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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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내 고향-천년고도 진주

까미l노 2013. 5. 9. 18:53

 

서울에서 진주까지 차로 4시간 남짓.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덕분에 오랜 세월 중앙정부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진주 사람들의 일상은 천 년 동안 이어온 그들만의 역사가 있기에 더욱 멋스럽고 여유롭다.

신록의 계절 5월에 더욱 매력을 발산하는 보배 같은 진주의 매력에 빠져보자.



진양호 주변에는 화사한 봄꽃이 만발했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위, 진주성


진주에 경사스러운 일이 생겼다.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 선정 이벤트'에서 진주성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진주성을 찾은 날 역시 영예의 1위를 자축하는 대형 현수막이 공북문 성벽에 내걸려 있었다.

공북문은 성의 정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성 안으로 들어서면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동상이 준엄한 표정으로 탐방객을 맞이한다.

아빠와 함께 여행을 온 초등학생이 동상을 한참 동안 유심히 관찰하더니 "아빠, 충무공은 이순신 장군 아닌가요?" 하고 질문을 던진다.
"물론 이순신 장군이 충무공이지. 하지만 김시민 장군도 충무공이란다.

충무공이란 나라에 무공을 세워 죽은 후 충무라는 시호를 받은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이기 때문에 여러 장군들이 있어.

이순신, 김시민, 남이 장군이 대표적이지."

아이의 궁금증을 단숨에 풀어주고 앞서가는 아빠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듯하다.

그렇다. 임진왜란을 대표하는 명장으로 흔히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먼저 떠올리지만

육지 전투에서는 진주대첩의 충무공 김시민 장군, 행주대첩의 권율 장군 또한 혁혁한 공을 세운 명장들이다.

 

이 중에서 진주대첩을 이끈 김시민 장군은 3천8백 명의 군사로 왜군 2만 명과 싸워 승리를 거둔 최고의 명장이다.

오죽하면 일본 전통극 가부키에서도 김시민 장군을 악역으로 등장시키겠는가.

김시민 장군 동상을 뒤로하고 촉석루로 발길을 돌린다. 촉석루는 평양 부벽루, 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꼽힌다.

촉석루는 2층 구조로 돼 있는데 사방에 벽이 없다. 때문에 어떤 때는 바람이 주인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달이 주인이 되기도 한다.

촉석루에 올라서니 서까래에 수많은 문인들의 글들이 걸려 있다.

자료에 의하면 정몽주, 이황, 정약용 등 당대 최고의 문인들이 이곳에서 시를 짓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남강은 알고 있다, 논개의 죽음을


1차 진주성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조선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치욕적인 패배를 경험한 왜군은 8개월 뒤 1차 때보다 훨씬 많은 3만7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진주성을 총공격한다.

이때 진주성을 지키고 있던 조선의 병사는 고작 3천4백 명.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피 튀기는 전투 끝에 조선의 모든 장병은 물론 민간인 7만 명까지 목숨을 잃었고 성은 함락됐다.

이러한 기록은 진주성 내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촉석루.


왜군은 2차 진주성 전투 후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촉석루에서 연회를 개최한다.

이때 의로운 죽음을 결심한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져 조선의 한을 풀어준다.

촉석루에서 남강 쪽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널찍한 바위가 물 위에 떠 있는데 그것이 의암이다.

 의암에 올라서면 잔잔할 것만 같은 남강의 거친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사동 거리는 진주에도 있다?!
진주성 아래 종합사회복지관 뒤편에 인사동 골동품 거리가 조성돼 있다.

북장대 아래로 이어진 도로변으로 600m 정도 이어진 길로 10여 년 전부터 형성됐다고 한다.

현재 20여 개가 넘는 골동품 가게들이 영업 중이다. 지금은 진주성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 번쯤 들러 골동품을 구입하는 코스가 됐다.



진양호 드라이브 구간에는 일찌감치 벚꽃이 만개했다.


5월이어서 더욱 좋은 경상남도 수목원


경상남도 수목원(055-254-3811)을 찾으면 계절의 여왕 5월이 고맙기만 하다.

 연녹색의 푸른 잎들이 세상 구경을 하며 재잘재잘 노래하는 듯하고, 꽃들은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

수목원에서는 열대식물원, 난대식물원 등 흔히 볼 수 없는 희귀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어 자녀들의 학습 체험장으로도 도움이 된다.

또 산림박물관에는 산림과 임업에 관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메타세쿼이아 숲길과 꽃길 주변에는 잔디 마당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데크가 준비돼 있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최단 코스는 산림박물관, 열대식물원, 화목원, 장미와 철쭉원을 연결하는 코스로 1시간가량 소요된다.

최장 코스는 대나무숲길과 전망대, 폭포, 분수대 등 수목원 대부분의 시설을 탐방하는 코스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개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어른 1천5백원, 어린이 5백원이다.

볼거리 다양한 청정 지역 진양호


서부 경남의 유일한 인공호수인 진양호는 맑은 날에는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른 아침이면 수면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색다른 광경을 연출한다.

일몰 시간이면 붉은 태양이 잔잔한 수면에 불을 지핀 듯 황홀한 풍경을 자아낸다.

 

경남 유일의 동물원도 이곳에 있다.

크지 않은 규모지만 범퍼카, 바이킹 등 아기자기한 놀이기구를 갖춘 진주랜드도 아이들과 함께 찾으면 좋다.

 어린이 교통공원과 물문화관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진양호동물원(055-749-2514)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어른 1천원, 어린이 5백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진양호의 고즈넉한 아침.

연인과 함께라면 진양호 일주도로 드라이브도 권할 만하다.

시원한 드라이브를 마친 뒤 전망대에 올라 탁 트인 진양호와 굽이치는 산세를 조망해보라.

일년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호젓한 분위기를 원하는 연인에게 안성맞춤이다.

사랑이 이뤄지길 바란다면 소원함에 편지를 넣어보자.

진주시에서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 때 소원을 빌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꼽히는 촉석루.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된 인사동 골동품 거리.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졌던 의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경상남도 수목원.

비빔밥에 육회가 올라앉았다?


진주를 찾았다면 꼭 진주비빔밥을 먹어봐야 한다.

진주비빔밥은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을 치르던 중 만들어진 음식이다.

 2차 전투에서 진주성이 함락되기 직전, 장병들과 백성들이 소를 잡아 육회를 만들고, 나물을 함께 넣어 비벼 먹었다.

육회로 사용하지 못하는 부위는 국을 끓였는데 선지도 함께 넣었다고 한다.

 비통한 사연이 담긴 진주비빔밥은 그래서 더욱 맛을 봐야 할 음식이다.

인터넷이나 현지인들에게 진주비빔밥 잘하는 곳을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천황식당을 소개해준다.

천황식당(055-741-2646)은 3대째 한 장소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80년 넘는 전통의 식당이다.

단층으로 된 기와 건물에 60년 이상 된 식탁과 의자들이 이곳의 역사를 대변해준다.

유리창, 외벽, 전화기 등 어느 것을 봐도 최소한 40년은 훨씬 넘은 물품들이다.

 

그야말로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황식당에서 내놓는 비빔밥은 나물이 상당히 부드럽다. 더군다나 씹기 편하도록 잘게 썰어서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비비기가 좋고 먹기도 좋다. 육회는 신선한 선홍색을 띠고 있다.

 

재래식 메주로 빚은 간장과 특유의 비법으로 만든 고추장이 전체적인 맛을 이끌어간다.

함께 내놓는 선지를 넣은 쇠고깃국 또한 맛이 일품이다.

손님들 중에는 이 국만 따로 팔아도 되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다.

혹여 짠맛에 길들여진 입맛이라면 심심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임에는 이견이 없다. 가격은 8천원.

청정한 진양호를 닮은 어탕국수와 붕어곰탕


진양호를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어탕국수란 메뉴가 눈길을 끈다.

도로변으로 여러 식당이 있지만 잔재주 부리지 않고 제대로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 있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붕어와 잡어는 경호강에서 잡아온다.

물고기를 냉동 보관하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을 직접 손질해서 요리한다. 때문에 재료 자체가 신선하다.

 오래 끓일수록 맛이 깊어지는 음식이다 보니 주문하면 먹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

 

이때 내놓는 것이 김치전인데 그 맛이 일품이다. 김치전을 다 먹을 무렵 주문한 어탕국수와 붕어곰탕이 나온다.

어탕국수는 기호에 따라 산초가루를 조금 넣어 먹으면 맛이 한층 새로워진다. 붕어곰탕은 오랜 시간 고아낸 덕에 맛이 깊고 진하다.

약탕을 먹는 기분이다. 아이들에게는 피라미튀김이 좋다.

 내장을 제거했기 때문에 식감이 좋고 고소한 맛이 강하다. 가격은 어탕국수 7천원, 붕어곰탕 1만원.



진주성에서 일상을 보내는 진주 시민들.

토요일에는 이곳도 좋아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서 3시까지 진주성 촉석루를 찾으면

진주검무, 진주포구락무, 진주교방굿거리춤 등 무형문화재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진주 소싸움(055-749-2114) 역시 볼 만하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6시까지 진주 전통 소싸움 경기장(진양호 후문)에서 진행된다.

5월 24일 금요일부터 26일 일요일까지 진주성 일원에서는 논개를 추모하는 진주논개제가 개최된다.

축제 기간에는 진주교방의 악가무, 음악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토요 상설 진주 소싸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된 인사동 골동품 거리.

여행 정보

▲찾아가는 방법

자가용서울에서 4시간 소요
비행기대한항공 김포-사천 2회, 아시아나항공 김포-여수 5회 운항(주말 기준)
기차서울역-진주역 KTX 매일 6회 운행
숙소진양호 내에 있는 아시아레이크사이드 호텔(055-746-3734)이 시설이 좋다.
그 외에 시내에 모텔이 많으며 외곽에는 펜션이 여럿 있다.
문의진주시 문화관광과(055-749-2054, http://tour.jinju.go.kr)



내장을 제거해 담백한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피라미튀김. 제대로 된 보양식을 먹는 듯 진하고 깊은 맛을 내는 붕어곰탕. 진주비빔밥 한 그릇에는 민초들의 애환과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레이디경향 기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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