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나팔꽃 본문
나팔꽃은 아침 일찍 피었다가 정오가 되기 전에 시든다. 그리고 색깔도 다양하여 유전학상으로 변종이 130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 꽃을 ‘바람둥이꽃’이라 하여, 정절을 중히 여기는 미망인들은 심기를 꺼렸다고 한다.
꽃잎이 일찍 피었다가 시들기 때문에, 정절과 지조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 것이다.
나팔꽃은 네팔, 히말리아가 원산지인 듯하며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널리 퍼졌다. 나팔꽃은 원래 씨앗을 약으로 쓰기 위해서 들여온 것이라고 한다. 길 가나 빈터에 심으며, 관상용으로도 재배를 한다.
꽃 모양이 나팔모양을 닮았다. 넙죽이 벌어진 통꽃의 꽃잎 꽃통 속에서 나팔소리가 터져 나와 울려 퍼질 듯한 모습이어서 나팔꽃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나팔꽃 씨앗은 견우자(牽牛子)라고 하며 하제(下劑)구실을 하는 가정상비약으로 써왔다. 견우자(牽牛子)라는 이름이 무엇 때문에 붙었을까? 옛날에는 나팔꽃 씨앗을 주고 그 대가로 소 한 마리를 끌고 왔기 때문에 견우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나팔꽃씨(牽牛子)가 『세종실록』 지리지에 약재로 기록되어 있어 이미 조선 초기에 나팔꽃이 우리나라에 자라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나팔꽃은 최근 학교나 학자들의 실험재료나 대기오염 측정도구로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나팔꽃의 잎은 미량의 대기오염물질인 오존 ․ 이산화항 ․ 옥시단트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잎의 표면에 붉은 반점을 형성한다. 나팔꽃은 덩굴의 아래 잎이 피해를 받아도 위 잎은 꾸준히 자라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계속 방출되는 곳에 놓아두면, 시간에 따른 오염정도를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옛날 아이들은 나팔꽃으로 풍선을 만들어 놀았다. 나팔꽃은 일찍 시든데, 이때 시든 꽃송이를 따서 꽃이 붙어 있던 자리에 있는 둥근 구멍에 입을 대고 불면, 꽃 부분이 부풀어서 풍선 모양이 된다. 꽃의 끝이 찢어지지 않게 숨을 잘 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