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숲에서 본 그녀의 속옷 본문

모산청우

숲에서 본 그녀의 속옷

까미l노 2013. 5. 16. 21:59

 

한라산 둘레길 초입엔 때 아닌 가을 오솔길 같은 낙엽이 한참이다.

상록활엽수들이 사람들 몰래 옷을 갈아 입은 것이다.

원래 상록수란 사철 푸르른 잎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잎이 나오면서

사람들 눈에는 띄지 않게작년의 잎은 슬그머니 떨꾸는 옷 갈아 입기를 했던 것이다. 

 

 

부부인 듯 한쌍이 낙엽이 떨어지는 길을 걷는 뒷모습을 찍을려고 했더니 부인이 뒤를 돌아보더니 내 사진에 방해가 될까 후다닥 길 옆으로 비켜나려고 한다.

다정한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담을려고 했거늘...

 

 

조금 아래 둘레길 안내센터 바로 앞 길엔 비목의 꽃잎이 후두둑 비 오듯 떨어져 내린다.

나무에서 잎들의 아래에 가득 열린 열매처럼 달렸던 꽃일 땐 노랑색이다가 제 할 일 다하고 떨어지는 모습엔 어느새 하얀색이 되었다.

비목의 꽃잎이 아닐 거라고 짐작이 되어 근처를 둘러봐도 하얀꽃을 피운 아무런 나무가 없어

그에 부러진 나뭇가지를 주워 비목나무를 향해 던졌더니 하얀 꽃잎이 마구 휘날린다...

 

 

 

벌름벌름~

수염 덥수룩한 소의 콧구멍인가?

나무의 구멍난 옹이 속에 작고 소담한 꽃나무 한그루 올라왔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시푸다...

 

 

 

베어낸 나무의 넓직한 판 위에 '대왕거저리' 한마리가 턱 하니 올라섰다.

 

 

마을 어귀의 할아버지 팽나무

육백살 넘게 사셨다는데 커다란 바위를 움켜쥐고 허리 떄문에 지팡이를 짚고 사시는 모습이다...

 

 

 

마삭줄 십미터만 보내주세요...

서울 모처에서 분재로 한 삼십 년 정도 키워보고 싶다면서 마삭줄 덩굴을 부탁한다.

덩굴성 식물인데 잎이 수시로 빨간 단풍이 생기는데 대단히 색깔이 곱다.

이 녀석의 분재가 그토록 아름답다는데 글쎄 엉터리 애완가들과 말 잔등에 올라타고 괴롭히면서 올림픽 한다고 승마라고 하고

나무를 철사 따위로 옭아매서 분재로 키우는 사람들을 경멸하는지라...

 

 

드디어 열렸다.

그런데 많이 먹으면 배가 살살 아파오는 뱀딸기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산딸기도 나올 것이고 복분자 딸기도 숲에 지천일 것이다.

그러면 딸기 도보여행을 해야하는데...

 

 

엉겅퀴 큰 녀석이 막 분홍자태를 드러내는 중이다.

이 녀석의 사촌들 중에 방가지똥이라는 녀석과 조금 작은 주홍서나물이라는 것도 있는데

엉겅퀴 방가지똥 주홍서나물 이름들을 누가 지었는지 고상하다 해야할지 고약하다 해야할지...

 

 

우와아~

곰취다아~

몸에 좋고 맛도 좋은 곰취다아...

 

 

 

 

 

 

거품벌레의 예쁜 집

이 녀석들은 어떻게 몸에서 이런 거품을 만들어 내는지 다음엔 이녀석의 몸체를 한 번 찾아봐야겠다.

오늘은 차마 거품집을 부수고 녀석의 정체를 확인할 수가 없어 그냥 간다이...

 

 

 

돌복숭이다.

약에 쓰면 좋다던데...

 

 

 

미깡이라는데 왜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까?

차라리 애기밀감이라고 하면 예쁘고 더 좋을텐데...

 

 

 

돌나물꽃이 소담스럽게 피었다.

나물도 맛있는데 꽃도 참 곱다야~

그런데 그냥 채송화처럼 분홍색이 아니다...

 

 

이 가시를 보고 사람들은 과연 그 맛있고 쌉싸름한 두릎을 연상할 수 있으려나...

 

 

꽃과 열매가 아름답고 새순이 나물로 그만인 누리장 나무의 새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ㅏ 나무는 냄새가 고약하다 해서 누리장인 것을 어찌 이해 하리오...

 

 

 

밤나무로 대접을 못 받아서 억울하니?

그렇지만 우짜겄노?

니는 밤이 열지 않는 '나도밤나무'인 것을...

 

 

 

 

이 주길놈의 사랑을 어찌할꼬...짝짓기에 한창인 풍뎅이들

그런데 이녀석들은 한쌍이 즐겁게 짝짓기를 하는데 꼭 방해를 하는 녀석이 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둘을 방해하고 있는 아주 치사한 또 다른 녀석...

 

 

 

코 끝에 이토록 향긋한 향기를 느끼게 해 주는 열매를 맺는 꽃이 얼마나 있을까?

사실 감귤은 열매보다 꽃의 향기가 훨씬 더 값어치가(?)있음직한 꽃열매다...

 

 

 

좀 있으면 훨씬 더 예쁜 떄죽나무의 꽃이 피기 시작할텐데 그때까지만이라도 제 모양새를 뽐내는데 열심인 산딸나무 꽃잎 근처에 동양달팽이가 올라왔다.

예까지 기어 오를려면 아마도 한달 정도는 족히 걸렸음직한데 왜 이녀석들은 기를 쓰고 이토록 나뭇가지 끝까지 기어 오르는 걸까...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조옿지...

배 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노오란 예쁜 꽃을 피워 생강 냄새 향긋하더니

어느새 꽃 진 자리에 파란 새잎이 돋아바버린 생강나무 이파리

 

 

누구냐?

누ㅡ가 이런 짓을 한거니?

복면달호가 그랬니?

어떤 애벌레가 이런 식으로 몰래 잎을 갉아먹고는 도망 갔을까?

 

 

덜꿩나무에도 새하얀 꽃들이 만발했다네...

지금 시기에 분단나무 가막살나무층층나무들이 지독하게도 닮은 꽃들을 피우기 시작한다...

 

 

토실토실하게 여물어가는 콩

톡톡 까서 밥위에 얹었으면 참 맛있을텐데...

 

 

홀애비꽃

꽃은 꽃인데 너도 참 처량한 홀애비 닮아서 향기도 아름다운 모양새나 화려한 색깔 같은 것도 없이 아예 허옇게 센 머리카락 같구나...

 

 

 

 

 

 

 

꽃보다 아름다운 여자?

요즘은 꽃들도 성형수술하는 여자들처럼 함부로 모양과 색깔을 버꿔버리는 원예종이 많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꽃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꽃 보다 아름다운 여자 라고 요상한 말을 만들어냈을까?

 

꽃 보다 아름다운 여자보다 아름다운.... 속옷?

세상에 이처럼 아름다운 속옷을 입은 여자가 있을까만...

 

그래서 이름도 참꽃이라고 하잖은가 말이다...

역시 여자의 속옷 중 으뜸은 진한 분홍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