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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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그대에게먄하고만년필옷신발이랑카메라에게도먄코두루먄타

까미l노 2014. 8. 4. 14:04

 

때죽나무를 감고 올라간 마삭줄 덩굴나무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그런데 둘중 누가 여자일까?)

 

 

 

비 온다

어제랑 그제랑 그그저께도 오더니

오늘도 또 온다

 

그래도 싫지만은 않다

그냥 내일도 왔으면 시푸기도 한데 뭐,

 

아직은 참을만한 것이 눅눅보다는 촉촉해서이다

얼추 한 일 년쯤 됐나

한동안 줄창 나무만 깎고 살았더니 온통 손에 상처 투성이고 손가락은 퉁퉁 부어 살찐 굼벵이 같다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혼자인 스스로를 발견하고 씁쓰레하게 웃곤 한다...

혼자인 것은 혼자 남게된 것인지 자초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가 못났기 때문일 것이다.

 

한겨울에도 그렇지만 이렇게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엔 아무 짓도 않은 채

사랑하는 사람과 맨살 닿여 죽음보다 깊은 잠을 자고 싶어진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팔베개 하고서 따뜻한 그의 엉덩이에 찬 내 뱃살 닿여 그렇게 죽어갔으면 싶어진다.

 

나무를 깎으면서 이 나무는 여늬 목에 걸어주고 싶어지다가

저 나무는 여늬 머리 맡에 세워 두는 상상도 하다가 어느날 누구 손에 쥐어져 떠나버린곤 한다.

 

살구씨도 매실 열매도 칠엽수랑 호두열매도 곱게 갈아 만들었었는데

예쁜 여자의 귀밑머리와 목덜미에 어울려있을 상상도 했는데

떠나버린 사람들처럼 기억에 없이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

 

뜬금없이 누군가에게서 선물이 받고 싶어지는 날

선물 별 취미 없어하는 대다수의 남자들처럼 나 역시 선물 같은 것엔 별 관심 없지만

요즘엔 몽블랑 만년필이 갖고 싶어진다

직접 사는 것 보다 선물로 받고 싶어진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주려는 사람도 없겠지만 행여라도 엄청 고마워서 감격하는 모습일랑 바라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사는 것이 그런 것인 듯 하여

이래 저래 포기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자꾸 잊어버리고 잊어버려지는 연습을 한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있는 건 좋은 것일까?

나는 그 누구 단 한사람의 기억에라도 남아있을까?

생각은 해보지만 바라지는 않는 것은 아마 측은해질 서글픔 때문인 듯 하다...







 

 

 

 

 

매실 씨랑 작은 호두열매를 깎은 목걸이

 

이런...

세찬 비바람이 시샘을 한 것일까?

빗자루 탄 마녀의 두 팔을 바람이 가져가버렸다

그냥 두었더니 이제는 빗자루랑 얼굴이랑 몸뚱아리마저도 데려가버렸다

 

 

떄죽나무 목걸이

 

숲에서 많이 보이는 사스레피 나무 원래는 곧게 자라는 편인데 덩굴나무들이 휘감고 올라가면서 조이는 바람에 몸뚱아리가 저렇게 꼬이게 되어버렸다.

 

 

숲에서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댄다

지랄~

땅꾼들은 휘파람을 불지도 않는다는데 뭐,

 

까만 대나무 뿌리를 깨끗이 씻어 그늘에 말리고 칼로 깎아 샌드페이퍼로 곱게 다듬어 만든 오죽 피리

 

 

잊고 산 모든 것에게 미안해진다

사 두고서 오랫동안 신지 않았던 신발에게 먄코 입지 못한 옷에게도 먄타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아 말라버렸을 카트리지 속 잉크 때문에 만년필에게 먄해지고

나무 깎는 일 때문에 사진 찍으러 길에 서지 못해서 카메라에게도 먄타~ 

 

그런데 이제는 고만 미안해졌으면 싶고 고마워지는 일이랑 고맙다고 말 건넬 사람이나 있었으면 조케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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