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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라는 이름의 우리 들꽃 이야기 #50-1 고마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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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라는 이름의 우리 들꽃 이야기 #50-1 고마리

까미l노 2013. 2. 14. 10:13

 

 한택 식물원에서 보내온 꽃편지 속의 고마리

 

 

 

 

 

 

 

 

 

고마리와 흡사한 미꾸리 낚시

 

 

일부 사진은 사진 동호회 인디카 회원님들의 사진 솜씨 입니다.

 

개여뀌 같은 들꽃 이야기에도 있듯이 잡초 가운데는 '개'자가 붙은 것이 많다.

'개'자가 붙은 잡초는 모양은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는 작물과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안(?)되는 풀이라는 뜻이다.

 

잡초와 가까운 잡곡류에는 거의 대부분 비슷한 모양의 식물이 있는데

그 식물에는 어김없이 '개'자가 붙어있다.

귀리에는 '개귀리'가 있고 밀에는 '개밀'이 있다.

 

고마리는 습한 곳에 무리를 지어자라며 메밀과 비슷한 열매를 맺는 잡초다.

그러나 고마리는 '개메밀'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다. 왜 그럴까?

 

실은 고마리는 기근 때ㅔ의 구황식물로 재배되었던 적이 있다.

작지만 메밀과 비슷한 작은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로 메밀 수제비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도움이 안 되는 풀'은 아니었던 것이다.

 

고마리의 줄기에는 아랫쪽으로 굽은 날카로운 가시가 나 있다.

고마리는 이 가시로 큰 동물에 붙거나 얽혀들어 활동 범위를 넓혀 간다.

만약 고마리가 구황식물이 아니었다면 당신은 어떤 이름을 붙이고 싶은가?

 

고마리는 핑크색의 별사탕과 같은 귀여운 꽃을 피우는데

작은 꽃이 열 개 스무 개 모여서 하나의 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꽃이 피어 있는 것은 몇 개 안 된다.

개여뀌와 같다.

 

오래 꽃이 피어있는 것 처럼 보이기 위해 순서에 따라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꽃 몇 개로는 눈에 잘 띄지 않기 떄문에 벌레를 불러 모을 수 없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마리는 피기 전의 꽃망울이나 시든 꽃도 피어 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핑쿠빛으로 물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다가 아니다.

고마리는 변종의 색다른 꽃도 피운다.

그것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을 수 없는데 놀랍게도 그 꽃은 땅속에 있는 것이다.

 

땅속에 꽃이 있다니 무슨 소린가?

꽃은 피우는 것은 벌레를 불러 모아 가루받이를 하기 위함인 것이다.

벌레를 유혹하기 위해서는 벌레 눈에 잘 띄는 곳에 꽃을 피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과연 땅속까지 고마리를 찾아오는 벌레가 있을 것인가?

 

실은 땅속의 꽃은 자신의 꽃가루로 가루받이를 하는 폐쇄화이다.

벌레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기 떄문에 땅 위로 꽃을 피울 필요가 없다.

 

오히려 땅 아래 있는 쪽이 비바람이나 왜적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씨앗은 어떻게 퍼뜨리는 것일까?

흙속의 열매로는 씨앗을 멀리까지 퍼뜨리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고마리는 그것까지 계산에 넣고 있다.

자가수분으로 이루어진 폐쇄화의 씨앗은 부모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마치 분신과 같은 존재다.

부모가 살던 땅이라면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있는 자손도 그곳에서 잘 살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고마리는 일년생이기 떄문에 부모는 씨앗을 남기고 그 해에 시들어 죽어 버린다.

그 뒤를 잇는 것이 이 씨앗이다.

그러므로 흙속에서 생긴 씨앗은 멀리 가기보다 그 땅에서 싹을 틔우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한편 땅 위의 꽃에서 생긴 씨앗은 다르다.

다른 꽃과의 교배로 생긴 씨앗은 유전적으로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

부모와는 다른 능력이나 재능을 갖고 있다.

 

그것은 부모가 갖고 있는 능력이 결여돼 있을 수도 있다는 뜻도 된다.

그러한 자손은 부모와 같은 환경이더라도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넓은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쪽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땅 위의 고마리 씨앗은부모 곁에서 살고 싶다고 응석을 떨지 않는다.

부모 슬하를 떠나 멀리 새로운 세계를 목표로 나아가는 것이다.

 

물새는 고마리 열매를 좋아한다. 

고마리는 물새의 배속에 들어가 새로운 세상을 찾아간다.

껍질이 견고하여 소화가 되지 않는 고마ㅓ리의 씨앗은 똥과 함께

물새의 몸밖으로 나온다.

 

똥으로 뒤범벅이 된 이 작은 모험가는 이렇게 새로운 세상에 도착하여 뿌리를 내림으로서

고마리의 세력확장에 일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고마리가 자기를 닮은 씨앗을 땅속에 두는 것은 결코 사랑이 지나쳐서가 아니다.

땅 위에서 열리는 씨앗을 멀리하는 것도 사랑이 없어서거나 다른 피가 섞여 있기 떄문이 아니다.

언뜻 보기에는 못된 곔ㅎ를 연상시키는 고마리의 행동도 잘 살펴보면 그 나름의 깊은 사랑과 끼닭이 있는 것이다.

 

 

 

 

개불알꽃을 좋아하는 히데히로의 풀들의 전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