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는개 자욱한 날엔 사려니 숲으로 가렴 본문
사려니 숲길은 늦가을부터 한겨울까지가 걷기에 좋은 길이다.
이름하여 사려니 숲길이지만 온전히 숲 속에 난 길을 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숲 속이라지만
걸을 수 있는 그늘진 오솔길은 한정된 곳 뿐이고 나무와 나무 사이의 길은 다소 넓은 편이라서 햇볕 때문에 곤욕스럽다.
해서 늦가을 짙은 단풍철과 한겨울 눈이 쌓였을 때가 좋은데
한여름 낮엔 걷기가 힘 든 곳이라서 안개가 자욱하거나 비가 내리는 날을 골라 가기를 권한다.
제주시에서는 시외 버스 터미널에서 남조로-교래행 버스로 사려니 입구에 내릴 수 있다.
입구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붉은 오름쪽으로 걸었다면 서귀포-제주시를 오가는 남조로행 버스를 타고 환승을 하면된다.
서귀포시에서는 구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남조로행 버스를 타고 붉은 오름 입구에서 내리거나
5,16도로를 넘는 제주행 버스를 타고 교래리 사거리에서 내려 우측으로 1km 걸어가면 사려니 숲길 입구가 나온다.
각각 입구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반대편까지 걸어가면 버스를 탈 수가 있고 사려니 오름까지 걷는다면 도로까지 한참을 걸어 나와야 한다
붉은오름-사려니 숲 입구는 10km
사려니숲 입구-사려니오름 코스는 15km
간밤 내내 짙은 안개 때문에 설레이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 잠을 설치고
아침에 서둘러 교래를 향했다.
서귀포시 구터미널-남조로 경유-제주시행 버스로 붉은오름 입구 하차-건너편에 사려니숲 붉은오름 입구
(초입에서 조금 걸어가면 붉은오름 입구가 나오는데 여름에는 비추 단, 땀이 비오듯 흐르는 거 상관 없는 사람은 오케바리)
붉은오름 입구-사려니 숲 정문 입구까지는 10km(중간에 물찻오름은 해마다 일년씩 연장하는 보호기간으로 올해 역시 통제)
안개가 조금씩 옅어지는 듯 했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비만 내리지 말았으면 했었는데
내리는 비에 안개는 어딘가로 밀려 사라지기 시작한다...
안개에 숨겨진 삼나무길을 찍을려고 먼길을 달려왔는데 역시 카메라를 들어봐야 햇빛은 나를 위해 기다려주지도 않거니와
안개에 잠긴 삼나무 숲길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메라의 스펙이나 찍사의 기술도 자연현상이 따라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겨우 삼나무 꼭대기에 조금 드리워진 안개만 담을 수 있었다.
우산을 쓴 채 카메라를 앞으로 내밀면 등허리와 배낭 그리고 렌즈는 온통 비에 젖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올해 들어 제주도 최고 기온 약31도) 푹푹 찌는 날씨라 온몸을 타고 흐르는 땀이 눈속에까지 흘러드니 쓰라리기까지 한다...
한손엔 우산 또 다른 손은 카메라..땀을 닦을 손수건을 끄집어낼 엄두도 못낸 채 게속 맞은편을 향해 걸을 수 밖에..
게다가 그놈의 박쥐나무꽃은 아직까지도 사려니에선 꽃을 내밀어주지 않았다.
안개속에 숨어드는 삼나무 숲길은 고사하고 그나마 박쥐나무 꽃이라도 찍어갈까 했더니 그마저도 도와주지를 않는구나...
지금 시기에 볼 수 있는 박쥐나무꽃이다.
사려니 숲길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나뭇잎을 잘 기억했다가 (단풍잎 또는 참외나 하늘타리박의 잎 형태 모양에 손바닥보다 조금 큰 잎)
나뭇잎 아래를 살짝 엎드려서 보면 잎사귀 아래에 박쥐처럼 매달려 숨어서 피어 있음
꽃은 이름과 달리 색깔과 모양이 아주 에쁘고 아름운데 마치 색수실로 만든 옛여인들의 한복 저고리에 다는 노리개 같기도 하다.
숲길엔 이미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고 연신 비는 추적거리니 서둘러 삼나무 꼭대기에 걸쳐있는 옅은 안개만 담을 수 밖에...
지발하고 이놈의 시멘트포장 좀 걷어내면 좋겠다.
포장을 한 편리성의 이유와 안 했을 때 오는 불편보다 이 길을 걸을려고 찾은 사람들에게 숲길의 온전함을 선물할 수는 없는 것인가?
오로지 차량 통행의 원활함을 위한 포장한 이유 외에는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한들 달리 이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떠 오르는 해
소멸해 가던 노을
작은 꽃을 담을려고 기다리던 빛
우기에 폭우를 기다리던 강가
이 모든 것들은 나를 위해 기다리지도 않고 준비해서 가면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기 일쑤이다...
포기한 채(?)카메라 없이 길을 가던 어느날 어느 장소에 그토록 보고 싶었고 담고 싶어하던 모습을 발견하는 낭패감...
이 길의 넓이가 반으로 즐어들고 중간중간 시멘트 포장이 걷히고 조금만 더 쓸데없을(?)노력까지 곁들이면
하늘을 가려서 햇빚이 들지 않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숲길이 될 것 같은데
그따위 망발은 나같은 문외한이나 갖는 생각일 뿐이련가...
다른 방향에는 산수국이 지천이더니 이곳은 또 아무런 꽃이 보이질 않는다.
꽃을 피우든 심든 다 지들 맘대로겠지만 기왕에 사려니숲길을 홍보를 하고 제주도의 아름다운 숲길을 따발릴(?) 거라면
어떤 식으로 보여지는 게 더 나을지 머리 싸맬 수고도 필요치 않을까?
뭐 그냥 풀밭처럼 보이는 숲길도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만...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보면 시골의 작은 시와 마을을 지나게 되는데 관공서 같은 건물의 마당엔
어김없이 포플러(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들이 잔뜩 심어져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나무의 키가 그렇게 높이 올라가지 않게 하면서
둥치만 우람하게 만들고 꼭대기 부분의 모든 가지들을 하나로 연결을 해뒀는데(접붙이기를 한 것인지) 모든 나뭇가지가 서로 손가락이나 팔을 잡은 것처럼
한 나무로 연결이 되어졌다는 것이다.
연리지도 아니고 연리목도 아닌데 나무와 나무가 서로 한몸이 되어 있으니 한여름엔 햇빛을 가리는 그늘은 물론이고
잎이 다 떨어지고 난 겨울에는 손과 손을 맞잡은 가녀린 가지들만 거미줄처럼 연결이 되어있다.
세금을 내고 이곳을 찾는 국민들에게 출입금지와 자신들을 위해(연구 목적의 수단에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포장이된 도로만 선물할 게아니라
저런 나라들처럼 쓰잘데기 없는(?)수고를 감수하는 모습도 볼 수 있기를...
한참 보랏빛으로 탈바꿈중인 산수국들
다른 여느 꽃들도 그렇지만 이 꽃의 색상은 참으로 다양한데 가운데 무더기에서 점점
바깥쪽으로 나오면서 잎을 키우고 하얀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화되어 가는 게 신기하다
이웃 사촌간인 불두화도(수국) 이 꽃들처럼 색의 변화가 무쌍한 것을 볼 수가 있다.
숲에 내리는 비와 옅게 드리워진 삼나무 꼭대기의 안개와 대비색 같다...
안개비 내리는 숲길에 똑 같이 보라색 비옷을 입고 걸어가는 두 소녀
빨간 배낭과 뽀얀 알종아리 두개를 훔쳐 보면서 뒤따른다.
비가 내리던 사려니 숲길을 걸어가면서 또 한가지 더 들었던 아쉬움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내리거나 따가운 햇살이 내리찌는 한여름 낮시간 그리고 한겨울 눈이 쌓였을 때
비를 피하고 그늘을 찾고 눈에 젖은 신발을 벗고 싶을 때 찾아들만한 공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가끔 정자 같은 것들이 있기는 한데 그곳은 비가 내리면 비바람이 조금만 심해도 피할 수 없고 앉을 수도 없는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사진의 벤치는 비가 오거나 한낮의 여름 햇살에는 숲으로 들 수도 없는 곳에 놓여져 있어서 아예 무용지물이다.
정자의 형태는 지붕을 낮추거나 지붕의 넓이를 더 넓혀서 그늘도 비도 쉽게 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수고로움이 필요한 것 같다.
자연 속에다 필요 이상의 어떤 건물 같은 것도 만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만들어둔 것을 좀 더 고맙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완을 하거나
의견 수렴을 하여 없느니만 못한 것들로 방치하는 일이 없는 게 좋겠다는 개 풀 뜯어묵는 소리였다...
사진 찍는 모습을 내 카메라에 담고 싶어 일부러 저런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을 한 후 그들의 모습을 내가 담는다...
사려니 숲길 양 가장자리에 산수국이 지천이다.
꽃길을 걸을 수 있어서 고맙기는 한데 지금 시기에 피는 꽃이 어디 산수국 한가지 뿐이랴...
여러가지 가지의 꽃길이었으면 하는 욕심은 비단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 중 나 혼자 뿐이겠는가?
처음엔 긴가민가 했었다.
워낙에 지척의 거리였었고...
기껏 해봐야 70nm 렌즈로 최대한 다가서봐야 얼마나 잘 찍어지랴...
고맙게도 이녀석이 겁을 먹지 않는지 여느 노루들처럼 후다닥 도망가지도 않고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다.
여기서 나의 쓸데 없어도 정말로 모자란 병이 어김없이 도지기 시작한다.
뒤 따라오던 두 아가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면서 쉿~ 그랬겠다...
두 아가씨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고선 무슨 일이냐며 다가오는데 이 길의 바닥이 화산재인 송이로 깔려 있어서 발자국 소리가 소란스럽다.
노루란 녀석이 두 아가씨의 요란스러운(?)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아니면 이녀석이 한놈은 대충 상대를 하겠는데 아무래도 세명까지는 불리했던지 슬그머니 엉덩이를 보여주기 시작하더니
이내 숲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린다
그녀석 혹시 암놈은 아니었을까를 잠시 궁금해 하다가 아차 뿔이 달렸었구나...
그런데 숫놈이 왜 아가씨들을 보고 도망가는고얌~.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숲속에서 야생으로 돌아다니는 노루는 본 적이 없었다는 아가씨들
노루가 맞느냐며 뿔이 달렸는데 사슴은 아닌지 궁금해 한다.
한라산 야생 노루가 맞다...
비가 내리니 건천 일색이던 제주도의 계곡에도 물이 고이기 시작하고 조금씩 흐르기 사작한다.
다 좋은(?)제주도에 아쉬운 것 한가지라면 계곡에 물이 넘쳐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몰론 쇠소깍처럼 바닷물이지만 계곡수처럼 보이는 곳도 있고 돈네코 계곡도 있기는 하지만 한라산 주변이나 엉또폭포처럼
순간 최대 강수량이 70mm 정도 내려야 폭포랑 계곡수를 볼 수 있다는 건 여름철엔 다소 욕심에 못미치기도 하다...
거위벌레가 맞는 것 같은데 거위벌레 치고는 목이 덜 나온 것 같기도 하고...
거위벌레는 사슴벌레처럼 가느다란 목이 조금 더 길게 생겼던데 이녀석은 비 때문에 젖을까봐움츠려서 그런 것인지 목이 좀 짧아 보여서 자신이 없다.
이끼 잔뜩 낀 고목에 총총이 들어선 우산버섯
유치원생들이 조그만 우산을 받쳐들고 골목길을 올라가는 모습 같다...
왜 사려니 숲길은 거의(약간 예외적인 숲길도 있지만)정해진 포장길로만 걸을 수 밖에 없는데 가끔씩만 출입을 허락하는 것이며
물찻오름은 아예 수년 동안 생태보호와 휴식년제로 묶어두면 될텐데 국민들에게 내년에는 하는 기대를 가지도록 만들고선
어김없이 올해도 212년 12월31일까지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구를 보여주는 것인지...
올해 12월31일이 지나고 새해 1월1일엔 올해 1월1일처럼
물찻오름은 자연휴식년제를 위해 2013년 12월31일까지 출입을 통제합니다..라는 안내를 보게 되는 건 아닐런지...
오랜 옛날부터 있어왔던 양반네들이 지나고 숯 굽는 마을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보부상들이며 마을과 마을을 넘나들돈 사람들의 길을
사려니 숲으로 이름을 정하고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약간의 통제를 하고 바닥에 화산재인 송이를 깐 것은
참 고마운 일인데 어차피 보호를 할려면 제대로 해야 할 것인즉 길을 좁혀서 숲이 더 건강한 혼함립으로 거듭나게 할 수는 없는지?
이녀석들은 유난히 비를 좋아하는 것일까
사돈에 팔촌까지 떼거지로 나와서 털쥐똥나무 꽃에 앉아 단체 목욕중인 거위벌레들
발 적시지 않을만큼의 높이로 놓여진 돌다리
비가 많이 오면 자연스럽게 시멘트로 포장이 된 저 길 위로 물이 넘쳐 지나가게 만들고 위험할 때는 출입을 금지 시키겠지만
적당한 양의 비가 내릴 때는 징검다리 처럼 밟고 지나가게 예쁜 돌다리를 만들었네...
노루는 저 돌다리를 밟고 지나가지 않았을까?
에쁜 궁둥이 씰룩거리며 징검다리 건너는 노루를 한번 봤으면 싶네...
꼬물락 꼬물락...
자세히 들여다보면 올챙이들이 헤엄치고 다닌다.
좀 있으면 개고락지들이 많아지겠다.
올챙이에게서 다리가 하나둘 씩 삐져(?)나오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바쁘다 바뻐...
이녀석은 뭐하러 이 비내리는 날에 사람들 발에 밟힐려고 나들이를 나섰을까?
덩치가 꽤 큰 나방의 애벌레인듯 그런데 좀 무시무시한 털가시가 덮힌 놈이다.
지 걸음으로는 아무리 서둘러도 한시간은 족히 꿈틀거려야 건너편 숲으로 들어갈텐데...
나뭇가지로 집어서 숲으로 옮겨주려다가 만지면 피부에 손상이 가는 예민한 녀석들이라 그냥 두고 지나간다.
밟히지 말고 서둘러 꼬물거려 건너가거라~
누가 나무와 꽃 풀 새 들의 이름을 지었을까?
어떤 것들은 함부로 지은 것들도 있을 법 한데...
저들은 지 이름을 마음에 들어나 할까?
이나무...먼나무..나도밤나무...너도밤나무...아그배나무...똥나무(돈나무)...으아리...노루오줌..곰의말채...까치수염 ...노루발...거지딸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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