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글 훔쳐오다 슬퍼진 밥 본문

측은지심

글 훔쳐오다 슬퍼진 밥

까미l노 2013. 9. 3. 00:04

 

 

 

 

밥이란 말씀이 다른 나라에도 있을까

이제 겨우 밥이나 좀 먹게 되었다는 말씀

 

그 겸허 실은 쓸쓸한 安分

그밥 우리나란 아직도 밥이다

밥을 먹는 게 살아가는 일의 모두 조금 슬프다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어머니께서도 길 떠난 나를 위해

돌아오지 않는 나를 위해 언제나 한 그릇 나를 위해

나의 밥그릇을 채워놓고 계셨다 기다리셨다

저승에서도 그렇게 하고 계실 것이다

 

우리나란 사랑도 밥이다

이토록 밥이다 하얀 쌀밥이면 더욱 좋다

 

나도 이젠 밥이나 좀 먹게 되었다

어머니 제삿날이면 하얀 쌀밥 한 그릇 지어 올린다

 

오늘은 나의 사랑하는 부처님과 예수님께 나의 밥을 나누어 드리고 싶다

부처님과 예수님이 겸상으로 밥을 드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분들은 자주 밥을 흘리실 것 같다 숟가락질 젓가락질이 서투르실 것 같다

다 내어 주시고 그분들의 쌀독은 늘 비어 있었을 터 이니까 늘 시장하셨을 터 이니까

밥을 드신지가 한참 되었을 터 이니까

 

정진규의 '밥'

 

 

 

나이 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 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여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 메게한 것이다

 

몸에 한 세상 떠 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며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며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 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 겨운가

 

--황지우--거룩한 식사

 

 

 

혼자 사는 게 안쓰럽다고

반찬이 강을 건너왔네

당신 마음이 그릇이 되어

햇살처럼 강을 건너왔네

김치보다 먼저 익은

당신 마음 한 상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함만복--'만찬'

 

 

 

 

 

 

 

오늘은쌀삶아먹는하얀밥에대해궁상을떨고있던중이웃집담부락에애잔한글들이있어서고이모셔오려는데한꺼번에수월하게퍼오기막아놓은글이라서아예원고지에다옮겨적기를한참이었는데부엌에서무슨달그락거리는소리가들린다아차번개처럼책상을밀친채가스불을끄고냄비를살핀다다행물이두어방울정도바닥에남아서연방탈채비를하며익을대로익은달걀세개가쩍갈라져달달거리고있었는데그제서야책상을밀칠때부딪힌무릅이아푸기시작한다요즘하도더워귀찮고해서쌀을삶아묵지않은지꽤되는데마침냉장고의계란사둔것이한참지난지라낼아침출근때는삶은계란이나먹을까해서불에올려둔것인데이놈의글쓰기때문에그만깜빡했었는데식겁은겁도아닌클날뻔했다분식집라면발건져올리는사내처럼이래저래나도언제나혼자먹어야하는밥은목메임이고서글픔이런가그래서오늘저녁도편하게과일로떄웠다

 


 

 

 

 

 

 

 

 

'측은지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밥...이젠 마지막으로 집밥  (0) 2013.09.15
오뽜랑 누야 땡땡 살자~  (0) 2013.09.15
  (0) 2013.09.02
우표값은 올랐는데 만년필 잉크가 말랐다...  (0) 2013.08.28
목각  (0) 2013.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