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난초 본문
난초는 그 꽃의 모습이 고아할 뿐만 아니라 줄기와 잎은 청초하고 향기가 그윽하여 어딘지 모르게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범상치 않는 기품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난초의 이러한 모습을 군자나 고고한 선비에 비유하였던 것이다.
난초가 다른 사군자와 함께 군자로 존칭되는 것은 속기(俗氣)를 떠난 산골짜기에서 고요히 남몰래 유향을 풍기고 있는 그 고귀한 모습에 유래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초를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소나무와 대나무와 매화는 군자라고 할지라도 완벽을 기하지 못하고 있지만 난초는 완벽하여 군자중의 군자라고 말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소나무는 향기가 적고 대나무는 꽃이 없으며 매화는 꽃이 필 무렵 잎을 볼 수 없지만 동시에 꽃과 잎 그리고 향기를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은 수선과 국화 외에는 난초뿐이기 때문이다.
가람 이병기는 “고서 몇 권과 술 한 병, 그리고 난초 두서너 분이면 삼공(三公)이 부럽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난을 아는 선비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군자학을 지향하는 학자의 방 서안 머리에는 난초 화분이 놓여 있었다. 그 화분에는 자기의 형상을 난과 일치시킴으로서 군자의 도를 지향하고자 하는 선비의고결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일찍이 여항(閭巷)이란 땅에 가서 있을 때 난초 한 분을 선물로 주는 이가 있었다. 그것을 서안 위에 받아 놓았는데, 찾아오는 손님을 대접하고 더불어 한참 담화할 때에는 난화의 향기가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밤이 깊어 오래도륵 앉아 있으려니 달은 창에 비쳐 드는데. 난화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맑고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마음으로 사랑할 뿐이요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난초는 외떡잎식물 난초목 난초과에 속하는 식물의 총칭이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피며. 매우 다양한 관엽식물로 애호가가 많다. 세계에 약 700속 2만 5000종이 알려져 있고, 한국 자생종은 39속 84종이다. 원예상에서는 동양란과 양란(서양란)으로 구별하고 있다. 동양란은 한국 ·일본 ·중국에 자생하는 것이며 보춘화 ·한란 등의 심비디움속(Cymbidium)과 석곡(石斛) ·풍란(風蘭)을 포함한다.
난초는 청아한 향기와 부드러운 세련미, 고귀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식물이라 생각하여 소중하게 여겨 왔다. 매(梅) · 국(菊) · 죽(竹)과 더불어 사군자(四君子)라 일컫기도 하고 매화 · 대나무 · 국화 · 연꽃과 함께 오우(五友)로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