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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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나는 누구니?

까미l노 2012. 12. 31. 22:49

 

 

궁금해?

긍금하모 오 백 원!

 

카드 되제?

안 되모 외상한다이~?

(키가 작아 고민하는 그 개그맨이 궁금시리즈를 계속 엮어갔으면 하는...)

 

딱 내가 이런 썰렁은 아닐까?

지나치게 앞서가는 유머도 아닐테고 개그적인 수준도 없는데

마주 앉은 사람 웃게 하려다가 가끔 오버하여 아차~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을 터,

 

옛적(?) 꽤 어릴적인데

어디 멀리 다녀오실 일이 생긴 어머니께서 누나에게 동생 생일을 미리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동생의 생일날을 누나는 까맣게 잊어먹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동생들에게 별 애정이 없었던지라 그러려니했다.

그 일일 징크스가 된 것인지(^^) 이후로 지금껏 생일 같은 건 나에게 먼 남들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막역한 사이였던 사람으로부터 스쳐 지나가는 투의 생일날에 대한 핀잔을 들었었는데

기억하고 있었던(중요한(?) 날은 좀처럼 잊지 않는다)날 미리 선물도 준비해 뒀었다.

쑥스러워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어디엔가 알아 보게 흔적은 남긴 것 같은데 그건 또 도무지 기억을 못했었다.

 

그런데 좀은 억울한 기분도 있거든...

훨씬 전에 지나가 버린 내 생일은 기억에 두지 않았었나보다 했기에((나처럼 생일따위 별 관심없어할)

괜시리 미안해 할까 싶어 달리 축하니 뭐니

덩그러니 올려져있는 선반 위 선물에 대한 이야기조차 내색을 못하고 말았는데

생일의 숫자를 연상하는 것에 대한 핀잔을 듣고서도 별 내색 없이 얼버무리고 무사히 넘겼다...

 

어린 동생의 생일따위 안중에도 없었던 누나도

크게 섭섭해서는 아닌 것 같았지만 생일을 잊었을 거라고 생각했을 그 친구도

내가 잘 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에 조금은 덜 하지 않았을까? 

 

살면서 아주 하찮은 대상에게도 드러내지 않고 싶은 모습일랑 삼가려고 애써는데

친구든 아랫사람이든 가까운 지인이나 각별한 사람에게든

아무리 큰 다툼일망정 단절을 각오하지 않는다면 화를 내지 않는다.

 

다툼이나 싸움을 원체 싫어해서이기도 하지만 화를 낼 일이 있다면 먼저 상대방이 되어서 많이 생각해 본다.

늘 그러하기야 했을까만 실수든 오해든 내 탓일 땐 언제나 먼저 사과를 한다.

삶에서도 그러했다면 참 좋았을테지만...

 

나의 단절은 뒤끝이 긴 못난 성격 탓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이 그러했든 내가 그러했든 입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좋을 법한 말

드러내지 말았어야 했을 표정과 행동을 보였다면 사람에 따라서 상대에게 저으기 당혹감을(?)주는 건 아닐까, 

상대방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믿고 있었느냐에 따라서 경중은 다르겠지만... 

 

사과라는 것이 즉시 받아들여지느냐 없느냐는 상대방의 성격과 당시의 상황에 따라 다를테지만

내 생각엔 최초의 사과가 가장 진정성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 이 또한 받는 사람이 가졌던 느낌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을게다만,

내 사과가 진정성이 있어보였거나 그렇지 못했거나 내가 알고 있었던 사람에게 한 것이고

나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한 사과였다면 그건 제대로 한 사과가 맞다고 믿는다.

 

반대로 누군가 나에게 그랬다면 그 사과를 즉시 진정성으로 받아들이는 타입이다.

그래서 내 단절은 내가 하는 사과는 받아들여지지도 못해서이고 잘못이었든 아니었든 용서를 받지도 못해서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을 벤다는 속담도 있지만 그런 물도 서둘러 베지 않으면 주워 담기도 힘들만큼 점점 멀리 흘러간다.

 

다툼을 좀처럼 하지 않는 나로서는 상대가 오해를 하고 있구나 싶을 때 즉시 사과부터 하고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든 어떤 방법으로든 중언부언을 보태 그 오해를 풀어 뒤풀이식 이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은 타입이다.

그렇지 못해 즉사과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썩소에 어색한 웃음마저 다 보탬으로 시도한 후에는 이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단절 모드로 가버려진다

(이 저러한 사람일거라고 믿고 있었던(?)사람에게서 받은 예전엔 전혀 경험해 본적 없었던 당혹감으로 인해...)

 

살면서 내가 오해(?)해서 눈군가를 당황하게 만들었거나 어떤 연유에든 사과를 받아 들여주지 않은 경험도 없었고

철천지 원수될 일까지야 아닐지언정 정말 용서하기 어려운 일을 겪었어도

용서를 바라는 각별한 사람에게는 무조건 용서를 하는 사람이라서 감히 이런식으로 산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비는데 그가 도무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사과든 용서든 서두르지(?)않을 이유는 뭐가 있겠는가...

 

연정을 품었던 이성이 친구만 하자면 단절하지 아니할 다음에야 친구하면 되는 것이고

(그래야 호시탐탐 다음 기회를 엿볼 여지가 있거든)

철천지 원수일 수 밖에 없을 대상에게도 용서를 하면서 가족처럼 지내는 사람들 있더라 뭐,

 

누군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끝까지 다 들어주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내 할 말을 하자...

나는 누군가가 하고자 하던 말을 다 들어주지 못한 채 서둘러 단절을 선택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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