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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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할줄 아는 게 없는

까미l노 2012. 12. 29. 01:58

성격은 지랄 같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끔은 유머가 있다는 말도 듣는다.

좀처럼 오버를 하지 않고 살아갈려고 하는데 가끔은 썰렁한 사람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수습을 잘 못하기에 당황스럽거나 황당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도 한다.

 

용서하는 건 아주 잘 하지만 사과를 잘 못하기에 용서(?) 받을 일 같은 건 아예 만들지 않는 편이다.

혼자가 되고 난 후 용서를 할 일 같은 건 없었는데 사과를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은 일은 있었던 것 같다.

 

있었던 것 이라고 애매모호한 표현을 하는 것은 잘못한 게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편하게 해준답시고 농담을 한 것은 썰렁한 개그가 되면서 순식간에 어?어?어? 같은 상황으로 변해 가는데

누가 갱상도 촌놈 아니랄까봐 전혀 수습을 못하고 만다.

 

수습은 커녕 상대편의 입장에서는 방귀 뀐 놈 보다 똥 싼 놈이 더 성내는 것처럼 보였을 터,

그 순간 잔대가리를 쉼 없이 굴려 보는데 분명 잘못한 것이 아니라서 간단하게

그게 아니라고... 농담이었다고...

썰렁하게 되어 버렸다고 사과할 기회를 그만 놓쳐버린다.

 

사과를 한답시고 주절거린 게 오히려 나 잘났다고 따지는 꼬락서니가 되어버렸던 것일까 

속으로

이게 아닌데

난 그런 사람 아닌데

어쩄거나 나 잘못한 건 전혀 없는데 라고만 외치고 자빠졌었다... 

 

그래서 상대편은 그런 사람인줄 몰랐다 시펐을지도 모를 일이고

새삼 다시 보여질 그렇고 그런 류의 사람이었던가 싶은 그런 생각이 들진 않았을까 시푸다... 아마도...

 

그래서 구구절절 항변하고 변명하느니 단절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치사한 사람이 되어버려도 내 입으로 했던 약속마저 깨겠다고 했다.

 

썰렁하게 표현 되어진 농담과 개그라고 겸연쩍은 썩소까지 곁들여서 말했지만

각별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던 사람의 커다래져 가던 눈과  정색하던 목소리

평소 나를 이 저러한 사람으로 봐줬으리란 믿음에 배신(?)당한 느낌이 더 커져버린 듯 하여

어줍잖게 다시 사과를 하느니 차라리 사람을 잃는 게 낫다 싶어서이다...

 

그래..

난 스스로를 깎아 내리고 괴롭히는 사람이다...

 

 

 

소풍 끝나는 날 가치있게 떠날 수 있는 사람이고 시픈데 오늘도 부끄러웠던 날
남자도 편안하게 펑펑 울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오늘
가고 싶은 곳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도 그렇고 배고픔 조차도 점점 엷어져가는데
물기마저 다 빠진 마른 풀처럼 가벼워지지는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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