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내버려 두라 본문
꽃 보다 여자인가 여자도 꽃처럼 아름답다인가...
화무십일홍 이라고 시들지 않고 오래도록 화려하다면 그게 어디 들녘에서 마음대로 피고 지는 꽃이겠으며
늙어 곱다면 다행이겠지만 뜯어 고쳐서 추해진다면 언감생심 감히 꽃보다 여자이겠는가...
붓꽃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어제본 꽃이 내일 다시 가서 확인하면 그 모습이 아닌 것을
내버려두고 모든 것을 그대로 보라...
내 안에 가두려 하지도 말고 내 것으로 만들려고도 말고 내 편이(취향) 아니되어도 왜 그러느냐고 탓하지 말아라,
세상에 니것이 어디 있겠으며 내 것 또한 없는줄 잘 알고 살아야겠다...
저 녀석의 눈을 보라,
기다릴줄 아는 것 같지 않니?
먼나무의 새싹
힘 들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존경까지야 아닐지언정 대단하기도 해 보이고 때론 감탄도 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아무도 내 삶에 참견을 하려 말고 그냥 내버려 두렴...
저 나무의 등걸을 돌로 쳐 보렴,
쇳소리가 날만큼 단단하단다.
그런데도 나무의 꼭대기 가녀린 가지 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단단한 몸체를 뚫고 나오는 저 어린 새싹은 어쩌자고 저러는 겐지...
종려수의 새순
생명 있는 것은 다 태어날 때의 모습은 경이롭다.
너는 참으로 잘 생기고 늠름하고 멋도 있는데 니 주인은 어쩌자고 너를 그렇게 굵은 목줄을 채워 너를 묶어만 두는지...
너는 길을 지나거나 모르는 사람을 발견해도 사납게 짖는 일도 없고 오히려 반갑게 꼬리를 흔들줄 아는데 말이야...
먼 곳을 바라보는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내버려 두라...
세상의 모든 동물원의 동물도 차츰 자연으로 돌려 보내고 더 이상은 가두려 들지 말아라...
살아있는 것들을 가두고 키워서 음식이나 애완용으로 만드는 사람이 어찌 만물의 영장이라더냐?
나도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다...
너는 아무리 봐도 꽃 같지가 않고 병 속을 씻는 솔 같이 생겼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조차 병솔꽃이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제주도에서만 너를 발견했었는데 제주도 특산종인지 아니면 외국 수입종이더냐?
산수국
물양귀비
연못이 꽃들 가운데 누가 더 예쁘고 아름다울꼬?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종교적이거나 새하얀 색으로 인해 깨끗함의 상징인 연꽃이라고 할테지...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너를 더 어여삐 여긴다고들 하더라,
그래서 너는 좋으니?
실잠자리의 사랑을 도촬 한답시고 비 내리는 연못가에 엎드려 한시간을 서성거렸다.
그 가녀린 날개를 맹렬히 파닥이는 행동은 클라이막스를 달리면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중인지
앞엣놈이 숫놈인지 뒤에 놈은 암놈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거꾸로인지 별게 다 궁금한 날이었단다.
니들이 그랬지?
그냥 좀 내버려 두라고...
앞엣놈이 덩치가 다소 큰 듯 하길래 내 임의대로 숫놈이 앞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뒤엣놈이 꼬리를 말아올려 앞엣놈의 꼬리에 갖다 대는 것을 보면 다소 헷갈리기도 한단다.
내가 사람이라서 내 맘대로 판단해서 미안타만 들이 대는 것으로 치자면 뒤에 녀석이 숫놈이 맞겠다...
요즘의 종교는 정나미가(?)떨어지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저 연꽃은 어느 종교에서 말하는 두손 합장의 고운 그모습 그대로가 맞는 것 같다.
고운 하얀 두 손을 벌리면 연꽃 속에서 청아한 소녀 같은 심청이가 나오려나...
꽃보다 여자가 더 아름다울 수 없는 때는 꽃창포 니가 이슬을 머금고 꽃잎을 활짝 벌리기 시작할 때 가 아닐까?
세상의 모든 꽃들이 색깔도 화려하고 이파리의 독특한 생김새하며 어느것 하나 기이하지 않은 게 없는데
다만 사람의 눈으로 평가해서 더 예쁘니 덜 아름답느니 다투기도 한다.
그 중에 꽃창포 너는 어쩌면 그렇게 네 잎의 정대칭도 아닌 삼각 대칭에다가 생김새 또한 잉간들이 만든 건축물보다 더 정교한 모양새를 하고 있니?
연꽃이 피는 연못의 물은 눈으로 보면 탁하기 그지 없다.
물론 다소 맑아 보이는 연못도 있지만 대개는 진흙으로 된 뻘바닥 형태이고 연의 줄기가 가을이면 삭아내려서 그냥 보기엔 지저분하기 까지 하다.
그런데 저렇게 새하얀 백연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돼지우리 속 진주 라는 말도 일견 수긍이 간다.
사실 연이 자라는 연못은 자정 능력이 아주 우수해서 탁도는 뿌옇지만 수질만큼은 상당히 좋다고 한다.
실제로 1급수의 수질에서나 볼 수 있다는 민물 참게가 사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수백만이랜다...
지극히 평범이라고 하면 안 되는건지?
단순무식하게 살면 정신줄이라도 놓아버리게 될까봐 두려운게냐?
그러면 또 어때서?
길 위에 서 있는 난 모르는 길이 나오면 언제나 그 길을 선택한단다.
엊그제 걸어 지나갔던 길은 너무 익숙하고 눈에 선해서 호기심이 없어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지랄 같은 이 세상 모르는 길로 들어 알지 못할 두려움이나 예상치 못한 변화라도 내게 일어날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란다.
변화가 생긴다면 개떡 같은 지금보다 더 못할 리는 없잖겠는가 말이다...
그래도 복권 같은 것은 취미가 없더라만...
화려함도 향기도 없는 너는 내 기억 속의 육영수 여사 같단다.
영부인 이라는 칭호를 들을만한 사람은 대한민국 역사상 단 한사람 뿐이었던 것 같애,
정치 같은 걸 떠나서 그를 싫어했던 사람 있었을까?
내버려 둬라...
건드리지 말고 그냥 둬라...
기다리지는 말아라...
그래도 그냥 기다려진다면 니 갈 때 혼자 외롭게 만들지는 않으마,
겁이 나서 약속 같은 것은 않으련다.
지금에나 나중까지 살아낼 자신이 없어지면 내 먼저 포기라도 하고 싶은데 행여라도 니가 기다린 채 산다면 내 그 약속 어찌 두고 가랴...
살아 있는 것은 분명할진데 살아 있어도 살아지는 것 같지 않은 사람에게 그냥 저냥 살아내라고 한들...
세상의 아픔 가운데 스스로의 아픔 만한 게 또 어디 있겠니?
니 자신을 너무 탓 하지 말아라
이제는 그만 스스로를 토닥이고 살아내야 할 날이 사흘이라도 남았거들랑 그 사흘 가운데 단 하루만이라도 되는대로 좀 살아보렴...
참 쉽고도 우습지 않니?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아주 오래 전이거나 한참 전에도 지금처럼 지랄 같고 개떡 같이 그러지 않았었니?
니 앞에 놓여진 현실이라는 그 삶이라는 게 말이야...
그러니 그냥 쉽게 살아...
편하게 내버려 둬 버려...
뭐든,
뭐가 어떻게 되건...
달라지면 어떻고 안 되면 어쩔 것이며
죽는 것조차 두려웁지 않을테니 뭐가 문제 되랴...
'링반데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떴다...처음으로 (0) | 2012.05.27 |
---|---|
선택의 행복... 겨울여행 (0) | 2012.05.27 |
미소 (0) | 2012.05.22 |
날 궂은 날엔 날궂이를 한다 (0) | 2012.05.11 |
제주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0) | 2012.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