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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제주의 매력

까미l노 2012. 11. 13. 16:47

제주, 그 치명적 매력에 몸을 던지다
<위크앤팡-책마을>
세 가지 스타일 여행자 취향 맞춘 제주 안내서 「제주에서 행복해졌다」
지구별 제주, 바람이 만들어낸 재미있는 일탈 「바람이 말해요, 여기 왔다고」
등록 : 2010년 06월 25일 (금) 15:39:52
최종수정 : 2010년 06월 25일 (금) 15:39:52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밖에서 본 제주의 이미지는 흔하다. 안에서 훑어 본 제주의 느낌은 그래서 더 신선하고 때로는 손발이 오그라든다.

'괜찮다'는 평판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실상은 자기가 남긴 발자국이기 때문이다. 걸어온 대로 보이고, 남긴 발자국대로 읽히는 것. 제주에서 찾아낸 '괜찮다'는 인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라는 점에서 눈에 익는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의 멋과 맛을 찾아낸 이들의 빛나는 '도전자격증'을 엿보자.

 

# 「제주에서 행복해졌다」

삼인삼색. 세 사람이 세 가지 스타일로 누빈 제주의 30가지 해피 루트. 여행자 취향에 맞춘 제주 안내서란 부제가 인상적이다.

동으로, 서로 하는 길을 따라 가는 여행이 아니라 하고픈 대로 제주를 여행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글과 사진을 쓴 '조이락'은 사람 이름이 아니다. 치밀한 구성에 재능이 있는 '조(造)' 북에디터 전은정과 우주 최극강 개성 덩어리 '이(異)' 피처에디터 장세이, 자칭 향락주의자 '락(樂)' 편집장 출신의 카페 사장 이혜필 등 세 사람의 조합이다. 하나여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은 셋이여서 발길에 채이고 눈에 밟힌다.

'주차간산(走車看山)-나의 애마, 너만 있으면 어디든 좋아'는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는 달력의 '빨간날'과 심사숙고 결정한 단 하루의 월차를 취대한 멋지게 보내고 싶은 직장인, 기본요금 거리인데도 굳이 택시를 잡아타는 자타공인 저질체력에 추천하는 코스.

재력보다 체력에 자신이 있고 생각이 느려지고 단순해지길 원하는 사람은 '도보천리(徒步千里)-터벅터벅 흥얼흥얼, 걸어서 제주 끝까지'에 눈이 번쩍 뜨인다.

일단 시간이 많거나 마음먹기에 따라 시간을 '충분히'낼 수 있는 사람이거나 한동안 완벽하게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워너비'자연인이라면 '유유자적(悠遊自適)-인연따라 쉬엄쉬엄, 제주에 들다'에 빠져볼만 하다.
굳이 어디에 자신을 담고 싶지 않더라도 달리고, 걷고, 머물렀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제주에 가고 싶은 이유가 생겨난다. 여행을 해야하는 답을 찾는 것은 보너스다.

"제주, 어땠어?"하는 주변의 질문에 "행복해졌다"를 외치는 이들. 하늘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초록색 융단을 달리는 기분, 멀 유(悠) 두 개 대신 하나를 놀 유(遊)로 바꾸는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날들이 농담처럼 다가왔다는 느낌, 일년 쯤 제주에 머물면서 하나에 하나의 오름을 오르는 오름나그네로 살아보리라는 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컬처 그라퍼. 1만5500원.

# 「바람이 말해요 여기 왔다고」

포토에세이 말미에 슬쩍 부제 하나가 달랑거린다. '지구별 제주도, 가볍게 빈집에서 살기'.

지난해 서귀포 월평마을 빈집 프로젝트에 참가, 설치 전시를 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지민희씨가 쓴 이 책은 지난해 프로젝트의 성과물이자 바람이다.

제주 바람에 취한 작가는 지금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다. 1년 추가된 제주생활에 동반된 것 역시 어느 때나 불던 바람이다.

"일어나자마자 들은 것은 바람의 기척이었다. 어제처럼 바람이 불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뒷문까지 열고 앉아 있으니 옆집 돌담의 돌 사이로도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았다. 구멍자국 난 돌 속으로도 바람이 불고 있을지도 몰라"

"자연은 영화 같지 않구나. 말이 좋아 폭포지 바람 소리는 집요하고 무서웠다. 짙은 어둠도 무섭고 나 말고 아무도 없는 게 무서웠다. 밤중에 뚜껑 없는 상자 속에 누워 격풍이 부는 사막에 누워있는 것 같았다"
온통 바람이야기다. 바람을 따라가 보면 눈앞에 어느새 제주가 펼쳐진다. 흔한 제주가 아니다. 바람이 몸을 훑고 지나가듯 숨을 쉬고 햇빛에 맡긴 몸은 저절로 따뜻해진다. 서서, 앉아서, 누워서 각기 다른 느낌의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 무기력한 일상에서 독특한 탈출을 시도한 예술가의 내면 일기가 내뿜는 매력이다.

제주도 서귀포 월평동 월평로 171번지에 새로 생긴 집은 「어린왕자」에 나오는 '소혹성 b612호' 같다. 그래서 지구별 제주도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서울에서 살 때보다 훨씬 더 가깝게 '사물'과 '자연'을 대하고, 거기에 반응하는 '나'를 발견한다.

'바람사용법'이란 작은 실험은 상쾌한 존재의 해방감으로 다가온다.

'겨울옷으로 카펫 만들기' '바닷물의 색 확인하기' '비닐 봉지에 공기 담기' 등 제주가 아니었다면 해보지 못했을 재미있는 일탈 20개가 쿡하고 옆구리를 찌른다. 에쎄.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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