄수도 있어야 한다고...
하긴 거짓말에도 나쁜 거짓말과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게 있다지...
내가 세상살이 서툴다는 핀잔을 받았던 또 하나의 이유에 때로는 이라는 거...
그것을 제대로 못하는 지독한 고집불통이라던데
아직도 나는...
아마도 죽을 때 까지도 그게 잘 안 될 것 같은 게 안 하던 짓을 하면 서투르고 더 어색할 것인데...
사실 아닌...
뻔히 아닐 수 밖에 없을 것을 그냥 순간의 달콤함이라도 느껴 볼 수 있게 허풍을 친다...
과연 그랬으면 달콤함 뒤에 아무런 지랄이 없게 됐을까...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면 된다 라는 지독히 긍정적이고 느긋한 사람일지라도 스스로 책임 지지 못할 말을 한다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 말은 "여자를 그렇게도 몰라요?" 라고 했던 어느날에 내게 던져진 그녀의 또 다른 무지막지한 말과도 일맥상통 했었던 것 같다...
되잖게 거짓말 하려거든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하라는 말이 있잖은가?
어느날엔가 하는 짓이 착했던 사람에게 참 예쁘다 그랬다가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그런 말 하라는 소릴 들었었는데
내숭이라는 게 여자들의 전유물이라고는 하지만 그녀도 내심 좋아는 했을까?
사실 나는 입술에 침 바르고 말을 하지도 않았고 입술이 틀까봐 침 바르는 것 싫어하거든...
그냥 아무런 의미 없이도 사심 없이도 한마디 건넬 수도 있잖은가,
참 곱다, 예쁘다, 눈 부시다... 뭐, 그런 저런 미사여구까지야 될까만 예쁘다고 말 해주고 싶어도 참아버릴 때가 있는데
혹시나 사탕발림에 능한 사람이란 소릴 들을까봐 지레 입 닫는 게 더 낫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남자들의 문제는
입이 무거운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있고
말을 잘 해 주는 남자들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있다는 것인데...
하긴 적재적소에 때를 잘 맞춰 듣기에 좋은 해서 좋아할 말만 골라서 잘 하기만 한다면야 좋을테지...
나도 그렇다.
남자는 여자가 만든대나 뭐래나,
여자가 하기 나름이라고도 하던데...
입이 아주 무거운 듬직한 남자이면서 나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 그녀가 가끔 듣고 싶어하는 말을 곧잘 해 주는 그런 멋진 남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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