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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비우고 내려놓기 본문
어떤 모임의 게시판에다 여행기 한 줄을 썼다.
모 여성이 부럽다는 댓글을 달았다.
답으로 한 줄 썼다.
아등바등 살지않고
삶에 대한 욕심을 비우고 내려 놓으면 갈 수 있다 그랬더니
대뜸 비난섞인 대꾸를 한다.
누군 그렇게 살줄 몰라서 그러는줄 아느냔 식이다.
한 번 가고 싶으면 한가지 내려놓으면 갈 수 있을텐데...
한가지 비우면 어떻게든 한 번 가볼 수 있을 것을...
미안하기는 했지만
글이란 어차피 상대방의 표정을 읽을 수 없기에...
삼 년째 참었다.
아니 참아야할 정도는 아니라서 그냥
그 간절함 야금야금 곱씹으며 기다리는 행복감을 만끽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언제라도 갈 수가 있어서
이 마음 벅차서 터져 나올 때까지 푹 곰삭이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한가지 비우고 어제도 하나를 내려놓고...
내일..아니면 모레 수일 내 나도 모르게
미쳐 작정하지 않았던 배낭을 갑작스럽게 꾸리게 될지도 모른다.
오래 오래 걷다가 정말 지쳐 쓰러지고 싶을만큼 풍족한 여행이 가슴 속에 있어서
삶이 아무리 나를 속이고 또 속이는 연속일지라도 괜찮다 나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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