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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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생존하고 늙어가고

까미l노 2015. 3. 23. 15:37

 

오뎅탕을 끓일려고 남새밭에 가서 무우를 잡아챘는데

쑤욱 할거라고 힘을 주어 잡아 당겼는데 어라? 쏙 하듯 빠진다.

 

이건 뭐 씨앗이 안 좋았던 것이라 이런건가 아니면 싱싱할 때 뽑지 않고 방치를 해서 무우가 늙어 쪼그라진건가?

시래기로 불리기도 하는 무우청은 무 꽁지 부분에 남은 몇가닥만 먹을 수 있을 것 같고

하늘 높은줄 모르고 키만 자라 하얀 꽃을 피어 무우는 작달만한 키에 오뚜기 모양으로 생겼다.

 

육지에서나 여태 다른 밭에서 나던 무우는 제때 캐내지 않아 밭 째 갈아 엎을 지경이 되어도 꽃이 피는 건 못 봤는데

제주도의 무우는 오래 두면 어김 없이 하얀 꽃과 연한 자색 꽃을 피운다.

 

이 녀석들이 밭을 뛰쳐나가 길가 논둑이며 들판 어디에서든 무우꽃을 피워대기도 하는데 그런 녀석들의 뿌리에 무우는 달리지 않았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햇빛을 받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으니 내 키보다 위에서 자라

해를 가리는 다른 놈들 때문에 아예 드러누워 땅바닥으로 기어 나간다.

 

아무리 척박한 곳에서라도 햇빛만 볼 수 있다면 살아남는 소나무

아예 아스팔트 안 쪽으로 드러누워 햇볕을 받을려고 발버둥 치는 소나무의 생존이다.

 

나도 더러 그랬을테다만 인간들이라면 에이..더럽거나 치사해서 라는 핑계로 돌아서고 포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무들과 풀은 그러지 않는다.

악착같이 살아서 꿈털거리며 햇빛과 물이 있는 곳으로 땅바닥을 기어서라도 뿌리와 가지를 뻗어 나간다.

 

그래서 아예 식물 학자들이 새로운 종을 발견한 것처럼 그런 식물들의 이름을 명명하기를

눈...누운...이라고 앞에다 이름을 붙여 눈주목 눈향나무 등의 이름을 가진 변종식물들이 되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잡초 라는 이름의 풀이란 없는 것이다.

마치 맛 없거나 못 생겨서 상품 가치가 없거나 하는 것에는 어김 없이 앞에다 '개' 자를 붙이는 것이다.

 

개복숭아

개살구

개똥쑥

개오동

개망초

거기다가  개새끼 까지...

 

한데 최근에는 사람들이 웰빙이니 뭐니 해서 이런 개 무슨 무슨 식물들을 호강시켜 주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개똥쑥이며 질경이, 땅빈대(비단풀),개복숭,돌배 등...

 

사람들에게 밟혀 죽게되자 아예 땅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서 자라는 잡초는 원래 이름이 잡초가 아니다.

잡초 라는 이름은 없는 것이다.

참나무 라는 이름도 없는 나무의 이름인 것처럼 사람들이 편리한대로 지은 것일 뿐,

 

잡초의 뿌리를 뽑아 흙을 깨끗이 털고서 씹어보라 얼마나 달콤한지...

민들레 흰색은 고유종인데 요즘은 사람들이 약에 쓴다고 다 뽑아버려 거의 노란색 민들레만 보인다.

 

하얀 민들레만 한국 고유종이고 노란 민들레는 서양에서 들어온 것으로 잘못 아는데 노랑색도 고유종은 맞고

다만, 포가 꽃을 감싸고 있으면 한국 고유종이고 바깥으로 벌어진 것이면 외국종이다. 

 

나무에게서 들풀들에게서 배워야겠다.

어떻게 살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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