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지 맘대로 살았던 나무의 예술 본문
혹시라도 다른 방법으로 꼬을 수 있을까 해서 비틀어 보았는데
올해 새로 자란 새순 덩굴이 아니라 이미 단단해질대로 단단해진 나이도 몇살 된 것 같다.
톱이나 강한 전정가위가 아니고서는 쉽게 잘라지지도 않을 정도였다.
완벽한 8자 매듭법처럼 스스로가 꼬여서 자라고 있었던 으름덩굴 줄기
으름덩굴의 줄기 단면
한라산 둘레길의 나무들을 괴롭히는 덩굴식물들을 제거하다가 신기하게 생긴 녀석을 발견했다.
이 덩굴식물들은 큰 나무 작은 나무 가리지 않고 기생을 하면서 스스로도 덩치를 키우는데
알려진 것 처럼 기생하던 나무의 양분을 뺴앗는 것은 아니지만 덩굴의 줄기가 거대해지면서 결국은 나무와 같이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
한라산과 곶자왈 숲 속엔 이런 덩굴식물들이 많은데 맛있는 열매가 달리는 으름덩굴도 있고
소가 잘 먹는다고 해서 소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송악 그리고 멀꿀등 다양한 덩굴식물들이 산다.
거대한 소나무까지 고사를 시키기도 해서 뿌리 부분을 잘라 나무가 제대로 살아가게 해주기도 하는데
오늘도 이 덩굴식물들을 잘라 주다가 으름덩굴의 기이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세상에 식물 스스로가 이런 모습으로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진기명기에나 나올 법 한 녀석이라 살려두고 싶기도 했지만 하도 나무를 옥죄는지라 어쩔 수 없이 잘랐다만...
으름덩굴의 열매는 외국의 키위 비슷하게 생겼는데 열매도 맜있고 꽃도 참 예쁘고
또 단면을 잘라 보면 가지런한 오렌지처럼 예쁜 무늬를 볼 수가 있기도 하지만
애석하게 다른 나무를 괴롭히는 녀석이기도 하다.
으름덩굴들의 여러가지 다른 모습들
으름덩굴 꽃
송악 줄기로 만든 '그대와 함께 춤을' 목걸이
소가 잘 먹는다고 해서 제주도에서는 소밥이라고도 부르는 덩굴식물 송악의 줄기로 만든 '이방인의(?)십자가'
반으로 쪼갠 칠엽수의 열매로 만든 '모성애' 목걸이
밤이랑 거의 똑 같이 생겼지만 밤 같은 맛은 기대할 수 없는 열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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