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너는 어느 별똥별에서 와 버리게 된거니? 본문
소나무와 초피나무의 동거
이 말채나무는 어린날 무슨 고초를 겪게 되었던걸까?
활엽수의 특성대로 곧게 한줄기로만 자라지는 않는 것처럼 밑둥 바로 위에서 두 가지로 생장한 모습인데
이 말채나무가 갈라져서 자라기 시작한 부분에 생겨졌던 옹이구덩이에 가녀린 작은 가지의 초피나무 하나가 쏘옥 올라왔었다.
바람결에 날아가던 초피의 씨앗이 우연히 저곳에 떨어졌을테고 싹을 틔웠지만 얼마 못 살겠지 싶었는데
다행하게도 한겨울을 꿋꿋이 잘 버텨 이제는 꽤 나무같은 모습을 하고 산다.
옹이가 생기고 나무는 크게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랫 부분인 옹이 자리에 구덩이처럼 흙과 풀 조금씩의 수분들이 모여 마치 작은 화분처럼 되었다.
그랬는데 오늘 문득 세심하게 살폈더니 또 한쪽 귀퉁이에 소나무란 녀석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서로 자리를 내어주려고 배려라도 했던 것처럼 많이 차지하지 않고 둘 다 가장자리에 붙어서 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추어탕에 넣어 먹는 거라고 하면 아, 그거 라고 알아듣는 산초와 초피나무 열매
제주도에 많이 자생하는 건 초피나무이고 육지에서는 산초를 많이 볼 수 있다.
둘의 구분은 가지의 가시로 구분하는데 산초는 가시가 어긋나게 나고 초피는 마주 보면서 생긴다.
초피나무 근처는 모기도 접근을 싫어하는데 제주도에서는 초피나무 잎을 여름철 자리돔 물회에 넣어 먹기도 한다.
솔방울은 자식 교육이 철저한 부모때문에 푸른 색으로 태어나 한겨울 맹추위를 견뎌내게한 다음 두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으로 떨어져 나온다.
솔방울의 속을 보면 아주 얇은 날개처럼 된 씨앗이 보이는데 이놈들 중 하나가 하필이면 이 구덩이로 떨어졌었나 보다...
일단 자리만 잡으면 아무리 척박한 곳이라도 약간의 수분과 햇빛만 있어주면
끈질기게 버텨서 악착같이 살아내는 한국인처럼 한살배기 이녀석도 남의 피부 부스럼 자국을 집 삼아서 열심히 살아낼려고 발버둥치는 중은 아닐까...
흔드는 것이 손수건인가 했더니 갈메기 같은 구름 한족이 난다...그랬지?
미쿡 담쟁이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소나무를 타고 오른다.
니가 어떤 몹쓸 덩굴들처럼 소나무를 힘들게 하는 녀석이었으면 내가 가만 둘 수 없었을텐데 너는 그리 나쁜 녀석은 아니라서 그냥 둔단다...
가까이 다가서 코를 대고 킁킁...
그러지 않아도 머리 속까지 맑게 해주는 듯한 향긋함이란...
인위적인 인간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산에 들어가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도 주변이 온통 싸한 향기가 나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데
근처 수풀을 유심히 살펴 보면 어김 없이 이녀석의 줄기를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자연에서 자라는(야생이라는 표현은 일본식이니 사용하지 말기를)더덕이다.
꽃이나 버섯 나무에서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것들이 더러 있는데 더덕처럼 뿌리에서 사람의 머리를 맑게 해주는 식물들도 있다.
사무실 주변에 작년부터 어디서 날아왔는지 더덕 씨앗이 발아하고 줄기가 올라오기 시작해서
꽃사진만 찍고 잘 보호를 했더니 올해는 주변 사방에서 줄기와 꽃이 피기 시작했다.
아쉬운 것은 한라산이 화산지대였기에 흙이 많은 육산이 아니라 돌이 무척 많은 곳인데
땅을 조금만 파도 금새 돌밭임을 알 수가 있을만큼 삼다도라는 이름의 돌 여자 바람이 무색하지 않게 돌투성이다.
그래선지 흙이 적고 토양이 다소 거친편 때문인지 가까이 다가가도 더덕 특유의 향긋한 향을 맡을 수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남쪽과 북쪽(남방과 북방이라 그런다)한계 식물이 많은 제주도의 특징이 여러가지 있는데 연중 강우량이 울릉도만큼 많고
그 가운데 덩굴식물이 많이 자라고 열대 식물들이 쉽게 생장을 하는 곳이기도 해서 곶자왈에 들어가 보면 흡사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한 장면 같기도 하다.
넌 도대체 어느 별똥별에서 떨어져 온거니?
니 자신도 모르게 별에서 툭 떨어졌길래 거기에 서성대고 있는 것 아니니?
걸어서 거기 올라간 거라고 나한테 공갈칠 생각일랑 말어야...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던 대서양의 절벽 끝까지 걸어가 본 나도 너처럼 더 이상은 갈 수 없는 곳에서 그렇게 퍼질러 앉아 있어봐서 니 맘 다 알어...
누가 너를 보고 나방의 애기라고 할 수 있겠니?
니 이름이 왕거위나방엄마의 애기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털가루 날리는 흉칙한 대형 나방의 아이 라고는 상상이 안 되는 거잖어?
아마도 사람의 능력으로는 니가 가진 그런 색깔을 만들 수는 없을걸~
궁금해서 그러는데 미세한 작은 니 촉수같은 니 더듬이로 기어 다니는 것인지 아니면 니도 눈이 달려서 보고 기어 다니는 거니?
아냐...아니겠다.
보이지는 않으니까 거기까지 기어 올라갔겠지
그래서 더듬이 끝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을 감지하고선 니 몸을 되돌리고 있었던게지...
돌아설 때가 언제인지 잘 아는 너는 참 영리하구나...
나였다면 거꾸로 매달려 내려갈려고 애썼거나 버텨 보다가 종내는 뛰어내렸을거야...
가다가 가다가 더는 갈 곳이 없어 한 곳에 머문 그러고 있는 모습은 예전 어느 때의 내 모습 같아서 애처롭구나...
그렇다고 연약한 니 피부가 내 체온에 데일 것 같아서 함부로 만질 수도 없고 나뭇가지로 옮겨줄래도 그 보드라운 니 피부에 상처 생길까봐 그마저도 못하겠다야...
내가 너에게로 향한 쓸데 없는 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가 다시 오면 그 시간이 극히 잠시겠지만 아마 너는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없게 될테지...
언제나 비 개인 후 사무실 앞 풀밭에 우루루 나타났다가 햇살이 비추이면 언제 있었던 건지도 모르게 사라지곤 하는 애기먹물고깔버섯들
긴꼬리 제비나비랑 산호랑나비가 비슷하긴 하다만
만지면 니 그 푸르디 푸른 은은한 청색의 꽃가루 아니 꽃이 아니고 니 날개 가루가 묻어날까?
형광 조명 같은 불빛에서도 볼 수 없는 흩뿌려 놓은 것 같은 니 날개색깔은 니가 산중 나비의 왕이라고 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구나...
살짝 사춘기 청소년으로 접어 드는 애기 밤송이
너희들은 절대 시간에 대한 거짓은 하지 않는 착한 녀석들이다...
아마도 작년 이맘 때 왔다간 그 시간이 한치 오차도 없이 되돌아 온 것이겠지?
아니 누리장이 뭐냐고...
니네 아빠나 엄마가 지은 게 아닌데 사람들이 니 이름을 참 고약하게 만들었어...
별로 사랑을 못 받긴 하지만 잘 살펴 보면 아름답기 그지 없는 너
옛사람들은 먹거리가 풍족하지 못해 어린 새순인 너를 나물로도 먹었다는데 요즘은 니가 이렇게 예쁘게 하고 있어도 별로 눈길을 주지 않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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