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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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내일은 내가 무엇이 되어

까미l노 2015. 3. 4. 00:00

다시 태어난다면 생명있는 그 무엇으로도 태어나고 싶지 않다...

움직이는 생명이 아닌...

 

지은 죄가 많다고 옥황 아재랑 염라 삼촌이 다시 태어나라고 한다면

다음번엔 필시 사람보다 못한 무엇으로 태어나라고 할게 뻔할 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엔 결코 동의하고 싶지 않기에

사람보다 못한 게 세상 미물 가운데 뭐가 있으랴,

다만 움직이는 생물로만 태어나게 하지 말았으면 싶다.

 

벤자민 버튼이 그랬던 것 처럼 내 시간도 조금씩 거꾸로 흘러가 보겠다고

자는 꿈속에서 만들어 보려고 지랄발광 하던 그 개꿈

내일은 내가 어디서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별 개 가튼 상상을 꿈으로 만들어 시작은 꾸는데

밝고 옅은 이놈의 잠귀는 긴가민가도 전에 현실이 아닐 것이라며 단 한 번의 허우적으로 꿈 밖으로 퉁겨져버린다.

 

벤자민 버튼이 그랬던 것처럼 점점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살아

하루는 나무로 살아지고 어떤 날엔 들풀처럼 치열하게 살고 또 어떤 날엔 들꽃으로 반짝 살이도 해보고

 

또 모르지 전생처럼 옥황이 아재랑 염라삼촌이 움직이는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어 버리면

만물의 개똥같은 영장 말고 개똥벌레에게 쫒겨 도망다니는 반딧불이가 되어 다슬기찾아 다녀 보고

아무에게도 잡아먹히지 않아도 되고 플랑크톤만 먹는 착한 고래가 되어 태평양을 헤엄쳐 다니다가

산호초나 뜯어먹는 껍데기 딱딱한 이천살 먹은 할배 거북이나 되어볼까...

 

이런 꿈 저런 개꿈 속에 가끔은 알 듯 모를 듯한 여자도 가끔 안아본다.

개꿈이 확실하다...

옅지나 말고 밝지나 말 잠귀라도 되지...

그 여인 벗은 몸 침 채 흘리기도 전에 꿈일 것이라니 이런 개뿔...

 

 

자고 난 오늘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삶은

대문 밖이 저승이 된지 오래 대문 안 안방인들 별 수 있으랴...

 

참고 버텨내고 짐짓 아니 그러는 척 해보지만 

어차피 삶이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더 이상 믿지는 않는다.

 

아등바등 하지는 않는다만 그 무엇이라도 있어야 비우든 내려놓든 할진데

소심에 결벽도 이제는 에라이 띵까띵까로 바뀌어져 편안하게 되어졌다. 참 다행이다...

 

나 통째로 팔아도 늙은 창녀의 머슴으로도 거들떠 볼 리 없을 터,

내 몸보다 더 아껴질 렌즈 하나 참고 참다 결국 탐했더니 이렇게나 행복한 것을...

 

남겨놓아야 될 맥여살려야 할 아무도 없는데 자꾸 채운들 뭣하겠노...

어차피 내 인생 내 어깨에 오롯이 짊어지고 가야할 것

초라한 인생처럼 보일 바에야 개폼이라도 나게 살아야 되잖을까 시푸다.

 

다 가져가렴,

나 떠나고 다 내어 주기로 약조 한지 이미 오래

무엇이 남겨지든 나는 모를테니 누구든 알아서들 할테고

이제는 똥차에 카메라와 만년필만 담은 채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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