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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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l노 2014. 8. 17. 18:00

비내린다

여우같은 비가 내리다가 호랑이 장가 가는 날이 됐다가 다시 소나기가 내리고

무슨 침략자들처럼 안개가 몰려오더니 이내 쌀랑한 날씨가 반복 되어지는 변덕을 부린다.

여우비는 왜 이름이 여우비가 되었을까 변덕장이 같아서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어릴적 비가 내리다가 잠시 반짝 해가 비추면서 비도 같이 내리는 날을 호랑이 장가 가는 날이라고 했는데 그건 또왜 그랬을까

비가내리면 참 좋다 꺠끗해서 좋고 쉬원해져서 좋고 귀찮게 구는 벌레들이 없어서 좋고 덥지 않아서 좋고

쌀쌀해지는 날씨가 되기도 해서 따뜻한 옷을 입으면 포근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자꾸 좋다...

 

 

비가 조금씩 내리면서 한라산 둘레길 숲에 안개가 자욱해진다 .

나무를 깎다가 무심코 쳐다본 발 아래 아주 조그만 녀석 하나가 쏜살같이 내달리고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재빨리 종이컵에다 담았다.

괴롭히게 되는 것 같아 조금은 미안하기도 했지만 사진 한장만 찍고 되돌려 보내줄테니까 신경질 내지 말고 조금만 참으라고 달랜다.

한라산 긴꼬리장지뱀 이라는 녀석의 애기는 오늘 처음 본다 .

길이가 꼬리까지 대략 4센테미터나 될까 발가락이 정말 앙증맞다.

 

 

비 그치고 햇살 비추이니 예의 쇠살모사라는 녀석들이 줄줄이 축대 위로 나섰다.

냉혈동물 특유의 체온조절 때문에 몸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서인데 가까이 다가가도 별반 놀라지도 않고 멀뚱멀뚱 쳐다본다.

새끼들은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면 뒷걸음질을 하곤 한다.

 

한라산 둘레길 동백길 초입 시멘트벽 축대 위에 줄줄이 해바라기를 하러 나오는 녀석들이다.

 

 

 


 

 

사무실 앞 고사목에 긴꼬리딱따구리 부부가 교대로 열심히 집을 만들더니 이사를 오지 않았다.

한라산 딱따구리들이 사람들에게 그닥 심한 경계심을 가지지는 않는데 아마 새끼를 낳을 시기여서 조심을 했는지 집만 열심히 만들고서는 아예 오지를 않았다.

사진들을 찍는답시고 삼각대를 설치하고 탐방객들이 많이 지나다니다보니 아무래도 불안했던 것이리라.

 

 

 

 

 

처음엔 지렁이라는 녀석이 왜 나무에 데롱거리고 있는가 했었다.

땅바닥을 기는 모습은 영락 없이 지렁이인데 자세히 봤더니 산거머리란 놈이었다.

 

마치 거미처럼 제 몸에서 끈적거리는 실 같은 걸 뽑아내어 나무에서 내려오는데 어미가 나무 위에다 산란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히말라야 거머리는 길이가 상당히 짧은데 거꾸로 서서 입을 살갖에 대고 피를 빠는데 좀처럼 떨어지지도 않는 정말로 제이름처럼 찰거머리 같은 놈들이다.

히말라야에서는 우기에 나무 아래를 지날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나무에 달린 녀석을 떼어서 잎사귀위에 얹었더니 가지를 타고 잘도 돌아 다닌다.

입이 마치 귀상어처럼 양쪽으로 벌어진 모습을 한다.

몸을 길게 늘어뜨릴 때 길이가 대략 15센티미터쯤 된다.

 

 

 

유럽의 도마뱀이나 장지뱀 종류들이 얼핏 봐서는 발가락이 주로 네개였던 것 같았는데 한라산 긴꼬리장지뱀 이녀석은 다섯개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주 어린 애기 장지뱀이었다.

주로 숲에서 나무를 타고 다니면서 벌레나 곤충들을 잡아 먹고 사는데 삼나무 껍질 사이를 잘 돌아다니곤 하는데 뱀이란 녀석들에게 잡아 먹히곤 한다.

 

 

 

야래는 스페인 산티아고 걷는 길 마을에서 발견한 장지뱀들이고 맨 아래사진은 안타깝게도 길에서 로드킬 당한 스페인 도마뱀인데 색깔이 무척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