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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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왜 나는 비주류였던가

까미l노 2012. 12. 19. 11:11

 

 

이미 제 할 일을 잊는 허수애비(허수아지매라고 해야하나)

지킬 것도 없고 내어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빈 들판에서 최신 유행하는 모자를 얻어 쓴 채 서있는데...

이제는 그림으로만 선 허수아자씨도 비주류

 

 

세차게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날 고근산에 올랐는데 역시나 한라산은 짙은 구름에 가려서 백록담은 보이지를 않는다.

고근산 분화구를 한바퀴 도는데 오름 사면에 때 이른 철쭉꽃이 피었다.

어쩌자고 이 추운 날에 그 고운 자태를 뽐내고 싶어서 미리 나왔노?

너도 아마 비주류인가 시푸다...

 

열대 야자수 농장 연구소 한켠에 상추와 브로컬리 쑥갓들과 함께 콜라비를 심었었는데

브로컬리는 겉의 잎들만 크고 무성하게 자랐는데 가운데 브로컬리 특유의 퍼머 머리 같은 송이는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게 나오지 않았고 다른 것들은 푸성귀치고 푸짐한 수확을 하게 됐는데

그 중에서 이놈 콜라비가 탐스러운 크기로 자라 몇개를 따서 먹어봤더니 그 맛이 꽤나 쏠쏠하다.

비료같은 것을 전혀 주지 않아서인지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단맛은 덜했는데 이놈도 썡 자연에서 마구 키웠기에 인기에 밀려난 비주류이지 싶다.

 

 

 

 

 

 

노래 부르기를 그다지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고 

모임같은 곳에 참석하면 식사가 끝난 후 의례 정해진 코스인 노래방 가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 않기에

이제는 그나마 비상시(?)를 대비해 배워둔 18번도 써먹을 일이 거의 없어졌다만,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보통의 사람들이 잘 부르지 않거나 모르는 비주류(?)성향이다.

어떤 가수가 노래 하나를 발표하면 엄청나게 인기를 얻는 곡이 있는데

예전에는 음반이나 테이프를 사면 원하는 곡들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수나 작곡가의 다른 음악도 섞여 있어서 구입을 원할려면 꼭 덤테기로(?)사야 했었다.

 

그래서 지금도 난 가수들이 주장하는 저작권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을 하지는 않는 편이다만

(당시에 피해(?)를 많이 본 옛사람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엄청난 인기를 몰고 다니던 노래가 담긴 한개의 테이프를 사면(원하는 가수 듣고 싶은 노래가 있는 테이프만 고를 수 없었으니)

인기가 많아서 시도 때도 없이 들리곤 하던 그 노래보다 주로 테이프 뒷면에 숨겨진(?) 노래가 더 끌리는 것이다.

 

가요계에도 그런 속설이 있고 스포츠계 같은 곳에도 비슷한 스타들이 있는데

정말 괜찮은 스타급 선수나 가수의 노래가 있는데 동시대에 인기몰이를 하는 다른 노래와 선수 때문에

반짝하지도 못하고 사라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뭐, 연예기획사 같은 곳의 횡포(?)일수도 있었을테고 시대를 잘못 탄 운도 따라겠지만 식상한 것은 그냥 피해가는 타입인지라

유독 숨겨진 것들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특정 배우의 연기와 그런 류의 가수의 노래가 들려지고 보여지는 것보다

인기를 몰고 다니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람에 대한 응원을 더 많이 하게 되는데 

내가 좋아하는 18번 노래나 배우의 연기는 사람들이 말하는 스타급이 아니다.

 

좋아하는 노래가 더러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인기있는 것도 있지만

TV나 라디오에서 더 이상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잊혀지게 되는 경우의 것들이다.

스포츠 스타의 그늘에 가려진 상당한(?)실력의 선수와 주인공의 연기를 돋보이게 만드는 빛나는 조연 그보다 더 인기 없는 배우 역시...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비주류인가 싶다만,

 

내 고향이 경남 진주인데 도시 성향도 이런 나와 비슷한 경향이 있다.

고려 시대부터 내려온 천년 고도의 도시인데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역사 문화 음식에 대한 엄청난(?)곳이면서도

사람들은 별로 알려지기를 원치도 않거니와 도시 발전에 대한 염원도 별로 없는 극히 조용한 도시라는 것은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음식하면 전라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겠지만

천만에,

옛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고유 음식에 대한 문화는 경남 진주만한 곳이 없다.

 

가장 잘 알려진 냉면과 비빔밥?

우라나라에 냉면과 비빔밥은 단 두군데만 있는데

바로 평양냉면과 진주 냉면이 있고 진주 비빔밥과 전주 비빔밥이 있는데

전라도 음식은 그곳 사람들의 특성상 외지로 살기위해 나가서 음식에 대한 홍보를 하거나 장사를 하기 때문에 많이 알려진 것이고

진주음식은 외지로 나가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홍보도 별로 달가워 않는 사람들이다.

 

길게는 80년 전부터 그자리 그모습으로 장사를 하는 비빔밥집과 냉면집이 있는데

가서 먹어봐야 그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그외 서부경남 내륙 깊숙히 자리한 지리산이 지척인 유일한 도시의 무뚝뚝한 고집을 가져 사투리마저 독특한 것들을 가진 도시 

 

무슨 장황한 음식자랑을 하려는 것처럼 되어 버렸지만

비주류 성향을 얘기 하려던 것이 고향성향으로 흘렀는데 내 고향 진주도 언제나 비주류 성향이다.

그래서 다행하게도(?)도시적 발전이 잘 안 되는 곳이기도 하고... 

 

정치 또한 어용성향과는 정반대인 전통야도인데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여당 야당 개념인 야당 선호는 전혀 아니라서

이래저래 비주류로 남기를 고집하는 도시인 것 같다.

 

가만 보니 나는 옷이며 신발 읽는 책들의 종류 글씨체며 사용하는 편지지조차 원고지들인데 이 또한 이백자용이 아닌 오백자 이상인 것들이고 보면

온통 독특한 것들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전혀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보일려고 일부러 찾아서 그러는 것은 아닌데 그래서 나는 비주류일 수 밖에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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