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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박꽃 본문
박꽃은 이른 아침, 샘터에서 물을 길어온 여인네가 장독대에 단정히 꿇어앉아 상 위에 하얀 백자대접을 받쳐놓고 지성으로 기구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박꽃의 희디흰 빛깔은 고독 속에 홀로 간직한 청순미와 함께 무섬증이 들도록 섬짓하면서도 마음을 끄는 가련미를 느끼게 한다.
대부분의 꽃이 화사한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것 같은 데 반해 박꽃만은 그런 느낌과는 달리 눈물과 비애미를 간직하고 있다. 남들이 모두 잠든 밤에 피어 있는 박꽃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머니나 누이를 생각하게 된다.
박꽃은 우리 겨레 마음의 텃밭에서 덩굴을 뻗어나가 가을들판에서 피어나고 있다. 박꽃의 순수 비애미를 함축한 강렬한 인상은 민족 정서의 일면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