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달맞이꽃 본문
전국 각지에 분포하여 전국민이 익히 들어 본적이 있는 꽃이다.
달맞이꽃은 그리움과 기다림, 애절함의 상징으로 시구와 노래 가사에 자주 인용된다.
길을 가다 눈 가장자리마저 가득 차게 노랗게 피어오른 꽃들, 달맞이꽃은 7월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 밭이나 가장자리 둑에 납작 엎드려 잎을 내다가 5월 말이면 30센티미터를 훌쩍 넘어버린다.
달맞이꽃 옆에는 주로 하얀 개망초꽃이 어우러져 핀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나무 대처럼 굵고 단단해진 달맞이꽃 줄기와 개망초꽃 줄기를 낫으로 벤다.
노랗고 하얀 꽃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두고 감상할 여유가 없다.
한여름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이유는 고개만 돌려도 풀이 자라나 있기 때문이다.
길가에 피어난 노란 달맞이꽃과 하얀 개망초꽃을 즐긴다. 꽃을 따서 꽃차도 만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심사가 여유로울 때뿐이다.
정신없는 농번기에는 긴 줄기 쓰윽 베어서 늦은 콩 심을 두둑이나 잠시 쉬고 있는 땅에 두껍게 눕혀 놓는다.
그러면 장마기간을 지나면서 거름이 되고, 풀이 자라는 것을 억제시킨다.
달맞이꽃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될 무렵에 들어왔다고 하여 '해방초'라고도 부른다.
한자로는 '월견초(月見草)' 또는 '야래향(夜來香)'이라고 쓴다.
일본에서는 '석양의 벚꽃'이라고 부른다.
남아메리카 칠레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며 물가·길가·빈터에서 자란다.
굵고 곧은 뿌리에서 1개 또는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곧게 서며 높이가 50∼90cm이다.
전체에 짧은 털이 난다.
잎은 어긋나고 줄 모양의 바소꼴이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얕은 톱니가 있다.
꽃은 7월에 노란 색으로 피고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리며 지름이 2∼3cm이고 저녁에 피었다가 아침에 시든다.
꽃받침조각은 4개인데 2개씩 합쳐지고 꽃이 피면 뒤로 젖혀진다.
꽃잎은 4개로 끝이 파진다.
수술은 8개이고, 암술은 1개이며 암술머리가 4개로 갈라진다.
씨방은 원뿔 모양이며 털이 있다.
열매는 삭과로 긴 타원 모양이고 길이가 2.5cm이며 4개로 갈라지면서 종자가 나온다.
종자는 여러 개의 모서리각이 있으며 젖으면 점액이 생긴다.
어린 잎은 소가 먹지만 다 자란 잎은 먹지 않는다.
꽃말은 ‘기다림’이다.
달맞이꽃의 전설은 달만을 사랑하는 님프는 달도 별도 없는 황량한 호숫가로 쫒겨갔다. 달의 신 아테미스가 이 사실을 알았다. 아테미스는 자기를 사랑하는 그 님프를 그렇게 고생시킬 수가 없었다. 제우스 신 몰래 아테미스는 그 님프를 찾아 벌판을 헤매었다. 제우스가 이것을 알고 아테미스가 헤매는 곳을 따라 구름으로 태양을 가리고 비를 퍼부어 아테미스를 방해했다.
그 동안 그 님프는 달이 없는 호숫가에서 아테미스를 기다리다 지치고 자꾸만 여위어졌다. 아테미스가 그 황량한 호수에 다달았을 땐 빼빼 말라 쓰러진채 님프는 이미 죽어 있었다.
아테미스는 님프를 안고 서럽게 울다가 눈물이 말라 더 울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 님프를 언덕 위에 묻었다. 무덤에서 피어난 달맞이꽃은 지금도 해가 지면 박꽃처럼 달을 닮아 노란 빛깔로 핀다.
전설 한가지 더 소개한다.
옛날 태양신을 숭배하는 어느 인디언 마을에 로즈라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살았다. 그 마을 사람들은 무척 강인해 태양신을 숭배하면서 주로 낮에 활동했다. 그러나 유독 추장의 아들인 로즈는 낮보다 밤을 더 좋아했고, 태양보다도 달을 더 좋아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결혼 축제가 열리는데, 총각들 중에서 전쟁에서 크게 활약하였거나 사냥을 잘 하는 사람부터 마음에 드는 처녀를 고를 수 있고, 청혼을 받은 처녀는 그 총각을 거역할 수 없었다.
어느 축제가 열리던 날, 로즈는 추장의 작은 아들을 몹시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로즈와 1년 동안 사귀었는데도 옆의 다른 처녀를 선택하고 말았다. 화가 난 로즈는 다른 남자의 청혼을 뿌리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곧 병사들에게 붙잡힌 로즈는 규율을 어겼기 때문에 귀신의 골짜기로 즉시 추방되었다. 추방된 로즈는 그 곳에서 달을 추장의 아들이라 생각하면서 밤이면 밤마다 사모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후 자기의 잘못을 깨달은 추장의 작은 아들은 사람의 눈을 피해 로즈가 있는 곳을 찾아 나서서 큰 소리로 로즈를 불렀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다만 그는 희미한 달빛에 비친 한 송이 꽃을 보았을 뿐이었다. 2년 만에 죽은 로즈는 죽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달맞이꽃으로 변하여 밤이면 언제나 달을 보고 피어났던 것이다.
달맞이꽃은 어린 시절부터 죽어서까지 자신의 몸 전체를 인간에게 내어준다.
한여름 길가 지천으로 피어난 흔한 들꽃이지만 2년생 달맞이꽃은 꽃부터 뿌리까지 안 쓰이는 데가 없다.
달맞이꽃은 본래 북미 인디언들이 약초로 활용했던 꽃이다.
인디언들은 달맞이꽃의 전초를 물에 달여서 피부염이나 종기를 치료하는 데 썼고 기침이나 통증을 멎게 하는 약으로 달여 먹기도 했다.
감기로 인한 인후염이나 기관지염이 생기면 뿌리를 잘 말려 끓여 먹기도 했다.
피부염이 생겼을 때는 7~8월의 달맞이꽃잎을 생으로 찧어 피부에 바르면 좋다.
여성들의 생리불순과 생리통 경감에 도움이 되며, 지방조직을 자극하여 연소시킴으로 중년 이후 비만자들에게도 좋다.
10월에 달맞이꽃씨를 내어보면 겨자보다 몇 배나 작은 알갱이들이 터져 나온다.
그것을 모아서 달맞이꽃 기름을 낸다.
아토피성 질환을 완화해주고 피를 맑게 하며 관절염을 예방한다.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저해하고 당뇨병에 좋다는 감마 리놀레산이 많다고 하여 달맞이꽃씨 기름이 조금씩 인기 상승 중이다.
달맞이꽃씨앗 기름에는 인체에서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지방산인 리놀산과 리놀렌산, 아라키돈산 같은 필수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감마리놀렌산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는 자연계에서는 모유와 달맞이꽃씨앗 기름에만 들어 있다.
감마리놀렌산이 많이 들어 있는 달맞이꽃씨앗 기름은 혈액을 맑게 하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특히 비만증 치료에 효과가 좋다.
비만은 영양을 많이 섭취하면서도 소비를 적게 하기 때문에 잉여 영양분이 중성지방질의 형태로 몸속에 축적되는 증상이다.
사람의 뒷머리와 등골의 움푹 팬 부분에 브라운파트라는 기관이 있는데 이 브라운파트는 체중과 체온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브라운파트가 제 기능을 잃게 되면 체중을 조절할 수가 없게 되어 살이 찐다.
감마리놀렌산은 브라운파트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 주고, 신진대사활동이 이루어지게 하여 잉여 영양분이 빨리 소비되게 도와주며, 피하지방의 축적을 막고 소변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또 여드름이나 습진, 무좀 같은 피부질환에 효험이 있고 몸의 면역력을 길러주며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