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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무와 꽃들

까미l노 2013. 3. 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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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바람꽃)

몰리에르는 인간의 위선과 허영을 풍자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의 출세작은 1659년에 공연된 '재치를 뽐내는 아가씨들'(Les Priceuses ridiculs)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공연된 이 작품의 줄거리는 대강 이러하다.

프랑스의 어느 시골에 파리 귀족사회에 대한 동경으로

바람이 잔뜩 들어있는 하급 귀족의 딸과 그녀의 사촌 자매가 있었다.

스스로를 대단한 귀족가문의 숙녀로 착각하고 있는 두 자매에게

신사 두 사람이 청혼을 했으나 하찮은 신분이라고 면박을 당한다.

두 남자는 이 아가씨들에게 당한 수모에 대해 복수를 하기로 한다.

그들은 재치가 뛰어난 하인과 마부를 파리의 귀족으로 꾸몄다.

하인과 마부는 세련되고 우아한 귀족사회의 말솜씨와 재치로

허영에 들뜬 두 아가씨를 완전히 반하게 만들었다.

그 작업이 절정에 이를 무렵 그들의 주인이 현장을 덮쳐서

하인들의 귀족 옷을 벗기고 누더기 내의를 입은 초라한 모습을

드러내게 하여 두 아가씨를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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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너도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꽃이 있다.

'너'라고 부른 '나'는 과연 누구일까? 그건 변산바람꽃임이 분명하다.

너도바람꽃보다 먼저 피는 바람꽃은 그녀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서풍(西風)의 신, 제피로스(Zephyros)는 말한다.

"변산아 나는 너를 바람꽃이라 한 적이 없다. 진정한 바람꽃은

일찍이 나의 아름다운 연인이었던 아네모네(Anemone)들뿐이다"

한마디로 변산아가씨는 바람꽃도 아니면서 바람만 잔뜩 들어가지고

큰 은총이나 베푸는 것처럼 너도바람꽃의 신분상승을 시켜준 것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10 여종의 바람꽃속의 꽃들과는 달리

이 두 가지 꽃은 너도바람꽃속(Eranthis속)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분류학적으로 보면 여러 차이가 있겠지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변산과 너도바람꽃 꽃술 주변에 있는 연두색, 노란색의 꿀샘이다.

꿀샘은 원래의 꽃잎이 변형된 것이고, 꽃잎으로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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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도바람꽃)

 

'변산'과 '너도'는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진짜 바람꽃들을 피우기 전에

 

망신을 당한 시골 아가씨들 처럼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린다.

변산바람꽃이나 너도바람꽃이 보통 바람꽃들과는 다른 속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본의 아니게 두 꽃의 흉을 본 것 같다.

꽃이나 사람이나 귀하고 천한 차별이 어디 있겠는가.

 

 

억지로 귀하게 보이려 하면 오히려 천박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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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봄 산의 공주님 얼굴을 내 밀었나요? 인터넷을 뒤져보면 어디선가 공주님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가 봅니다.

 

겨울 산에서 만날 수 있는 노루귀의 아름다움은 사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찬바람이 여전히 쌩쌩한 산기슭에 이런 고운 꽃이 피어나다니요. 참으로 신기할 따름입니다.

노루귀는 '안갖춘꽃'입니다. 꽃받침, 꽃잎, 암술, 수술을 다 갖추고 있으면 갖춘꽃 하나라도 빠지면 안갖춘꽃이 됩니다.

 

제가 어릴적에 배울 때에는 못갖춘꽃이라고 하였는데, 지금은 안갖춘꽃으로 부르는데,

 

생각해 보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루귀는 꽃잎이 없습니다.

 

 

하지만 꽃받침이 발달하여 꽃잎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 모자람이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고운 노루귀는 당연히 충매화인데, 벌, 나비, 파리, 딱정벌레가 꽃가루매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루귀는 잎의 모습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영명은 liverleaf,

 

즉 잎이 사람의 간장 모양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노루귀는 화색이 매우 다양한데, 지역적으로 혼재 되어 나타나기도 하지만,

 

어떤 지역은 청색의 노루귀가 우세하기도 하고 어떤 지역은 주홍과 흰색이 피어나기도 합니다.

한국산 노루귀속에는 3종류가 있는데, 노루귀, 섬노루귀, 새끼노루귀입니다.

 

새끼노루귀는 변이가 다양하고 학자들 간에도 이견이 많이 있는데,

 

논문[4]에 따르면 독립된 종으로서의 특징이 분명히 있다고 합니다.

 

새끼노루귀는 제주도와 남해안 도서지역과 대구를 포함한 일부 내륙에서도 분포하고 있다고 하는데,

 

전 아직 내륙에서는 본 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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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변산바람꽃과 너도바람꽃
사실 지금은 변산바람꽃의 시기입니다. 올 해 매서운 신년 추위 탓인지 봄 꽃이 늦은데,

 

복수초와 함께 가장 빠르게 봄소식을 전해 주는 아이가 바로 변산바람꽃입니다.

 

변산에서 최초로 발견 되고 그 모습이 바람꽃 속 식물을 닮았다하여 '변산바람꽃'이라 이름이 붙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바람꽃속 식물은 아닙니다.

 

바람꽃속 식물은 속명이 '아네모네(anemone)'이고 영명으로는 'windflower'로 불리워집니다.

 

바람꽃, 꿩의바람꽃, 회리바람꽃, 쌍동바람꽃, 들바람꽃 등은 'Wind flower' 혹은 아네모네라고 불리워 질 수 있는 바람꽃 식물이고,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은 너도바람꽃속(eranthis)속 식물로 우리 이름에 바람꽃이 들어가서 그렇지 학술적으로는 바람꽃과 상관없는 종입니다.

 

이 너도바람꽃속 식물은 아주 일찍 피어나기로 유명합니다.

 

변산바람꽃과 너도바람꽃이 피어난 뒤에야 비로소 바람꽃속 식물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합니다.

변산바람꽃과 너도바람꽃은 꽃잎이 퇴화된 형태들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고 꽃잎은 꽃받침에 둘러싸여 수술과 암술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 꽃잎의 화색은 변이가 좀 있는데, 흰색의 변이가 자주 관찰되기도 합니다.

 

또한 꽃잎의 최근에 풍도바람꽃이라는 이름으로 풍도에 자생하는 변산바람꽃을 아종으로 분류하여 학계에 보고된 적이 있는데,

 

이 꽃잎의 모양을 주요 특징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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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부채
참으로 꽃같지도 않은 꽃이 앉은부채입니다.

 

육수화서의 앉은부채 꽃은 불염포로 덮혀있습니다. '불염포'라는 것은 포의 일종인데, 포라는 것은 원래 꽃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이 포의 기능을 극대화한 모습이 바로 불염포인데, 앉은부채나 천남성 같은 식물의 꽃이 바로 불염포로 싸여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앉은부채의 꽃은 마치 두터운 목도리를 두른듯이 불염포로 감싸여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 불염포는 보온성도 좋아서 불염포의 안의 온도는 바깥 약간 온도에 높습니다.

 

이 앉은부채의 영면은 스컹크캐비지인데 꽃에서 마치 스컹크처럼 고약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앉은부채의 꽃가루매개자는 연구에 따르면 주로 파리이며, 파리를 제외하고서는 모두 토양성 동물과 곤충들이라고 합니다.

 

역한 냄새를 피우며, 땅에 바짝 붙어 꽃을 피우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인 것입니다.

 

앉은부채의 불염포를 들여다보면 꽃들이 육수화서를 이루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마치 그 모습이 도깨비망방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앉은부채도 매우 일찍 꽃을 피우는데, 그 덕분에 설중 앉으부채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의 앉은부채는 2012는 앉은부채를 영접하러 자생지에 도착하였는데,

 

겨울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아 눈속에 덮힌 앉은부채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해 하다가 발자국 속에서 겨우 앉은 부채를 발견하고 담은 사진입니다.

 

저 산에 앉은부채 없는 줄 알았는데, 발을 잘못 디딘 덕분에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참고문헌]
1. 홍석표, 손재천, '한국산 앉은부채의 수분기작', 2003. 6, Kor. J. Plant Tax Vol. 33, No. 2, 169~179
2. 선병윤, 김철환, 김태진, '한국산 너도바람꽃속의 1 신종 : 변산바람꽃', 1993, 식물분류학회지 23권 1호 21p
3. 오병운, 지성진, '풍도바람꽃: 한국에서 발견된 너도바람꽃속의 1신종', 2009, 식물분류학회지 39권 2호 86p
4. 김지현, 이남숙, '노루귀와 새끼 노루귀의 이형효소변이', 한국생명과학회/식물분류학회지 Vol. 24, No.2, 79-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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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댕댕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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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서니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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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괴불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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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밥나무 열매




식물 열매를 관찰하다보면 가끔씩 두 개의 열매가 붙어있는 종을 발견하게 된다.


장구밥나무,꼭두서니,섬괴불나무,구슬댕댕이,홍괴불나무 등의 열매는 인근한 서로 다른 두 개의 열매가 과육이 붙어 하나의 큰 덩이를 이루고 있다.

이들 모습을 처음 접할 때에는 그저 특이함에 이끌려 이렇게 되기까지의 진화단계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하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변형되어야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간다. 왜 이렇게 쌈쌍동이 처럼 붙어 있을까?

이들은 분류학적으로 피나무과, 꼭두서니과, 인동과 등으로 계통이 서로 다른 경우라서 공통성이 있는 유전적 형질에 의한 변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이들 변이의 이유에 대한 오랜 고민의 결과 하나의 가설을 만들었다.

식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은 생존과 번식을 위함이기에 항상 변화하는 지구 환경에서 종을 이어가기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자기 종자를 멀리 그리고 널리 퍼뜨리는 것이다.

작은 열매는 작은 새가 먹고 큰 열매는 큰새가 먹는다. 대체로 새들은 크기와 활동영역이 비례된다. 따라서 큰 새가 먹는 열매는 작은 새가 먹는 열매보다 더 먼 곳에서 싹을 틔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가설을 세우고 나면, 그럼 이들이 애초에 두 배가 되는 열매가 만들어지면 될 것이 아닌가하는 또 다른 의문점이 생긴다.

그러나 그러려면 꽃의 크기도 두 배가 되어야 하고, 찾아오는 매개동물의 종류(더 큰 동물)가 달라져야 하고, 만들어내는 꿀의 성분이나 꽃가루의 크기가 달라져야하는 여러 복잡하고 어려운 선행조건이 생긴다.

결론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에 마지막 단계에서 열매를 물리적으로 뭉쳐서 더 크게 만들어지는 것이 훨씬 수월한 일일수가 있을 것이다는 생각이다.


글/사진 동자꽃 백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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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한국땅인 이유가 이 섬초롱꽃(Campanula takesimana Nakai)에 숨어 있다. 이 섬초롱꽃도 금강초롱꽃처럼 가슴 아린 학명을 가지고 있긴 하다. 그런데 일본인들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에서 식물분류학적으로 아주 큰 오류를 범하고 있음이 이 섬초롱꽃에서 드러난다. 일본인 식물학자 나까이가 학명을 Campanula takesimana Nakai로 붙여 놓았다(참고로 독도에는 섬초롱꽃이 없음). 울릉도에서 섬초롱꽃을 발견하여 종소명을 takesimana(타케시마나)라고 해 놓은 것은 당시(1900년대 초)는 울릉도가 타케시마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1900년대 초에는 나까이를 비롯한 일본인들은 울릉도(우산국)를 다케시마(죽도)라고 했다. 1900년대는 울릉도를 타케시마라고 했다가 지금(2000년대)은 독도를 다케시마(죽도)로 부르면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처사는 앞뒤가 맞지 않아도 한참이나 맞지 않는 아이러니를 범하고 있다. 현재의 이야기를 1900년대로 돌리면 결국 우산국(울릉도)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는 것이 된다. 결국 실효적 지배 뿐만이 아닌 식물분류학적으로도 독도는 한국땅임이 확연히 드러나는 셈인데 이것을 일본에서는 어떻게 해석할까 그것이 궁금한 푸마이다.

이것뿐만이 아니고 울릉도에 자생하는 특산식물인 울릉장구채(Silene takeshimensis Uyeki & Sakata)를 비롯하여 섬장대(Arabis takesimana Nakai), 섬광대수염(Lamium takesimense Natai.), 섬현삼(Scrophularia takesimensis Nakai.)등도 종소명에 takeshimensis, takesimana, takesimense 등이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는 1900년대 당시에는 독도가 타케시마가 아닌, 울릉도가 타케시마였다는 사실을 아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러니 식물분류학적으로도 독도는 한국땅인 셈이 되는데 최근 축구선수 박종우의 독도 ceremony가 문제가 되어 IOC로부터 판정승을 받기는 했지만 뭔가가 찝찝함을 금할 길이 없다.

 

나무의 틈에 박히게 만든 겨우살이의 씨앗을 새가 똥 눈 자리

 겨우살이 발아

 

 홍매화

 

 

 

 

 

 

 

 

 

 

 

 

 

 

 

 

 

 

 

 

 

 

 

출처 : 인디카 사진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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