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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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짐승의 헐떡거림도 사라지게 하는 오빠

까미l노 2015. 2. 13. 14:13

오뽜...

나만 그럴까만

세상에 이보다 더 정겹고 황홀한 불러줌이 또 있을까?

 

하긴 사랑하는 사람끼리 자기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는 것도 있기는 하겠다.

그런데 그런 호칭들은 사랑이라는 게 식어지면 덩달아서 마지못한 게 되기도 하잖은가,

오뽜라는 불러줌은 식어질 리도 없고 식상해질 일 또한 없을 것 같은

남자들로 하여금 가장 쉽게 무장해제까지 시켜버리게 되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달콤함이다.

 

세상 어느 놈들인들

누가 있어 오뽜라고 불러 버린다면 시인의 말처럼 한방 먹고 무너지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도 여자들은

제 아무리 뭇놈 잡놈이

오뽜라고 불리워지고 싶어 안달복달 지랄을 한들

쉬 오뽜 라고 불러줄 리 없다.

 

용케 알아버린 여자들의 그 다정한 불러줌은

이제는 그 옛적 무기 삼았던 여우들의 눈물을 제치고

진정성의 다정한 황홀감 애착이 깃든 전가의 보도가 되어 오뽜~아 로 나타났다.

 

늑대들이여,

누구 오뽜 라고 불러주는 이 하나 없다면

그대의 순수조차도 헐떡거림을 감추려는 음흉함으로 금방 들켜버릴 것이다.

 

 

 

 

 

오빠 /문정희

 

이제부터 세상의 남자들을

모두 오빠라 부르기로 했다.

 

집안에서 용돈을 제일 많이 쓰고

유산도 고스란히 제몫으로 차지한

우리집의 아들들만 오빠가 아니다.

 

오빠!

이 자지러질 듯 상큼하고 든든한 이름을

이제 모든 남자를 향해

다정히 불러주기로 했다. 

 

오빠라는 말로 한방 먹이면

어느 남자인들 가벼이 무너지지 않으리

꽃이 되지 않으리

모처럼 물안개 걷혀

길도 하늘도 보이기 시작한

불혹의 기념으로

세상 남자들은

이제 모두 나의 오빠가 되었다.

   

나를 어지럽히던 그 거칠던 숨소리

으쓱거리며 휘파람을 불러주던 그 헌신을

어찌 오빠라 불러주지 않을 수 있으랴

오빠로 불리워지고 싶어 안달이던

그 마음을

어찌 나물캐듯 캐내어 주지 않을 수 있으랴

 

오빠! 이렇게 불러주고 나면

세상엔 모든 짐승이 사라지고

헐떡임이 사라지고

오히려 두둑한 지갑을 송두리째 들고 와

비단구두 사주고 싶어 가슴 설레이는

오빠들이 사방에 있음을 나 이제 용케도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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