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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청우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 먹고가렴...괜찮아 먹고 가~

까미l노 2015. 3. 7. 23:00

 

 

 

먹고 가렴,

먹고 가~

         괜찮다니까 먹고 가렴...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오색 딱따구리 부부를 기다려

    벌레를 파먹은 구멍에 밥그릇 물그릇을 달아놓고 그들을 기다린다.

 

 

 

발바닥 감촉으로 흙 속의 아우성을 들으며 걷는 숲길

눈으로도 듣고 귀로도 보는 스토리텔링 숲치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저보다 덩치도 더 작은 까치에게는 꼼짜도 못하면서 딱따구리 부부를 못살게 굴던 까마귀와

절대 해할 리 없다는 마음 전할 길 없지만 끔찍히 보호 해주려는 사람들도 

애기를 가진 딱따구리 부부에게는 두렵다 느껴졌을테지...

 

천적들을 피하는 습성으로 죽은 나무의 아래서부터 빙빙 돌면서 꼭대기까지 오르며 벌레를 파먹는 딱따구리

 

 

어느날 오색 딱따구리 부부가 숲에 날아와 죽은 비목나무에 구멍을 파고 있길래 벌레를 잡아 먹는구나 싶어

부지런히 나무를 쪼던 딷따구리 부부를 사무실 유리창 커텐 뒤에 숨어 안타깝게 지켜봤다.

 

부부가 번갈아 가면서 쪼으고 파 내고 사람들이 지나가면 나무 뒤편으로 숨었다 다시 파고...

가만 보니 이들 부부는 집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산란을 위해서 집을 짓는 중이었나 보다.

 

그렇게 딱따구리 부부가 열심히 나무를 파더니 아름답고 앙증맞은 예쁜 집이 다 완성될 무렵의 어느날엔가

새끼를 관찰합네 촬영을 합네 하는 인사들이 몰려와서는 카메라와 삼각대 부대가 설치되더니 아니나 다를까...

산란을 위해 지었을 나무 위 저 예쁜집을 포기한 채 더 이상 그 부부의 모습을 볼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딱따구리의 습성은 사람을 크게 두려워하거나 그다지 피하려고는 않는데

새끼를 위한 산란 때 만큼은 여타의 동물들처럼 극도로 예민해지고 조심성을 가져 사람도 피하게 된다.

 

딱따구리가 집을 지은 후 살아보지도 않고 그냥 떠나버렸던 저 나무는

한동안 시름시름 앓다가 그만 죽은 듯 꼭대기부터 조금씩 썩은 채 부서져 내렸던 그 나무였는데

올 봄 너덜너덜해진 아랫둥치 부근에 맹아지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중간에서도 새로운 가지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날엔 버섯도 달리기 시작했는데

보드라운 마치 뻥튀겨 놓은 누룽지 같이 생긴 버섯은 붉은 덕다리 라는 이름을 가진 버섯인데

어릴 때는 사람이 먹을 수도 있는데 크게 자라면 독성이 생겨서 먹으면 안 되는 독버섯으로 변한다.

 

위에서는 나무가 죽었는데 발 아래에서 새로운 싹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고

그러자 버섯도 딱따구리 부부도 그만 떠나게 되었던 건 아닌가 생각되는데...

 

죽은줄 알았던 비목나무가 딱따구리와 버섯에게 뭐라고 했기에 딱따구리와 버섯은 비목나무를 떠나버렸을까?

 

아마도...

나무가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을까?

"나 아직 안 죽었데이!!" 라고...

 

그러자 놀란 딱따구리 부부와 버섯이 나무에게 미안하다고 하고선 어디론가 떠나버렸을 것 같다...

 

지금은 비목나무에 다시 새싹이 돋아나고 잘 자라고 있다.

다시 옛날처럼 키도 커지게 살아서 딱따구리 부부도 놀러오게 했으면 좋겠는데...

 

 

 


  붉은덕다리 버섯...^^

최고급 명품 뻥튀기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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