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떴다...처음으로 본문
카미노 데 산티아고
인디아 가는 길
숨기만 하더니 이젠 니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게냐?
점점 늙어가니 뱃살이 불어나고 피부의 주름살도 쳐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도달한 것이다.
더 이상 미루기가 싫어지는 것이고 기다릴 건덕지 따위는 애시당초에도 없었고 상처 투성이의 삶도 연신 부추긴다.
한동안 누군가를 뚫어지게 주시하다가 제주의 몹쓸 강에 빠뜨려도 가라앉지도 않았던 그놈의 지랄 같은 영혼
헐값에라도 팔아볼 꿍꿍이도 부질 없이 세월에 떠밀려 부유하는 이제는 청춘을 넘어 그만 홍춘이 다 되었다.
버리고 내려 놓기는 무슨 지랄...
막 살기라도 했었으면 아프기라도 덜 했을 거라 그랬잖냐?
하긴 뭐 아둥바둥 살기라도 했겠냐만...
바다의 물고기 가운데 비교적 흔한(가끔 비씨지기도 한다) 고등어란 놈은 사람의 손에 잡히면
뭍으로 끌려 나오고 통 속에 들어가서도 죽을 때 까지 발악을 하는데 살려고 하는 짓은 맞다...
한데 감성돔이란 물고기는 생김새도 월등하고(사람의 눈에)맛에 있어도 고등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놈은 사람의 손에 잡히면 물 밖으로 끌러 나오기 전 까지는 최후까지 반항을 하다가 일단 수면 위로 끌려나오게 되면 그때부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제 몸의 비늘 하나 다치게 하지 않으려는 것이고 더 이상 살려고 발버둥 치다간 잘 생긴 외모에 흠 갈까 조심하는 것이다...
박스 속에서까지 발버둥치던 고등어는 잠시 후 이내 잠잠해져서 제풀에 죽어버리고
감성돔은 나중까지 제 생김새 그대로 보전하다가 깔끔하게(?) 죽게 되는데 둘 다 죽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어차피 포기해야 할 상황에 놓여진다면 차라리 감성돔처럼 쓸데 없이 발버둥치면서 흉한(?)꼬라지 보이지 않고 가는 게 나은 것 같다...
스스로의 뜻으로 태어난 게 아니었을테니 어쩌다 살아온 세월이 못 났어도 평생 한번은 마구잡이든 함부로든 제 뜻대로 살아봐야지 않겠냐?
아무도 주는 사람 없으면 스스로에게 선물 하면 되지 뭐,
인생 최고의 받고 싶은 선물을...
누구도 세상에 올 때 스스로가 선택해서 오지 않았던 것처럼
가야 할 때를 선택해서 언제 가야할지 아는 사람 또한 없으리라...
인도인들,
그들은 다시 태어나지 않기 위해서 화장을 하여 겐지스강으로 띄워 보낸다고 하는데
힌두교 라는 종교적인 관습을 떠나서 죽음 후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
겐지스강 가트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한번쯤 죽음에 대한 사색에 잠겨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