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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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기차 타고 강둑을 달리고 싶은 비요일의 출근길

까미l노 2015. 3. 31. 09:06

휴대폰 화면은 십 분을 채 들여다 보지 못하지만 내리는 비는 한 시간이라도 멍청하게 쳐다보는 나는

전철에서 모두들 고개를 숙여 휴대폰만 들여다 보는 사람들을 무심히 구경하던 나는 신기하거나 묘한 사람일까...

 

 

태어날 때도 살아갈 때도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만

쌍둥이로 태어났던 사람 혼자이지 않았을까...

 

출근 길에 비 왔다.

여전히 오고 내리고 있다.

 

문득 사람은 누구나 다 혼자라던 싯귀가 떠오른다.

살다가 어느날엔가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게 되고 무관심에 상처받아 

혼자서는 치유될 수 없었던 다친 마음이 들어 그래, 누구나 다 혼자인데 뭐....라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비소리만 들으면 아늑해서 환장할 지경이라 사무실에 도착하고서도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멍청하게 하늘을 올려다 본다.

바보처럼 빗방울은 차창에 막혀 얼굴에 떨어지지 않는 것을 괜시리 가는 실눈으로 깜빡이고 찡그린다.

 

기다려도 많은 비 오지 않으니 소리도 세차지 못해 차창을 마구 두드리지는 않는구나... 

 

뜬금은 언제 있어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이 아침 출근길에 강이 보고 싶어졌다.

바다에도 해무는 깔린다지만 안개에 숨은 채 흘러가는 강물이 더 보고 싶어지는 날이다.

 

섬에는 없는 것만 있다.

강물도 흐르지 않고 덜커덩에 온몸을 내맡긴 채 아늑한 소리가 되는 기차도 없다.

오직 있는 것은 섬 하나 뿐이다... 

 

 

 

 

내가 좋아하던 그 기차는 이제는 오지도 않는다.

아니, 올 수가 없댄다...

 

간밤 내내 육지에서 섬까지 기찻길을 깔아뒀는데도 비둘기호는 이제 올 수가 없다.

좋은 것은 자꾸 없어져야만 하는 세상을 나는 버텨내며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한 달 내내 오래도록 걸어간 머언 먼 이름도 헷갈리는 나라의 역에서 기차를 타고

자다 깨다 책을 보다 창밖을 보다 그렇게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긴 기차여행이 하고 싶어지는 어디론가 가고 싶어지는 출근길이다...

 

벚꽃은 예쁘지 않다.

그냥 봐서 그렇다.

불이 환하게 켜진 새카만 밤에 환장할만큼 만개한 벚나무 아래에서 고개를 잔뜩 젖혀 올려다 보아야 비로소 예쁜 꽃이다.

 

벚꽃은 예쁜 꽃이 아니다.

그냥 보면 아무리 봐도 예쁘지 않다.

비가 와야... 비 올 때 봐야 백설처럼 꽃잎 난분분해지니까 그때나 예뻐지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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