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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청우

왜 그랬니? 어떻게 살아갈려고

까미l노 2015. 3. 17. 17:24

 

숲속 풀섶 사이에 숨어있던 핸드볼 공만한 사마귀집

얼마나 견고하고 자연스럽게 잘 지었는지 주변의 나뭇가지들이 집을 통과한 모양 그대로 이어 지었다.

 

 

 

누가?

파먹었을까?

사람이었으면 통째로 가져가버렸을텐데 한쪽에만 커다란 구멍만 나있고 대가족이 살았던 아흔아홉칸 구중궁궐을 그대로 둔걸 보면

어떤 다른 동물의 소행 같은데 세상에는 아무리 무서운 동물이라도 영원히 강자로 남는 지상 최고는 될 수 없으며

제 아무리 강한 짐승이라도 다른 동물에게 잡아 먹힐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아 처참하게 부서진 채 풀섶에 방치되어 있다.

다른 작은 생명들을 괴롭히는 나쁜(?)곤충의 대명사로 사람들에 의해 정해져버렸지만 엄연히 생태계의 한 축이었을텐데

가족이며 새끼들까지 모조리 죽임을 당했을 것 같다.

 

스스로의 강한 힘만을 믿고 남을 괴롭히던 존재에서 철처히 공격을 받아 모두 몰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간들도 배웠으면...

 

 

도움을 받았던 나무보다 더 덩치를 키우고 있는 덩굴
저보다 더 어려보이는 여린 나무를 단단히 옭아매고 조이고 있었다.
 
둘이 처음엔 비슷하게 태어나 자라다가 다행히 어느만큼 올라가서는 나무를 조였던 힘을 느슨하게 만들어
덩굴은 다른 나무로 옮겨 가고 있다.
 
조금 더 조였으면 나무는 뒤틀려 조였거나 제 몸통보다 더 긁어진 기생식물 때문에
무거운 힘에 못이겨 꺾여졌을 뻔 했다가 가까스로 같이 살아가게 되었다.
 
 

왜 그랬니?

이제 어떻게 살아갈려고 이런 곳에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렸니?

 

헤아려보니 니 나이 벌써 세살이나 되었구나...

소나무라서 사람들은 맹목적일만큼 너를 보호해주기는 하겠지만 언제까지 거기서 살 수는 없지 않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희망으로 버타티는 건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이지 오도 가도 못하는 이곳의 너에게는 가당키나 하겠냐...

 

 

 

참으로 지독한 생명력이다.

까탈스럽고 깐깐하여 아무곳에서나 살지 못하는 성질이면서도 아주 척박한 곳에서도 잘 버티고 살아내는 어쩌면

이땅의 사람들이랑 그렇게도 닮았을까...

 

너를 파내어 다른 곳에다 옮겨 심어줄 수도 없다는 건 니가 더 잘 알텐데 너를 어쩌면 좋니...

못났다고 해야 하나?

어리석다고 해야 하나...

 

하긴 아무것에도 시달림 받지도 경쟁을 할 필요도 없는 곳을 택한 것인지 니 말고 누가 알 것이며 알아주라고 바라기나 할까...

니 뿌리를 보니 바람에도 쉽게 꺾이지 않고 잘 버텨낼만큼 단단해보여 조금은 위안은 된다만...

 

 

 

 

그 속에도흙 한줌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비가 내리면 그 속으로 물이 흐를테고 물에 씻겨 내리던 흙도 따라 들 것이라는 걸 너는 알아챈 것일 터,

 

아무쪼록 너무 많이는 크게 자라지 말고 오래 살아가거라...

 

 

 

작년 가을 간간이 빨갛게 익은 열매를 따먹게 해주던 딸기 나무 녀석들

비록 크고 실한 알멩이는 아니었지만 어디 너희들에게서만큼 자연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열매를 먹어보기 쉬운 세상이겠니...

 

고맙다...

참말로 고맙다...

 

 

 

 

봄이면 튼튼한 새순이 채 나오기도 전에 고개만 살짝 내밀어도 못난 잉간들이 싹뚝 잘라가버리는 너

나름 강한 가시로 중무장을 하고서 방어를 한다고 그러했을테지만 어디 잉간들이란 것들이 무엇엔들 감당을 못하겠니?

 

어제 새순이 조금 삐죽히 올라오더니 동네 아지매가 싹뚝 잘라가버리고

오늘 또 조금 아주 조금 새순이 올라왔는데 그마저도 싹뚝 잘라간다...

 

두릅아!

미안타...참말로 미안하다...

 

 

 

 

소나무였기에 망정이지...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부딪혀 보자...

 

얼마나 조였으면 몸뚱이가 근육질처럼 변했을까?

기생 덩굴이 아예 소나무 몸속으로 파묻혀버렸다.

 

소나무는 끝내 덩굴의 힘을 떨쳐내고 무사히 위로 자라 올라갔고 덩굴은 함을 빼서 소나무에 기대어 살아가는 중이다.

고마우면 고마운대로 미안했으면 미안한대로 고개 숙이고 감사하며 더불어 살아가라...

존말로 할 때...

 

 

 

 

 

숲 속 사방에 심슨 아저씨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멋있게 콧수염 기르고 고급 미장원에서 노란 염색으로 한껏 치장을 하고서 봄소풍을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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