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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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여행지에서의 시시한 이별

까미l노 2012. 3. 13. 00:05

 

 

시시하다...

시시하고 시시해서 함부로 살아봤다.

그마저도 이내 시시해져서 사는 걸 그만 두는 건 어떤 것일까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먼지처럼 사라져버리자 그랬다...

 

이별은 당장은 싫고 쓸쓸하다 

먼 이국땅에서 만나게 되는 여행지에서의 이별 말이다

더 이상은 만날 수 없거나 만날 이유가 없는 인연들과의 헤어짐

그래서 혼자 하는 여행은 쓸쓸함이 함께 하는 것이다.

 

값이 고가이거나 명품 같은 것에 대하여 아는 것도 없지만 좋아하지도 않는다만

물건이라면 늘 새것은 좋아한다.

아니..새것이라기 보다는 늘 새것처럼 보이는 것이 좋다.

 

낡고 때 묻어 오래된 것이 좋은 것도 많지만 옷이나 손으로 만지면서 사용하는 물건은

항상 깔끔하고 흠이 없는 것을 더 바라는 편인데

이십 년도 더 지난 물건을 흠 하나 없이 사용하다가 중고제품으로 되판 적이 있었는데

사간 사람은 지금의 시대에서는 중국산 외에 구할 길이 없는 귀한 것이라고 감격할 정도였었다.

옷...

새옷을 좋아하면서 입고 다니는 옷은 늘 그 옷이 그 옷이다.

좋은(?)옷은 옷장 안에 늘 걸려만 있고 입고 다니는 옷은 이미 낡아서 삭아내릴 정도인데도

한 번만 더 입고 버려야지를 늘 반복하면서 벗을 땐 항상 세탁기에 다른 옷들과 함께 들어간다...

 

여행자가 아닌 것처럼 한곳에 오랫동안 머무를 때가 더러 있다.

인도에서도 그랬고 히말라야에서도 그랬고 산티아고에서도 한 도시에 여러날 머무르기도 했었다.

딱히 그 도시나 마을의 풍광이나 사람들 또는 달리 뭐가 있어서는 아니다만 그냥 느긋한 게으름이 좋아서였다.

 

나는 까탈스러운 것인가 아니면 변덕스러운 것인가

낡았지만 손 때 묻은 편한 것을 선호하는 사람인가 무엇이든  새것을 좋아하는 타입인가...

 

막막하지만 기약없이 떠나고

돈이 다 떨어져가도 하루 하루의 시간이 피 마르듯 아깝지 않고 

걸어올 사람이 있든 없든 아예 버려두고온 휴대전화는

국제전화로 걸어도 반갑게 받아줄 사람이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지 않아서 편하다

 

어떤 작가가 그랬다.

"떠나는 일은 점퍼의 지퍼를 채우는 일"이라고 하던데

지퍼를 채우기만 하면 언제든 어느 곳에 있었든 떠날 수 있는 상태라서 참 좋다.

그건 내가 그런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기 때문인데 오로지 내 의지에 의한 것이 전부는 아니다...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한...하려던 사람 있었을까?

일방적으로 생각했을거라는 기억이(?) 많은데 그 뉘라서 나를 완전히 이해했을까...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게 됐다면 아무리 늦었다 해도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건 분명히 사랑이라던데...

나는 누구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믿음을 준 적이 있었을까...

 

같이 왔으면 좋았을텐데... 벗어둔 양말을 신으며 술이나 사러갈 수 있었으면...

아주 멀리 있어서 아득한줄로만 알고 살았었는데

벌써 이만큼이나 와버렸다.

먼 훗날이라는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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