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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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미치도록 그리운 날엔

까미l노 2013. 5. 24. 18:53

곱지만밉고미워도고운내누이같은미치도록보고싶어졌으면좋겠다던곁을지켜주리라믿었던사람과등돌려살아온세상에는단한순간도행복이나희망조차도없었던미련도아무런애착도없는단하나의소원이래야곱게늙어가는것이라서미치도록그리운날엔그리워하자라는말도있던데미치고팔짝뛸만큼그리워도아무말않고참는자에게복은커녕환장할그리움만차곡차곡샇여만간다마누라도음꼬애인은있는것같기도했다가아니다라고해야되는현실같기도해서스스로도참애매타꽃보다아름다운사람은내눈에도분명있는데온전히내것으로못하는듯하니차라리이맘때피는나무의꽃이나탐한채여자보다아름답고꽃보다아름다운속옷운운하는게다숨쉬기조차힘든현실에버티고있을지라도세상끝까지달고갈수밖에없을치유되지않는상처를가졌어도늙어서로마주하게된다면가슴에담아둔변해져버리지않을단한마디사랑이라는말꽃잎을스쳐가는저바람마저도너에게서온듯한데다른세상속에서살며그냥이저렇게묻어둔채사는지금그리우니미치도록그리워하자근데내곁의자리는그냥앞뒤꼬리다접은채편히쉴수있는그런자리는결코아닐까내이유는내이유가아닌듯다른이의이유또한온전한그의탓만도아닌듯하다 

암자의 할머니가 주신 한라봉을 아껴서 까먹은 후 여러날동안 껍데기를 버리지 않고 방 안에 뒀더니 바싹하게 말라져 간다.

늙으면서 몸에서 혹 땀냄새나 뭇내 같은 거라도 날까 술은 못마시니 그렇다치고

행여 담배 냄새라도 날까 퇴근하면 무조건 빡빡 구석구석 양치를 하고 또 하고 샤워를 오랫동안 한다.

 

향수니 방향제 따위를 쓰지 않으니 귤껍질에서 나는 향기라도 방 안에 남아 있지나 않을까시퍼 한참동안 버리지 않았다...

화장품 때문일까?

여자가 사는 방 안엔 퀴퀴한(?)냄새보다는 향긋한 냄새가 나는 게 아닐까 시픈데 아니니?

 

 

 

 

이 녀석도 숲에서 나를 따라온 녀석일까?

머리도 눈도 입조차도 제대로 구분되어 보이지 않는 움직이거나 가녀린 다리를 보이지 않을 때면

그냥 작은 나뭇가지같이 일자로만 생긴 대벌레라는 녀석의 군무가 오죽으로 만들어둔 솟대에 올라 앉았다.

이녀석의 성충을 늦가을에 볼 수 있는데 그야말로 눈을 잘 씻고 보지 않으면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나뭇가지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래도 이 녀석이 다리가 세쌍인 것을 보면 엄연히 곤충은 곤충인게다.

건들기라도 하면 제 다리가 그토록 가녀린 것인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짝 세워서 앞뒤로 건들거리면서 방어자세를 취하는 녀석이로다...

 

 

안을 보렴...

동백나무 잎벌레의 등무늬가 보이지 않니?

새순도 연초록이고 벌레의 무늬도 연초록이고 애벌레의 집도 참 고운 연초록 극세사로 만들어진 이불같은 담장이다....

 

 

 

초롱꽃이로세~

한지로 만들어진 것 같은 꽃잎이 데롱데롱 많이도 매달렸네...

은은한 분홍 등불 빛이 세어나오는 것 같다.

 

예쁜 여자야!

향기나듯 예쁠지라도 소리는 들려주지 않는 니 속옷보다 더 예쁘지 않니?

 

살짝 흔들어보지 않으련?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청아하게 아주 작은 풍경소리가 들릴 것 같지 않니?

 

 

 

언젠가 그대들도 먹어봤음직한 돌나물(돈나물이라고 하기도)

초고추장에 살짝 버무려서 먹으면 이른 봄에 입맛을 돋구는 상큼한 나물이라

이 돌나물에도 꽃이 핀다는 사실하며 요로코롬 노오란 병아리 같은 예쁜 색깔을 하고 피어있을거라고 생각 해봤었니?

 

그런데 이녀석과 무척이나 닮은 꽃들이 있는데 잎모양을 잘 살피지 않으면 꽃만 보고서는 혼돈할 수 있는데

땅채송화,바위채송화,말똥비름,기린초,섬기린초등이 잎들이나 키만 각기 다르지만 꽃은 색깔이며 모양이 거의 같단다...

 

 

 

 

 

흔치 않은데 골무꽃이 이렇게 보라색으로 처연하게 핀 것은 처음 접하게 되었다.

보통 골무꽃이 자주색인데 정확하게 보라색을 띄고 있어서 다소 애매하긴 하지만 꽃모양과 잎모양은 영락없이 골무꽃인 것을

꽃술이 뒤쪽 꽃 속에 숨어 있어서 보이지 않는 것도 골무꽃과 똑 같으니까 말이다...

식물도감에도 자주색 골무꽃만 있다...

 

 

 

노랑꽃창포와 붓꽃이 서귀포휴양림 연못가에 잔뜩 피었다.

붓을 닮아서 붓꽃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는데 내 보기엔 영락없이 자수가 곱게 수놓아진 여성들의 속옷 같다.

뭐 눈에는 뭐 밖에 안 보인다고 하거나 말거나... 

 

 

연못에서 소금장수 두놈이 한 판 뜬다.

절대 지지 않으려는 듯 붙었다 떨어지고 다시 뒤엉켜 싸우기를 반복하는데 이놈들이 무슨 일로 그러는 것일까?

 

처음엔 짝짓기를 하는 것이려니 생각했는데 짝짓는 모습은 아니고 엎치락 뒤치락 다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몸집보다 엄청 긴 따리 때문에 싸움이 쉽지가 않은 듯...

 

 

드디어 꽃보다 여자가 아니라 여자보다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잘 씻지 않는 사람처럼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나무처럼 보인다고 때죽나무라고 이름을 지었다는데 듣는 때죽나무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그도 그럴 것이 꽃을 보면 향기며  생긴 매무새가 어디 제대로 씻지 않아 땟국물이 흐를 나무 같은가 말이다.

 

잎사귀 아래에 살짜기 숨은 듯 수 많은 종모양의 하얀 꽃들이 노란색 꽃술을 달고 데롱데롱 매달렸다.

때죽보다는 나무 껍질이 매끈하면서 잎사귀가 둥글고 넙적한 쪽동백나무의 꽃도 때죽나무꽃과 거의 똑 같이 생겼다. 

 

 

 

가막살나무. 분단나무. 곰의말채. 층층나무등 ..멀리서 보면 한 종류의 것처럼 보이는 나무들도 일제히 꽃을 달았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완전히 다른 꽃들임을 알 수 있는데 이 녀석들의 질서정연한 개화시기를 보면 인간인 내 상식으로서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나무가 자라는 곳이나 높낮이 고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결코 순서가 뒤바뀌거나 새치기를 하면서 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개나리 벚꽃 가막살 층층나무 곰의말채 때죽 쪽동배 박쥐나무 쥐똥나무...이런 비슷한 순으로 지고 피고의 순서를 기막히게 잘 지킨다는 것이다....

인간들도 이처럼 들고 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순서를 잘 지키면서 살게 되기를...

 

 

 

 

 

 

 

 

 

 

 

 

너 어디서 왔니?

니 이름이 모니?(양희은씨 버젼)

여자보다 예쁜 때죽나무의 꽃을 탐하던 내 옷에 붙어서 따라왔던 녀석일까?

 

복면달호처럼 만들면서 나도밤나무 잎을 갉아벅은 모습을 사진에 담던 내 카메라에 붙어 왔을까?

아니면  천적인 새를 피해 줄을 타고 내려오다가 나무 아래를 지나가던 내 모자 위로 떨어졌던 녀석일까?

 

왕거위나방 애벌레 녀석의 군무가 한창인데 접사 카메라를 바싹 가까이 들이대면 머리를 곧추 세우고 공격자세를 취하다가 

이내 죽은 척 꼼짝 않고 엎드려 있기도 한다.

 

나뭇가지로 살짝 건드리면 이내 다른 곳으로 다시 부지런히 기어가기 시작을 하는데 꼬물꼬물 기기만 할줄 알았지

건너편 다른 솟대로 점핑은 할수 없으니까 계속 하나의 솟대 위를 왔다 갔다 제 딴에는 분주하다.

가까이 들여다 보면 배 아랫부분에 빨판 같은 게 있어서 제몸 반 정도는 나무의 끝으로 기어가서 매달릴 수가 있는데

더 이상 나아가면 떨어지는줄은 아는지 몇 번 허공을 휘휘 저어 보다가 이내 포기하고 뒤로 돌아서기도 한다.

연초록의 새로 태어난 나뭇잎처럼 녀석의 몸뚱아리 색깔이 벌레치고는 참 곱다...

 

 

 

이 녀석이 갉아먹은 나도밤나무 이파리

그런데 잎을 갉아먹어도 참 예술적으로도 갉아먹었다.

아마도 미술을 전공한 왕거위애벌레가 아닌가 시푸다...

 

너도밤나무가 이웃집에 사는진짜 밤나무를 보고 너만 밤나무냐?  라고 따지고 있는데 근처에 있던 나도 밤나무가 너희들만 밤나무냐? 나도 밤나무다 라고 했다는데

가만히 듣고있던 밤나무가 가소로운 녀석들~ 너희들에겐 밤이 열리기나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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