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빠람도 몬 나는 이 봄에 본문
지금 이맘 때 쯤...
해마다 봄빠람 나고 싶어질 무렵이면 섬진강이 그리워진다.
쏘가리의 국화꽃 무늬 나신이 떠오르고 도화와 매화의 환영으로 밤 새 뒤척이다
꽃잎 하나 둘 강물에 떠내려 가면 천리길 달려 달빛 아래 이화를 보러가야 하지 않나...
뒷집 순례가 어른이 되고난 후 나랑 골목에서 마주칠 때 보여주던 발그레해진 그 볼테기 색깔이 저랬는데...
저런 한복 치마저고리 입으면 참 예뿔 것 같다...
봄빠람조차 나지 못히는 사람은 꽃비빔밥에다 나뭇잎 나물 조물거려 화전 부치고 꽃잎 튀김이나 먹자,
더 피지 말고 딱 그 모습으로 그냥 멈추면 안 되겠니?
꽃 너만이라도 청춘 그 모습으로 영원히 살아갔으면 시푸다...
이화는(배꽃) 언제나 곱고 단아한 여성의 하얀 속옷같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
곱고 단아한 여성의 속옷을 언제 보기나 했었냐만...
한복 치마 아래 살짝 내보여지는 버선코가 생각나기도 한다.
작년 이맘 때 초피랑 솔아지가 사이 좋게 말채나무 옹이 구멍에다 둥지를 틀었다.
흙 한주먹 비 한 방울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솔아지는 이제 두살이 되었는데도 팔도 채 뻗어내지 못하고 여즉 어린아이처럼 연약한 모습이다.
이녀석에게도 몇년이 지나면 이 자리에서 솔방울이 달릴까?
초피녀석은 제법 키까지 자라서 나무같은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데...
전시회도 시들해져버렸고 손도 아프고 하나 둘 다른 사람들 손으로 떠나고...
잊혀지고
잃어버리고
떠나가고
강물에 풀린 잉크 한 방울처럼 흘러가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