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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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14-1코스 제주의 허파 곶자왈 숲길

까미l노 2012. 5. 2. 23:29

부슬비가 내려 하루를 그냥 방콕하며 뒹굴려고 마음 먹었던 그날의 아침

샌들차림에 해장국집 가다가 붙잡혀 곰팅이님의 뒷축 걸기에 걸려 자빠지게 되고...

 

결국엔...

제주도에 오면 늘 즐겨 걷던 곳으로 두 장기수를 모시고 비오는 날의 얄궂은 데이또를 하게 되었었지...

두분 여성 장기수 가운데 한분은 연세가 있으신데 장장 90일 정도의 장기수이시고 또 다른 한분의 다소 젊은 여성 중기수는

남자에겐 아예 관심조차도 없다시는 조금은 요상한(^^)분이다...

 

여자들끼리 가면 조금은 무서울 것 같아서 망설이셨다면서 14-1코스 곶자왈을 걷고 싶다시기에 안내 비스무리하게 하게 되어

무릉 곶자왈과 저지 쪽의 곶자왈을 너무도 행복하게 알뜰하게도 걸어먹고 무릉리 인향동으로 나왔는데 아뿔싸~

모슬포로 나가는 순환버스가 두시간 후에 있는 게 아닌가...

 

고산 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한시간 후

할 수 없이 고산으로 더 가서 일주버스를 타자고 하고선 일단 젊고 아리따운(?)중기수 아가씨더러

희생타로 한쪽 다리를 걷고 무우다리를 흔들면서 무조건 지나가는 차를 세우라고 했겠다....

 

그런데 이 늙은(^^)아가씨가 이 차는 안 되고 저 차는 쑥스럽고 몽조리 다 무사통과 시켜버리는 게 아닌가...

할 수 없이 내가 나섰는데 마침 에쿠스 한대가 모슬포 방향으로 가길래 손을 들기는 했는데 그냥 휙 지나가는 게 아닌가...

 

하기사 저런 차가 길에 선 험상궂게 생긴 남자까지 낀 올레꾼 세명씩을 태워줄려고 하겠는가...

포기하고 다시 다른 차를 기다리기로 맘 먹었는디...그랬는데 에쿠스가 한 이십미터 가다가 비상등을 켜고 가장자리에 차를 세우더니

말쑥한 정장차림의 중년 신사가 내리면서 반겨 인사를 하시면서 타라고 한다...

 

어머나니낫~

이기 무신 조화란 말인가?

 

후다닥 뛰어 갔더니 차 안에는 세분의 신사가 타고 계셨는데 정원 초과가 되지만 이 시점에서 워쩌랴~

염치 불구하고 꾸겨 드갔겠다...^^

명함도 주시면서 친절하게도 모슬포까지 태워 주시더니 꼭 놀러 오라시는데 협재에서 리조트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셨다.

친절하고 고맙고 고마우신분들 복 많이 받으소서~

 

마침 일주버스가 정류소에 있길래 허겁지겁 달려가다가 갑자기 고파지는 배 그래서 생각난 모슬포의 유명한 해물짬뽕집 홍성각으로 가기로 합의하고

해불짬뽕 둘 해물 짜장면 하나 깐풍기 하나라...깐풍기부터 먹고났더니

해물 짬뽕이 양으로 치면 그릇이라고 할 게 아니라 양푼이었으니 도저히 배가 불러 다 못먹고 남기고 나왔다...

마라도 짬뽕에 비하면 마라도 것은 한그릇에 만원인데 이곳은 칠천원인데 맛도 맛이지만 그 해물의 양 또한 세배 정도는 더 들었었다...

 

서귀포로 향해 오던 버스 안에서

"내일 싸장님과 오름 가기로 했는데 같이 안 가실래요?"

"지는 내일 비행기로 가는데용..."

 

시침 딱...

단단히 마음 먹고 방으로 올라 왔겠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인터넷으로 뱅기 새끼줄을 훑어봤더니 돈 덜 드는 좌석이라곤 담 주 화요일 밖에 없다...

잠시 목하 고민을 하고...

어차피 연기할 놈 아니었더냐...

 

남자도 모르고 애인도 음는 중기수에게서 문자가 와 있다.

뱅기 연기되시면 연락 달라고...

에혀~ 주끼 아이모 까무라치기지 뭐...

 

낼은 싸장님과 오름 가고

모레는 한대오름으로 한라산 둘레길로 교래리 휴양림으로 선흘리 곶자왈로 줄창나게 행복하게 걷자고...

 

 

 

저지를 출발하여 문도지 오름으로 향해 걷는다.

바람에 이 저리 흔들리는 새파란 청보리가 보여 가까이 갔더니 키가 보리보다 커보여 밀밭인줄 알았는데 맥주 보리라고 푯말이 있다.

 

 

언제 지나게 되어도 행복해지는 제주도의 돌담길

가장자리엔 구름비 나무의 빨간 새순이 돋아나고 있고 새파란 담쟁이들이 막 담벼락을 뒤덮기 시작하는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다.

나 이런 곳에 땅 한뼘 있어서 작은 집 하나 만들어 오래오래 살고자바...

 

 

모범 중장기수들

창살 너머에서 가출옥의 행복을 만끽하는 중

 

 

 

통통하게 알 영근 보리들의 앳된 얼굴들

정말 탐스럽기 그지 없지 않은가?

소싯적 같았으면 몇자락 훑어 불에 구어 먹었을텐데 출신이 민중각이라그러지는 못하고

그냥 보리피리 한개만만들어 삘리리 삘리리 불며 오늘도 나는 행복한 올레꾼~

 

 

 

이곳 길섶에 유달리 많이 보이던 자벌레와 쐐기들

그런데 이녀석들 무척 부지런했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언제 기어 갔는지 멀찌감치 나뭇잎으로 건너 기어가고 있었다...오래 살거레이~

 

 

고사리가 엄청 많았던 14-1코스

맘 먹고 따면 하루에 한 두 마대자루는 딸 수 있겠던데 그런데 과연 고사리를 따도 임산물 불법채취가 될 것인가?

고사리는 따거나 그냥 두거나 별 차이는 없을 것 같다는 내 생각이긴 한데...

 

 

 

포장이 아쉬웠던 저지마을에서 문도지 오름 사잇길

김밥으로간이 점심을 때웠던 나무그늘 아래

앞서 달리던(?)남자 한명과 아가씨 둘이 되돌아서 오면서 14코스를 갈려고 했는데 길을 잘못 들었다고 되돌아 간다...에구~~~

 

 

문도지 오름 정상부

드디어 하늘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파래진다.

 

산티아고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의 그 광경처럼 세상이 온통 평화고 자유로워진다.

목초 사이로 드러난 빨간 황톳길이 예쁘고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노니는 제주도의 조랑말들 보이는 곳

 

드러누워 하늘 한번 볼랬다가 말똥들이 방해를 하는 바람에 포기하고 문도지 오름을 넘는다.

저기 저 돌담으로 둘러쳐진 작은 집엔 어느 분이 잠 드셨을까?

 

 

 

이녀석의 이름을 또 까먹었다...

특이하게 기생하는 풀처럼 나무에서 가느다란 긴 가지를 뻔더 잎도 없이 꽃을 앙증맞게 피웠다.

 

아래 작은 놈과 위의 큰놈은 입은 옷색깔도 다르고 생김새도 사뭇 틀린데 바람 났던 아부지 땜씨 씨 다른 형제인지 어무이 땜서 배 다른 형제인지...

 

 

 

둥굴레가 간밤 내렸던 빗방울 채 다 털어내지 못한 채

곱고 예쁜 연두색 속옷 차림으로 세상에 나왔네...

역시 잘생긴 놈이 맛도 좋은 거시여~

 

 

 

절로 코가 벌름벌름 거려지는 곶자왈의 숲속

이끼를 보면 왜 이리 공기조차 맑게 느껴지고 숨쉬기가 편해지는지...

 

 

사진 찍혔던 경험도 부족한지 개폼 하나 제대로 못잡던 민중각 출신 중장기수들...^^

하기사... 퍼질러 앉으라고 했더니 엉덩이에 흘이나 벌레 깔고 앉을까봐 못하겠다고 하니 난들 워쩌랴...

 

 

콩짜개는 워찌 요리 예뿌던가...

바위 구멍 뒤 저편에 어여쁜 아낙네 맨 엉덩이 깐 모습도 보여졌으면 조케따~

 

 

 

이끼 잔뜩 낀 바위 위

이름모를 식물 하나 가지를 뽑아 올리고 꽃도 한송이 달아내고 섰다.

한국인이 아주 좋아하는 자연산이고 석부작(?)이로세~!

 

 

 

 

 

 

이거 아까 그놈이다...

아무리 봐도 나뭇 가지가 원래부터 지 몸체인지

아니면 기생살이 꽃인지 풀인지 헷갈린다.

 

원래 지 몸뚱아리라고 보기엔 꽃이 피어나온 줄기 밑둥이 나온 곳이 영 의심스럽다.

마치 조화를 나무에다 꽂아놓은 것 같지 않은가?

 

 

 

 

 

 

 귀한 탠자나무가 있네~

요엄 여름에 지나가면 향기 꽤나 선물해 줄 것 같다.

이 곶자왈에는 특히 고사리와 산처나무가 상당히 많이 있는 곳이다.

 

 

앤 음는 신선한 꽃총각들은 눈여겨 보거라~

잘 생기진 않았지만(헉~) 상당히 괜찮은 아가씨거든!!

 

 

도당췌 집에는 언제 가실거유?

내도 모리고 암도 모린다시는 전주 어머님!

 

 

 

 

삽살개 이발한 자리에 떨어진 것인가...^^

민들레 꽃씨도 아닌 것이 아직 싱싱하게 나풀거리고 있다.

붙의 해파리마냥...

 

 

니 휴지는 가지고 있나?

손수건 빌려주까?

 

 

 

 

이 꽃 이름 아는 사람?

 

 

오설록 녹차밭의 아줌마 관광객들은 녹차 새순을 똑똑 따고 있던데 이거 무신 뜻일까?

 

 

 

 

 

 

세상에서 가장 잘 생긴 무우?

제주도의 젤 아름다운 무우?

일타 사피의 동치미를  통째로 담그면...

 

앞에서 보면 네 손가락인데 돌려서 보면 작은 손가락이 엄지와 중지 사이에 하나 더 달려있다.

내 비록 봉두난발이지만 엄연히 발가락은 아니라는 점

분명히 손가락처럼 생기지 않았느냐 말이다...

 

속을 파내고 장갑으로 써야겠다...

 

 

메밀밭인줄 알고 가까이 갔는데...

아무리 봐도 줄기가 메밀 같지 않던데 너는 무엇이더뇨?

 

 

 

행복한 오늘 하루

내가 잘 아는 어느 친구는 어제 고스톱으로 오만 원을 잃었다기에 오늘은 십오만 원을 따라고 그랬다...

 

앞 서 올레를 열 하루 동안 걷다  간 또 다른 친구는 다리가 참 예쁜데 잘 안 보여줄라캐서 늘 섭섭한데 죽기살기로 걷고만 다니는 내가 부럽댄다...

부럽긴...

이제라도 느리고 편하고 싶어서 못 죽어서인 마음되어 걷는다 그랬는데 참 무지몽매한 현문우답이었으리라...

 

뱅기를 5일간 늦췄다.

집에 가면 밥해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