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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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멧돼지와 눈싸움 기싸움 하던 날

까미l노 2014. 10. 2. 16:30

올해  제주도에는 온전한 햇살 구경이 쉽지가 않아

아침에 날 좋은 날 햇살이라도 온전할라치면 그만 봄빠람 든 줌마처럼 가심이 싱생숭 거린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요즘 사람들은 햇빛에 지나치게 민감해서 특히나 여성들은 아예 완전무장으로   

저 중동의 무슨 전사들처럼 하고 다니는데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주 햇빛을 몸에다 쪼여주는 게 좋다고 의사들도 그러더라만...

 

어릴적부터 온 몸을 불사르며 산과강 들과 바다 할 것 없이 다니면서 뽀얀 피부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지금도 햇살만 보이면 몸뚱아리를 말리려고 길을 나서곤 한다.                                                              

 

제주올레 6코스 시작점의 쇠소깍 상류

 

산록도로변에 잔뜩 자라고 있는 강아지풀 보다는 아주 큰 '슈크렁' 이름에서 보면 외래종이지 싶다.

 

오랫만에 농장엘 갔더니 독일에서 가져와 심은  열대식물 글루카시아의 거대한 잎이 신나게 자라고 있었는데

이녀석의 잎은 비 오는 날 아래에 숨어도 내 한몸 가리고도 남을만큼 넉넉하다.

토란 잎처럼 생겼는데 먹을수 있는 식물이라면 얼마나 푸짐할까...^^

 

새로운 버젼의 허수아지매

나도 깜빡 속았을 정도로 정교(?)한 모습으로 만들어진 허수아비가 아닌 허수 저거 엄마다...

뒤쪽에서 봤을 때는 밭에 앉아서 일하고 있는 그냥 보통의 농사꾼 아주머니 같다.

 

해발 700고지 한라산 둘레길 안내센터 사무실 뒤 숲에다 무우 씨를 뿌렸더니 금새 싹이 올라왔다.

새싹나물 비빔밥이 생각난다...

 

 

 

처음으로 나방의 사랑을 발견한 날

날개가 곧추서면 나비이고 납작하게 바닥과 수평이 되면 나방인데

이녀석들은 사랑을 나눌 때도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꼬리 부분이 포개진 모습으로 사랑을 한다.

 

가을이란다...

동백나무가 잎도 열매도 더 떠나보내고 쭉정이만 빈 가지에 달려있다.

사실 동백은 상록성인데 얘는 몸이 아픈 것인지 어찌된 건지 빈 가지 뿐이다...

 

꽤 늦은 코스모스다

잦은 태풍으로 미리 피었던 꽃들은 벌써 다 지고 없는데 이녀석들은 이제서야 하늘거리며 피어났는데

때를 잘 타고 났다고 해야겠다...
박각시 나방이 꿀을 찾아 날아들고 있다.

 

 

 

 

하늘 끝 소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는 두루미 한마리

 

 

남방한계 식물의 일종인 황금화(에르네르스)

 


이 자식이 나를 노려 보기 시작한다.

여차하면 달려올 기세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 일이야 있을까만 아침부터 둘레길 초입의 숲을 샅샅이 훑고 툭 튀어 나온 주둥이로 흙을 파고 돌아다니던 녀석인데

밤톨을 주우러 다니다가 갑자기 내 근처에 나타난 녀석인데 몸집은 아직은 완전히 크지 않은 중간쯤 되어 보이는 놈이다.

 

급하게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다가 달려올 기세로 노려보면 잠시 나무 뒤로 피했다가 다시 찍을려고 했더니

이녀석이 나를 대수롭다고 여겼는지 금새 먹이 활동에 열중하곤 한다.

 

처음엔 도토리 밤 나무 뿌리를 파헤쳐 먹는줄 알았는데 나중에 이놈이 떠난 자리를 확인해봤더니

곧 닥쳐올 겨울을 대비해 낙엽아래 무더기로 있는 애벌레 덩어리를 찾고 있었다.

밤을 줍다가 낙엽 아래를 들추면 수백마리의 애벌레들이 서로 뭉친 채 우글거리는 걸 발견하는데 아마도 이것들로 단백질을 보충하는게 아닌가 싶다.

 

 


급한 마음을 추스리고 차에 달려가서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를 들고 다시 왔더니

다행히도 아직 그 자리에서 먹이활동에 열중이다.


5미터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하여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사진을 찍는데

이녀석 내가 하는 짓이 가소롭기라도 한건지 우두커니 서서 나를 가만히 지켜 보기만 한다.

보통 멧돼지들은 사람을 보면 무조건 도망을 가곤 하는데 물론 도심에 나타난 놈들은 당황을 하게 되면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만

 

숲에서는 교미할 때를 제외하곤 주로 새끼들을 포함해 가족들이 몰려서 다니는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사람을 발견하면 무조건 지들이 먼저 도망을 간다.

 

아직 한라산에서는 한마리가 단독으로 다니는 것만 봤고 새끼는 못 봤는데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놈은 대략 30년 전에 멸종이 되었고

지금 숲에 돌아다니는 녀석들은 집에서 키우던 것들이 도망쳐 나와 야생으로 변했다고 한다.

어금니가 날카로운데 중간 크기만 되도 어금니 길이가 10센티미터 정도 삐죽히 솟아 너온 걸 알 수 있다.

 

순식간에 달려올 것 같아서 조심은 하는데 사진을 찍으면서도 털이 삐죽히 서는 것 같고 소름이 돋기는 했다...

 


금방이라도 달려올듯한 기세로 노려본다.



 

 


숲속에서 멧돼지를 만나면 절대 놀래 고함을 치거나 뒤돌아서 도망치면 안 된다.

보통의 멧돼지들은 홀로 다니는 놈이거나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데 새끼랑 있을 땐 멧돼지가 먼저 도망을 가는 경우가 많고

홀로 돌아다니는 놈도 덩치에 따라 한참을 경계하면서 쳐다 보기만 하거나 도망을 가는데 반드시 마주한 채 눈을 바라봐야 한다.

뒷모습을 보이거나 눈을 피하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

 

두 세살 정도가 넘은 놈들은 별로 겁을 내지 않고 먹이활동을 하면서 사람을 경계하는데 

주변 지형을 재빨리 살펴 큰 나무 뒤로 피하거나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높은 나무가 있는지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눈을 마주한 채 가만히 서 있으면 보통은 멧돼지가 제 갈길로 그냥 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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