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이별 후에 오는 것들 본문

링반데룽

이별 후에 오는 것들

까미l노 2015. 2. 13. 12:31

아무런 죄 짓지 않은 어른들 불려와서(?)이미 헤어지기로 합의 했는데

자신들의 의지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심판을 대신해 주는 이상한 곳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는 복도 양편에 갈라서 앉은 부부들(?)사이

웃으면서 자판기 커피 한 잔씩 뽑아들고 지나가던 그와 그녀를 그들은 이상한 인간쯤으로 쳐다본다.

 

그가 말했다.

아푸지 말고 단디 살아가라고

그러면서 마지막으로(?)하고 싶은 말 있으면 아무 말이든 편하게 하라고 그랬다.

 

그녀가 말했다.

조금은 어색 웃음을 머금은 채로...

 

당신을 만나서 행복했고 당신만큼 나를 사랑해줄 남자는 없을 것이란 거 안다고

그런데...

 

당신이 내게 해줬던 배려 많이 고마웠지만 그건 당신 원하는대로 했던 배려였지

정작 내가 바라던 배려는 아니었다고...

 

그는 침묵했다. 

아니 그건 침묵이 아니라 갑자기 뒷통수를 망치로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싸움같은 그 어떤 다툼도 아니었고 그 흔하디 흔한 성격이 맞지 않아서도 아닌

뭇사람들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남자와 그녀는 이만큼에서 부부의 연을 끊을려고 이곳에 온 것이다.

 

그랬다.

그 남자 작은 미움조차 어찌 없었으랴만 어치피 두사람의 협의 끝에 결정했고

웃으면서 그만 두기로 했으니 화도 답답함도 애써 삭이고 있었던 중이었다.

 

그녀를 보낸 후

기억을 더듬어 본다.

해 주고 싶은대로만 해 줬다던 배려라는 그 말을...

그가 배려랍시고 말하며 해줬던 것들을...

 

키가 작아도

당신에게는 굽 낮은 이 빨간 구두가 참 잘 어울린다고

하늘거리는 이 주름치마를 입었을 때 세상 어디에 있어도 아름답다고

 

책 읽는 것을 좋아 한다고 해서 하루 한 권씩 사다준 책들

건강에도 좋다며 하얀색 면 속옷을 입으면 더 섹시해 보인다고 

한 번도 잊지 않고 기억한 기념일 미리 준비한 선물을 자동차 드렁크에 싣고 다녔던

 

그가 말했다.

당신은 이상하게 청바지는 안 어울리는 것 같다고

난 싫지만 당신이 원하면 친정에 한달이라도 좋으니 갔다 와도 된다고

 

술 좋아하는 당신

열시 까지는..

그래 좋아 열 한시 까지는..

아무리 그래도 가정주부니까 자정 안에는 집에 들어와야 된다면서

점점 더 양보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지만 그 남자 나름의 배려들

 

그 여자가 말했다.

당신은 술을 (안)못 마시니까 이해를 못하게 되는 거라고

가끔 나랑 같이 술도 좀 마셔 보자고...

 

그 남자가 해봤던 그래서는 마셔 보이기로 한 술

분명하게도 미구에 닥쳐올 고통이 너무도 두려워

한 잔이며 두 잔 천천히 마실 수는 없어 차라리 빨리 맞아버리겠다 작정한 매 처럼

벌컥대며 보여주듯 순식간에 마셔버린 술

호흡이 가빠지고 빠개질듯 엄습하는 두통과 비 오듯 쏟아내던 땀

 

그녀가 말했었다.

잘못 했다고...

 

 

 

 

 

 

 

 

고맙게도 별 잔소리(?) 없이 심판을 내려 둘이 끝내 라고 해준 그곳을 벗어나

아푸지 말고 단디 잘 살아라고

그와 그녀는 각자 다른 길로 떠났다.

 

그녀로부터 들었던...

당신이 해줬던 배려 라는그 말을 듣기 전 까지는 

그는 자신의 잘못이 49% 쯤이라고 그래도 많이 자책하고 반성 하면서

그녀의 잘못이 51% 쯤 되어 조금 아주 쬐끔 괘씸타던 마음을 가졌던 그 미움

 

헤어진 그로부터

그가 말하고 산다.

혼자 속으로만...

그렇구나 라면서 내 잘못이 51%였을 것이라고... 

 

기억

애써 잊으려고도 지우려고도 않는다.

그런다고 삭제 되고 망각이 될까

 

미움도 화도 하물며 고마움 까지도 기억이 나서 추억은 하더라도

이제는 만날 일도 잘 살든 못 살든 희미한 옛친구(?)정도가 되어진

그녀가 했던 그말

미안해 하며 경험으로 남겨 늘 반성을 하고 산다.

 

세상의 모든 사람 착한 나쁜 단 두 덩어리로 나누면 착한사람 무더기에 끼이고 싶어

그가 제대로 못 살아가는 것 보다 잘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