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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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청우

사람...괜찮은 사람

까미l노 2015. 3. 13. 21:56

 

가까운 글씨가 제대로 안 보여 눈을 찌푸리게 된다.

그러니 자연히 얼굴 표정조차 양미간을 모으려다 보니 찡그린 모습이 될테지...

 

그러하고도 글자는 오타 투성이가 되는데 하기사 누굴 탓을 하랴,

컴퓨터라는 이 괴물이 싫어 피해 다니다가 어쩔 수 없음을 직감한 후 십 수 년을 독수리 타법이라...

자판을 보지 않고선 글자를 쓸 수 없으니 그나마 돋보기를 끼지 않으면 옆의 자판을 두드리기 일쑤니 오타 범벅일 밖에...

 

해서 바깥 나들이 때 글을 쓰고 싶어도 그넘의 돋보기 지참조차 귀찮으니 아예 글 쓰기도 망설여지게 되는 것을...

 

사람,

사람이다...그래, 맞다 사람이었구나...

 

그 친구가 그랬었지,

평생 사람과 살아 보고 싶어했고 사람이랑 대화를 해 보는 게 소원이었다고...

 

누군가 그랬다.

자기 아버지를 존경하고 아버지처럼 살고 싶어했는데도 속된 표현 빌려 죽었다 깨어나도 되지를 못했다면서...

 

내게 아버지란 존재는 존경은 커녕 극도로 혐오했고 오직 내 할 도리만 하고 말자였던 기억만 남았을 뿐이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았고 자기 밖에 몰랐으며 아내를 가정부쯤으로 아이 낳아 기르는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살았던 위인

이야기 속에 나오는 그렇고 그런 전설처럼 젊어 원하는대로 살다 늙어 병들어 집 찾아드는...

 

셋 째였으면서 먹고 살만했었기에 나도 아들이었으므로 병 수발 다하고

지긋지긋하고 지랄 같았던 조상 제사까지 도맡아 한동안 할만큼 했다 느껴졌을 때 툴툴 털어버렸다.

 

사람들은 그런다.

조상 모시기를 어쩌고 저쩌고...

그래,

좋은 게 좋은 건 맞겠다 싶어 그렇게 했었다.

 

평생을 못 먹고 못 입으면서 남의 집살이 하면서 빚까지 얻어 상다리 휘어지게 조상 받들어 모시더니

평생 남편 복은 커녕 따뜻한 밥에 호강 한 번 못하고 돌아가신 내 어머닌 조상 은덕 볼려고야 하지 않았다지만

결과라는 건 아이러니 하게도 제사에 콧배기도 비치지 않았던 인간들만 잘 살던데 절 할 때 정성이 부족해서였던 탓이였을까?

 

술을 아예 마시지도 못하던 조상인데 제사랍시고 술잔 따라 우측이든 좌측이든 세 번 돌리기 정성없이 올렸다 그랬을까

성동백서니 어동육서라는 지랄같은 제사 법도 만든답시고 지들끼리 지지고 볶던 하릴 없던 인간들에게 의문을 가졌던 내 탓이었을까...

 

문중 장손이랍시고 모든 재산  마음대로 다 탕진하고 아내는 무식하다고 무시하고 자식은 믿을 수 없다고 무시하다

늙고 병들어선 갈 곳 없어 아내와 자식 찾아 기어 들어오던 아버지였던 남자

지금의 내 나이가 그때 툭 하면 자식들 타박할 때 즐겨 쓰던 말 커서 뭐될래? 였었다...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속절 없게 만드는 것이었는지 내가 아니라 내 어머니의 생각은 어땠었을까...

내겐 아예 꿈에도 얼씬하지 못하게 하는 위인의 사람에 대한 기억이다...끔찍했던...

 

그  친구

남편은 평생을 다섯 시 땡 하면 퇴근해서 술에 만취한 채 밤 열두시면 귀가를 했단다.

새벽 여섯 시경 칼 같이 일어나  출근하는 직장에서는 평판 좋고 대인관계 최고여서 술 값은 독으로 계산하는 사람

월급은 통째로 마누라에게 통장으로 입금되는 최고의(?)남편

 

대략 30여 년동안 이어지고 있다는데...

그 친구의 친구는 이년아! 월급 갖다주는 것만 해도 어디냐? 호강으로 여기고 살아라...그런단다.

그 친구는 단 돈 십 원을 못 갖다줘도(안 갖다주는 건 말고)되니까 대화라도 되는 사람하고

단 하루라도 살아봤으면 이라면서 아이들 때문에 살아내기는 한단다...

아마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사람

좋은 사람 말고 괜찮은 사람

내 사람 아니어도

살아 생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할 사람이어도

끝까지 마음 놓아 믿어지는 사람(뭘 믿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믿는다는 것은 내 편 들어주리라 믿고 싶은 사람을 말 하는 것은 아닌

오늘은 그런 사람이랑 졸릴 때 까지 이야기든 메시지든 편지든 주고 받기 했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밤이다...

 

사람

사람은 사람을

사람이 사람을 끝 없이 속절없게 만드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