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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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

동백나무

까미l노 2015. 2. 5. 10:31

한 송이 붉은 꽃이 눈 오는 밤에 비치니
봄소식을 어찌 나뭇가지 보고 알 수 있나
꽃다운 맹세 홀로 매화와 맺었으니
고고한 그 꽃 보고 적적하다 말을 말라
一朶殘紅映雪宵
先春何用待風條
芳盟獨與梅花約
莫道孤高不自聊

두 가지 동백나무 각자 다른 정 있나니
동백 춘백 그 풍도를 누가 능히 평하리오
사람들은 모두 봄철 늦게 핀 꽃 좋아하나
나는 홀로 눈 속에 핀 동백 너를 좋아하네
兩柏天然各有情
冬春風度孰能評
世人摠愛韶華晚
獨我憐渠雪裏明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동백은 매화와 함께 고고함의 상징으로 자주 형상화되었다.
김성일은 두 편의 작품에서 동백꽃의 고고함과 풍도를 노래했다. 작자는 눈 속에서 피어난 꽃이 매화와 맺은 약속을 지킨 것이라는 표현을 통해 선비의 외로운 절개를 암시한다.

남쪽지방에서는 혼례식의 초례상에 송죽 대신에 동백나무가 꽂혔다. 초례상위에 놓인 진녹색의 동백나무가지에는 동백처럼 오래 살고 동백의 푸르름처림 변하지 않으며 영화로움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시집가고 장가가는 행차에 아이들이 오색종이가 걸린 동백나무가지를 흔드는 것도 이러한 축복의 뜻이 담겨 있다.
동백은 오래 살며 변하지 않고 푸르기 때문에 신성과 번영을 상징하는 길상(吉祥)의 나무로 취급되었다. 남쪽의 해안 지역에서 동백나무가 무성하게 숲을 이루며 자라기 때문에 중요한 나무로 인식되는 듯하다

진도지방의 용왕굿에서는 초혼의 한 제구(祭具)로 동백떡을 만들어 사용한다. 물에 빠진 사람이 있을 경우에는 그 망자의 넋을 건지기 위해 동백나무가지에 동그란 떡을 여러 개 매달아 물가에 꽃아 놓는다. 그러면 하늘에 천도복숭아가 있듯이 물속에서 보면 지상의 동백나무에 떡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망자의 혼은 이 떡을 먹기 위해 물에서 육지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무속에서는 동백나무 가지에 떡을 매달아 죽은 사람의 넋을 건지는 무구(巫具)로 사용한다. 무속을 신앙하는 사람들은 산 사람이 동백꽃을 즐기던 것처럼 익사자의 넋이 동백떡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온다고 믿는다.

동백나무 가지로 여자의 볼기를 치거나 동백나무 막대기로 여자의 엉덩이를 치면 그 여자는 남자아이를 잉태할 수 있다는 미신을 낳게 하였는데 이것을 묘장(卯杖) 또는 묘추(卯錐)라 하였다. 그것은 동백이 주술적인 마력이 있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만약 동백나무를 구하지 못하면 호랑가시나무나 대추나무 · 복숭아나무로 대신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기능을 가진다는 막대기에 ‘묘(卯)’자가 들어가게 된 데는 중국의 고사가 곁들어 있다.
한(漢)나라 때 관리들은 모든 재액을 막기 위하여 허리에 단단한 나무망치로 된 장식품을 차고 다녔는데 이것을 강묘(剛卯)라고 했다. 한나라 중반 때 미신을 이용해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왕망(王莽)은 뒤에 유수(劉秀)에게 자리를 빼앗기게 되고 유수는 광무제(光武帝)가 된다. 이때 백성들은 힘으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유씨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劉)라는 글자를 파자(破字)를 하면 묘(卯) ․ 금(金) ․ 도(刀)의 세 글자로 된다. 여기에서 백성들은 유수를 싫어하였기 때문에 묘자를 싫어하게 되었고 나아가 묘일(卯日)까지도 싫어하게 되었으며 묘일에는 강묘라는 망치를 허리에 차고 나쁜 액운을 물리쳐야 한다는 미신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동백나무로 만들어진 망치는 액운을 쫓기도 하고 그릇된 것을 깨뜨리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것이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여자의 엉덩이를 쳐서 남자아이를 낳게 하는 연장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또한 동백나무는 많은 열매를 맺는 까닭에 민간에서 다자다남을 상징하게 되었고 나아가서 이 나무는 여자의 임신을 돕는 것으로 믿어졌다. 그런데 이런 풍속에 중국의 유수 설화에서 기인한 강묘 풍습까지 곁들여졌다는 것이다.

동백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 가운데 가장 귀중한 것은 동백기름이다. 꽃이 지고 난 다음 늦가을인 11월쯤이 되면 살구 만하게 열린 열매가 알밤처림 떨어진다. 동백 열매를 주워 모아 이를 씻어 말리고 절구에 넣어 껍질을 부수고 키질을 하여 속살만 모은다. 속살만을 더 곱게 빻아서 삼베 주머니에 넣어 단단히 묶으면 기름떡이 되고 이것을 기름판에 올려 짜면 동백기름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동백기름은 맑은 노란색인데 변하지도 않고 굳지도 않고 날아가지도 않는다고 한다. 동백기름은 머릿기름 외에도 식용유 ·등유 ·약용으로 썼다고 한다. 식용유로는 최고급품으로 평가받았으며 등잔불은 다른 기름에 비하여 그을림이 적고 불길이 밝다고 한다. 또 민간약으로서 부스럼에도 사용했다고 한다.

동백나무꽃은 그 꽃이 피기 전에 채취하여 말려서 약으로 사용하였는데 생약명은 산다화라고 하였다. 지혈작용을 하기 때문에 멍든 피를 풀거나 식히는 작용을 하며 피를 토하거나 장염으로 인한 하혈, 월경 과다. 산후 출혈이 멎지 않을 때 물에 달이거나 가루로 빻아 사용한다. 그 밖에 화상이나 타박상에는 가루로 빻은 약재를 기름에 개어 상처에 바른다.
동백 열매에서 얻은 기름과 꽃을 말려 얻은 가루는 중요한 약재로 인식되었다.
동백기름은 화장용 머릿기름으로, 식용유로, 난방용이나 약용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특히 부스럼약에 특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백꽃가루는 피를 멎게 하는 약성이 있어 민간에서 지혈제로 사용되었다. 몸에서 피가 나오거나 외상의 경우에도 흔하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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