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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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호랑이 장가가는 날 미친 년 널뛰듯 하는 오늘

까미l노 2015. 2. 8. 12:20

 

내셔널 뉴스와 사진 의 작품에서 옮겨왔습니다.

 

 

환장 하거따~

 

햇살이 반짝 하더니 이내 매서운 바람이 들창을 마구 뒤흔들고 지척이 분간 되지 않을만큼 눈보라가 휘몰아 친다.

보일러 환풍구 연소통에도 화장실 환풍기 속에도 들려오는 바깥 바람소리가 심상치 않아 창밖을 살핀다.

 

시침 뚝 땐  화사한 모습으로 따뜻한 햇살이 보이길래 신발 끈 조여매야 하려나 싶었거늘 

금새 또 세찬 바람에 실린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다.

일정한 방향으로 불어 닥치는 게 아니라 사방으로 휘젓고 다닌다

 

옛적 호랑이 장가 가는 날이라고 어른들이 그랬었는데

여우비라고도 했던 햇살과 비가 반복 되는 오락가락 날씨처럼

바람과 눈보라와 햇살이 들쭉날쭉대는 미친년 널 뛰듯 하는 날씨다...

 

 

 

창밖 베란다에 나서 아무리 살펴도 사진의 한라산을 볼 수가 없게 눈보라가 심하다.

멍청하게 창 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중2 때 처음 꼬드겨져 따라갔던 지리산이 생각 난다.

 

당시엔 장비라는 것이 워낙 부실할 때라 빵모자에 농구화를 신고 기윽자로 구부러진 국방색 미제 후레쉬 정도가 고작이었다.

한낮의 기온이 하도 포근하여 반소매를 입을 정도였던 날 아침에 출발하여 지리산 법게사에 도착할 무렵

눈보라는 치고 배는 고파 미칠 지경에 이르러 얼마나 추웠던지 당시 한쪽엔 버터 다른 한쪽엔 잼이 들었던 두개짜리 빵을 입에 물고

턱이 얼어 씹지를 못하고 두손으로 입을 아래 위로 움직여 씹었었던 기억이다.

 

밤새 함박눈이 소리없이 소복히 쌓이는 게 겨울 눈 맛이거늘 한낮에 이렇게 사방팔방으로 휘몰아치는 눈보라라니...

 

 

아침에 출방했는데 오후 늦게 도착한 이유가 눈보라에 앞을 분간할 수가 없었고 후레쉬마저 깜빡거리고

지금보다 훨씬 산 아래에 대중교통 주차장이 있었기 때문에 서너 시간은 더 걸어 올라와야 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웅전 아래 왼편에 있던 흙으로 지은 암자에서 친구들 넷이 잤는데

황토벽에 숭숭 뚤린 구멍 사이로 매서운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방에 떠 놓았던 대접의 물도 꽁꽁 얼 정도였기에

옷은 물론아고 신발까지 그대로 신은 체 배낭에 매달고 갔던 인디언표 담요라는 걸로 함께 부둥켜 안고 잤던 기억이다.

 

다시는 산에는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가

아침의 천왕봉 오르는 길에서의 일출과  눈에 반짝이며 영롱하던 그 햇살의 기억 때문에 그길로 산꾼 중독이 되어버렸었다.

그러다가 전국위 산이라는 산은 기를 쓰고 다 올라 보고 종내는 백두산이며 히말라야 중국의 태항산 왕망산 등지로 돌아 댕겼었다.

 

원래 정상 등정은 그다지 달가워하는 편이 아닌지라

산을 오르는 것 보단 산 속으로 들어가 숲을 돌아 다니는 것에 더 흥미를 느낀다.

그래서 지금은 세상의 모든 숲길 흙길을 걸으러 다니는 셈이다.

 

베란다 너머 늘 보이던 한라산은 아예 어디쯤이었는지 전혀 보이지를 않는다.

 

 

허어...

언제 눈보라가 쳤나는 듯 새파란 하늘에 한라산 백록담이 환하게 나타났다.

 

내일쯤이 사려니숲길 가는 게 년중 가장 적기일 것 같다.

한동안 걷지 못하는 날엔 이대로 살고 있을 순 없다 싶어지는데

언제 삶이 호락호락했었거나 평온한 행복을 느껴보기나 했으랴,

 

지금 요사이 만큼 행복한 날들에 호강에 빠져 요강에 오줌 싸대는 소리 할 수야 있겠냐만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표랄까지는 아니래도 그냥 이렇게 살려고 하는 게 목적은 아니다 싶어서...

 

 

 

 

 

 

나 다스리기 / 황명

신새벽 어쩌다가 눈이 떠져 가만히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여태껏 살아 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무엇이더냐

그리고 진정 참을 수 없던 것을
참아낸 것이 무엇이더냐 물어본다
살면서 살아오면서 제일 힘든일이
내가 나를 다스리는 일이었다고
섬광같이 지나가는 기억의 내면의식
그렇다 바로 그거였어

내가 나를 주저앉히고 주무르고
내가 나를 타이르고 나무라고
내가 나를 용서하고 기도하고
내가 나를 다스리는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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