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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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까미l노 2014. 8. 7. 14:08

 

 

사무실 앞 아스팔트 바닥을 부지런히 기어가는 이녀석의 정체가 뭘까?

지렁이 같은데 주둥이가 귀상어처럼 생겼다.

 

게다가 지렁이는 몸통에 마디가 있는데 이녀석은 마디라곤 전혀 없고 그냥 매끈하다.

혹 어떤 동물의 몸속에서 나온 무슨 충일까? 

 

오늘 다시 확인했는데 이녀석은 나무에서 떨어져내리는 산거머리였다^^

 

 

해마다 밤이 꽤 많이 열리곤 하는 한라산 둘레길 안내센터 앞 밤나무에

올해도 어김없이 손톱만한 밤송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 태풍 나크리 때 그만 많이 떨어져버렸다.

알은 작아도 약을 전혀 치지 않는 완전 자연산이라서 좋긴 한데 벌레란 녀석들이 죄다 먼저 시식을 해버려서 이쉽기는 하다...

 

 

 

참 웃기는 녀석이로세~

지금쯤은 성충이 되어 우화를 해서 날아 다니겠지만 고치 상태를 만들 때 하필 쓰레기 자루에다 둥지를 털었으니...

삼 사일 정도 지나니 고치가 점점 작아지면서 까만 색으로 변하다가 어느날 쓰레기 자루도 떠나버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숙명인가?

한동안 밤나무에 무수히 많이 붙어서 밤나무잎을 갉아먹더니 장마가 오기 전 모조리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었다.

 잎을 갈갉아먹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마치 가위로 종이를 오려내듯 잘도 잘라 먹곤 한다.

 

살짝만 건드려도 죽은 척 잔뜩 몸을 오므린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몸통 둘레가 어른 엄지손가락만 하고 길이는 약 7~8 센티미터까지 자란다.

연녹색 몸통에 털의 끝부분에 청녹색 동그란 눈 같은 점들이 줄줄이 보인다.

 

 

이녀석은 아예 사무실 천정부분의 캡스 신호등에다 고치를 짓고 살아간다.

이 종류위 애벌레는 덩치가 사뭇 큰데 고치를 만들 때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게 제 몸속에서 끈적끈적한 실을 뽑아내어서 만든다.

 

게속 지켜보지는 못해서 언제 빠져나와 땅속으로 숨어버렸는지 모르지만 아마 열심히 성충으로 우화하기 위해 땅속에서 몸부림 치는 중이겠지...

숲속 나뭇가지에는 이런 녀석들이 버리고 떠난 고치집들이 많이 달려있는데 바깥 부분의 나뭇잎은 애벌레가 번데기로 변화하려는 과정 중에 모두 먹어치워

잎맥부분만 그물집만 남는데 사람의 손으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가 없는 빈 아파트치곤 참 멋지게 생겼다.

홍단 딱정벌레랑 똑 같이 생겼는데 이녀석들은 온통 까만 색이다.

생긴 건 그렇지 않은데 뒤집어지면 거북이처럼 돌아 눕지를 못하는 신기하고도 미련한 녀석들이다.

 

그래도 사랑만은 아주 열심이다.

나는 지금 사랑 없어서 못살 지경인데 이놈들은 행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