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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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내가 싫어하는 시작

까미l노 2015. 3. 15. 16:25

 

                                                                                               왕벚꽃

동백은 활짝 피자마자 금방 지저분함을 보여서 꽃의 예쁨도 아름다움도 별로인데 

그래서 빨리 제 모가지 부러트려 떨어져 내리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오직 처연함은 괜찮다...

 

봄이다...

오늘부터 시작이다.

 

쇠락하는 가을의 그림이 더 좋아뵈는 나는 그래서 봄... 이게 오기 시작하는 게 싫다.

온갖 지저분함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속된 표현인 개나 소나 다 일제히 살아 꿈털대기시작할 터,

 

그래선지 나는 봄빠람도 싫고 봄빠람 나는 여자도 싫다.

아마 오늘 느껴지는 이 기운이 내가 싫어하는 시작인 것 가트다...

 

어릴적엔 없어 귀해서도 못 먹었던 것 같고

어른이 된 지금은 그닥 즐기지 않아서 잘 안 먹어서 그런지 피부에 윤기라고 해야할지 기름기가 적어 봅철엔 건조해지고

겨울에도 매일 샤워하던 습관을 봄이 된지도 모르고 계속 하다보니 조금씩 가렵기도하고 따끔거리게 된다.

 

건조한 날씨해 연중 습도가 가장 낮아지는 계절이라 피부 건조가 가장 심해진다...그래서 더 싫어지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밤나무 아래 낙엽더미를 헤치면 이놈들이 우굴거리며 모여 사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지난 늦가을 새카맣고 작은 것들이 이제 제법 커졌다.

 

개체수는 많이 줄어든 것 같은데 아마 멧돼지란 녀석에게  단백질 보충으로 많이 잡아 먹혔기 때문일테지,

근처 사방의 숲이 온통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주둥이 자국이다.

 

 

지구상의 숲에 나무들이 다 사라질 지경에 놓일 때까지 살아 남을 것으로 식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로 짐작하는 서어나무

뒤틀리고 휘감고 굽어져 가면서도 어떻게든 견디어 살아남는 나무인데 오래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돼지 콧구멍처럼 변형한 자국이 남았다.

 

몹쓸 인간들이 필요한대로 철조망 울타리로 삼다가 팽개쳐버려

몸 속에 철조망을 감고 반쯤 잘려질 상태에서도 끄떡 없이 잘 살아내는 놈이다.

                                                               


 

딱따구리에게 제 몸을 내어줘서 구멍을 파게하고 벌레를 잡아먹고 떠난 후 지쳐 쓰러지기 전 발굽버섯이 나타났다.

얼마 안 있으면 서서히 쓰러져 땅바닥에 제 지친 몸을 누일 것이고 그러다가 흙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이파리를 겹쳐 집을 만들어 한겨울을 몸을 숨긴 채 천적을 피하다가

제 몸뚱아리를 감쌌던 울타리 잎을 갉아먹으며 견디어 내고 봄이 오면 번데기가 되려고 땅 속으로 내려간다.

 

그리고는 서서히 성충으로 자라면서 우화를 기다린다.

집을 지을 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제 몸 좌우의 잎사귀들을 갉아서 이불을 덮는 것처럼 하는데 잎을 자르는 소리가 사각사각 신기하기도 하다.

 

애벌레가 떠나고 없는 빈 집

얼마나 견고하게 잘 짜여졌는지 사람의 손으로는 좀처럼 찢을 수도 없을만큼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듣고보면 그럴싸 한 꽃이다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어준 '노루귀 꽃'

 

노루귀 라고 하고서 노루를 연상하면 정말로 노루의 귀가 저렇게 생긴 것 같이 느껴지는데

그도 그럴것이 노루귀꽃의 줄기에는 털이 뽀송뽀송하게 보인다.

 

 

 

여차하면 땅에 떨어질 준비를 하고있는 동백꽃

장미꽃을 하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아무리 좋게 봐줄려고 해도 예쁘지는 않아뵌다.

동백꽃아 미안타이...

 

 

차라리 꽃 진 자리에 서둘러 나오는 열매가 더 예쁜 꽃이긴 하다.

그래서 서둘러 제 모가지 부러트리는 것일까?

 

거제시의 일운면 지심도 라는 작고 납작한 섬에 가면 숲이 온통 동백나무 고목들로 가득한데

그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이 머리에 바르던 동백기름이 거의 이 섬에서 나는 동백나무에서 짜기도 했던 섬이다.

 

동백나무 울창한 숲 아래를 지날 때는 우산을 쓰고 지나가야 한다.

안 그랬다가는 지렁이조차 무서워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동백꽃 애벌레가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즐거움을 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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