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버킷 리스트' Kick the Bucket ' 본문
산티아고 순례길의 초입 첫 째날 프랑스령의 피레네 산맥을 넘는 곳에 있는 묘지인데
어느 나라 여행객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편안하게 잠 든 그 사람의 십자가 곁에 배낭을 걸친 채 풀밭에 드러누워 있으니 세상은 모두 평화였었다.
버킷 리스트라는 용어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사전에 보면 이렇게 나온다.
Kick the Bucket 에서 유래된 말로 중세시대에 자살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를 발로 차 버리는 행위에서 전해졌다.
즉, 우리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리스트를 말한다.
언제부터인가 꼭이라거나 반드시 라는 말이 내 삶에서는 없어져 버린 듯 싶은데
그나마 무엇 무엇...싶은 이라는 정도로 남아있는 것을 들먹이자면 가고 싶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 법 한데
예전 한 번 다녀온 곳을 버킷 리스트에다 두고 가 보고 싶은 곳이라고 하기엔 뭣할 수도 있겠다만 어쩄든 내 경우엔 그러하다.
무엇에 홀린 듯 쫓기듯 그해에 세 나라를 허겁지겁 여행했었는데 그렇다고 뜀박질 하듯 여행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서 다시 그곳을 더 천천히 걸으면서 봄날 툇마루에 걸터 앉아 따스한 햇살을 쪼이듯 보고 싶어져서 버킷 리스트에 올린다.
산티아고길 배낭 순례를 50일간 걸은 후 겨울의 초입에 열흘 정도 히말라야를 갔다가 완연한 겨울이 되었을 때
한달 간 인도 배낭여행을 갔었으니까 무엇 때문에 그리 바삐 다녔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주 많은 목록으로 버킷 리스트를 채워야 한다고 해도
나의 리스트에는 더 이상 올릴 게 없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 이 저런 리스트도 있는 듯 했었고 사람에 대한 대상도 있다만 다 부질 없는 일인 것 같아 포기했다.
세 군데에 흩어져 있는 나라이니까 리스트도 세개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나의 버킷 리스트는 10월에 시작하여 3월이면 끝나는 세 나라의 여행으로 하는 ' Kick the Bucket' 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내 버킷 리스트 목록에 1번은
산티아고(60일)-히말라야(30일)-인도(60일) 이렇게 쓰여지고 그 다음은 아직 없다...
몽블랑 만년필
28-300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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