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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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철 없는 사람 편 들어주기

까미l노 2012. 10. 23. 23:51

 

 

작씸을 하고서 낼 부터 나오지 않겠노라고 했다.

열싸미 일 할려고 근무중엔 아예 휴대폰일랑 차에다 두는데

퇴근하면서 비로소 전화기를 보곤 한다.

 

오늘따라 어인 문자와 전화가 여러통 와 있다.

편지 세대라 그런지 전화기를 통해 말 하는 걸 그닥 달가워 않다보니

요즘엔 사나흘 지나도 벨 소리가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이 가물하도록 전화 오는 곳이 없더만

 

곶자왈 공유재단에서 온 전화가 반갑고

동창 여자친구에게서 온 전화가 눈물 겨웁다.

 

살면서 내 편 하나 만들어 보려던 게 그리도 어렵더만 이 친구는 수 십년이 지나도 언제나 내 편을 들어주는데 

내게서 편이란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옳고 그름의 가로 세로를 잘 알고 있다고

그 친구는 무턱재고 믿어주기에 누가 내게 부당함을 행하면 앞뒤 더 재지 않은 채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서 감싸주는 언제나 내 편을 들어주는 무조건을 말함이다.

 

내가 말 하는 부부와 애인 그리고 사랑이란 언제나 살 닿인 채 함께 잠자리에 들고

서로가 서로에게 편이 되어주는 이 지랄 맞은 세상의 다리 같음을 뜻 한다.

 

철이 들다만 이 중늙은 남자가 수화기 너머에다 사람을 개떡같이 보는 것 같아서

함 붙어 보자고 뎀벼들었던 막노동자 같은 삶을 그만 둬버렸다고 했더니

안봐도 비됴라고 하면서 잘했다 잘했다 그런다...

 

사내자식이 그만한 것 쯤 몬 참아서야 우찌 살라고 그라냐고 할까시퍼 잔대가리 굴려 변명거리 궁리중이었는데

그만 그 한마디에 막혔던 콧구녕이 확 뚫려버렸다...

하긴 해도 너무했었다.

내년 3월까지 5개월 동안 명절 외 쉬는 날은 전혀 없고 아침 7시 부터  밤 8시 까지 점심시간 한 시간 남짓 외

오줌 누고 고추 내려다볼 여유조차 없이 하려니 로또도 아닌 것을 왜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 잡념이 떠나지를 않다가

종내는 내가 잡았던 이 줄은 굵은 동아줄이 아니라 썩은 것보다 못한 줄이라 생각하고 그만 놓아버렸다.

 

손바닥과 손가락 마디마디가 철사장 권법꽤나 연마한 사람의 그런 손 처럼 되어버린 채.

 

곶자왈 공유재단에 가기 전 우선 죽음보다 깊은 잠에 좀 빠져 봐야겠고(분명 지랄가치 일찍 꺠일 게 뻔하지만...그래도 혹시...)

그리고 깨면 한라산한테 가봐야겠다.

한 보름 여 걷지를 못하였더니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 같다.

 

야호~

낼부터 또 백수다...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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