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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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그런 날 저런 일

까미l노 2015. 3. 29. 08:50

모산청우(慕山請雨)

 

 

사모하는 산에 들어 비를 청한다.

아침 출근하면 숲 속으로 들어가 두루 살펴보고 산책을 한다.

 

간밤에 새들은 잘 잤을까?

멧돼지들은 또 얼마나 나무 아래를 파해쳐놨는지 쓰러져버린 안타까운 나무는 생기지 않았는지...

아침에 산책을 하면서 생각한다.

 

멀리 떠난 사람도 생각하고 

곁인 듯 느껴지는 사람도 생각하고

나를 미워할만한 사람 없을까도  생각해 보고

그러다 보면 오늘 하루 나는 행복해질런지 심드렁해질런지 점쳐 지기도 한다...

 

 

숲 속 벤치에 앉아 아는 사람들과 글 한줄 주고 받는다.

작은 휴대폰 화면 들여다 볼려고 찡그렸더니 눈이 아프다...

 

글자는 오타 투성이다.

요즘엔 휴대폰 자판의 ㅁ 과 그 옆의 ㄴ을 두툼해진(?)손가락으로 두드릴려니 자꾸 바뀌어 전송이 된다.

휴대폰 소프트웨어 개발한다더니 그냥 화면에다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면 내가 원하는 글씨체로 문자가 전송되는 건 없을까?

 

 

한라산 숲을 마구 점령해가는 조릿대

내가 무슨 식물학자는 아니고 생태계 변화하는 그대로의 모습인 자연에 인간의 인위적인 간섭이

결코 옳지 않다는 생각이지만 이 점령군들 같은 조릿대가 머잖은 미래에 숲을 점령해버리면 어떤 모습이 될까?

 

조릿대 새순이 올라오는 것으로 차를 만들기 시작하던데

새순을 위로 잡아 당기면 뽀옥 하고 빠져 나오는 게 재밌다.

이렇게라도 해서 무자비한 번식을 좀 말리기라도 해야할까 시푸다...

 

아침 일찍 이 녀석들을 보노라면 잠 자다가 깼는지 꽃잎들이 닫히거나 시무룩하게 고개들을 숙이고 있는데

해가 나오면서 햇빛을 쪼이기 시작하면 금새 꽃잎을 활짝 열어젖혀 화사하게 웃고 있다.

 

그래봐야 눈을 씻고 겨우 보일 작은 키로 살아가는 꽃일 뿐이다만...

이름 누가 지었니?

'개불알' 이라고...

 

아는가?

먹거리 풍부해진 요즘에사 누가 알기나 하고 먹을 생각이나 하랴만,

봄철 새순이 나올 때 나물 해먹기도 한다던데..

 

근데 좀 사납기는 하겠다.

개불알 나물이라고 하면...

 

아침마다 확인해보면 사방을 멧돼지들이 파해쳐 놓은 흔적이 보인다.

새로 나오는 여린 나무뿌리와 새순을 파 먹고 낙엽이나 흙무더기 아래 숨은 애벌레를 찾는 것이다. 

 

 

 

새벽에 깬 아침형 인간이라서였던가,

아니면 그때 까지도 잠 못 들고 있었던 것인가...

 

오늘은 아무짓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돌아다 보지도 말고

앞을 내다 볼려고도 말고

그냥 잡다한 생각이나 하면서 왼종일 음악이나 들으며 지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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