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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북경 가는 길,장례행렬과 마주치다

까미l노 2015. 2. 14. 12:34

중국 트레킹 7] 2010년 4월 4일

 


버스 안에서 본 장례식 행렬

 

 

 


태항산의 구련산과 왕망령 트레킹을 끝내고 우리 일행은 북경으로 돌아가 만리장성 길을 걸을 계획이었다. 이제 힘들고 어려운 길 걷기는 끝났고, 만리장성은 쉬엄쉬엄 걸어주면 되리라, 이런 기대를 안고 남평에서 버스를 타고 안양으로 이동했다. 더 힘들고 어려운 길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안양역에서 7시 반에 출발하는 북경행 고속열차를 탈 예정이었다. 우리가 타는 고속열차는 정주에서 북경을 오가는 노선이라고 했다.

남평에서 안양까지는 버스를 타고 두 시간 반쯤 가면 된단다.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지만 땅덩어리가 넓은 중국에서는 아주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거리이리라.

 


버스를 타고 가다가 장례 행렬을 만났다.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북적여서 무슨 일인가 하면서 창밖을 내다보니 여러 가지 색 종이로 장식한 상여 같은 것이 있다. 북경에서 신향으로 갈 때도 장례행렬을 보았는데, 다시 북경으로 가는 길에도 본다. 이번에는 좀 더 가까이서 본다는 차이가 있지만.

흰색 두건 비슷한 것을 쓴 아낙들이 행렬을 이루고 있는 것을 얼핏 보았다. 카메라를 들었으나 버스는 그보다 빨리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일행이 버스를 세우라, 사진 좀 찍자, 고 하자 우리의 꽃미남 가이드가 약간은 어이가 없다는 투로 안 된다고 한다. 장례식을 하는데 사진을 찍는다고요?

맞는 말이지. 남은 초상을 치르고 있는데 사진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이 밀어? 우리야 낯선 풍경이니 신기하겠지만, 결례는 결례일 수밖에.

 


안양은 제법 큰 도시였다. 이곳도 아파트 붐이 불고 있는가 보다. 여기저기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것을 보니. 저녁 식사를 하고 안양역에서 고속열차를 탈 예정이었는데 저녁식사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시내 중심가의 대형 쇼핑센터 구경을 잠깐 했다. 쇼핑센터가 들어선 거리는 안양의 번화가인 듯했다. 거리가 무척이나 번잡했다. 오가는 사람들로 흘러넘치고, 도로에는 차량들이 긴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쇼핑센터를 구경한다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십여 분도 채우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실내가 후텁지근한데다가 우리나라의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와 별로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쇼핑센터 앞에는 자전거가 엄청나게 많이 세워져 있었다. 자전거 사이에 간혹 오토바이도 눈에 띄었다. 웬 자전거가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만 자전거 주차장이었다. 돈을 내고 자전거를 맡기는 곳. 주차장 관리인인 듯한 여자가 열쇠를 쩔렁이면서 자전거를 맡고, 내주고 하는 중이었다.

 


 
 

쇼핑센터 옆에 있는 먹거리 센터을 잠시 둘러본 뒤, 쇼핑센터 앞의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산 주변 마을에 사는 사람들과 옷차림부터 달랐다. 도회지물을 먹은 티가 역력히 드러났다고나 할까. 아이들의 옷도 화려한 편이었고. 물론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고, 지나는 사람은 쭈그리고 앉아 있는 등산복 차림의 나를 구경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열차시간을 한 시간쯤 앞두고 안양역으로 이동했다. 역 역시 사람들로 붐빈다. 어디로든 떠나는 사람은 어디서나 언제든지 있기 마련인가 보다. 열차가 도착할 시간이 임박하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개찰구로 몰려드는데, 역무원은 개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뒤쪽에 서서 이제나 저제나 개찰하기를 기다리는데 앞쪽에서 갑자기 소란이 일어났다. 역무원이 소리를 지른 것이다. 큰 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영문을 알 수가 없다.

열차 도착시간이 채 오 분도 남지 않았는데도 역무원은 개찰을 시작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기차를 놓치면 승객의 잘못이란다. 역에서 아무리 꾸물거려도 책임은 승객에게 돌아간다나. 정말?

 


나중에 알고 보니 북경행 고속열차는 십여 분쯤 연착했다. 그것을 알 도리가 없는 승객들은 개찰을 시작하자마자 아우성을 치면서 개찰구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열차를 놓치면 안 될 테니까. 한꺼번에 우르르 플랫폼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열차에 올라타 자리를 찾아 앉으니 비로소 태항산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우리가 도착할 예정인 곳은 북경서역. 걸리는 시간은 3시간 반 가량. 종착역이라서 지나칠 염려가 없다니 안심해도 되리라.

  

안양역

 

푸짐한 저녁식사. 보기만 해도 배부른데, 저걸 다 먹었으니...

 

 

* 이 도보여행은 도보모임 <카미노 도보여행> 회원들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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