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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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생애 단 한 번 일지도 모를 그래선지 처음

까미l노 2012. 1. 12. 01:54

2008년 9월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파리 드골 공항으로 출발하려던 날에...

 

 

이제 딱 두 밤만 자고나면

꽤 먼 이국땅으로 간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그닥 찾는 사람이 많아서는 아니지만 신나게 전화기를 아웃 시키고...

 

여태 자의든 타의든 또는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그 먼저 떠나는 길에 뒤에 선 사람이 되어 잘 가라고 무탈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고

손은 흔들지는 않았지만 늘 그렇게 뒤에 서서 인사를 보내는 사람으로 살았었다..

 

 

이제는 나도 뒤를 돌아봐도 되는

누가 있든 없든 흔드는 손수건이 있거나 말거나

떠나는 사람이 되어보라는 선물을 스스로에게 준다.

 

 

분명 대상은 없을진데 무슨 통쾌함 같은 것이 스멀거린다.

 

출발하는 날짜가 다가올수록 설레임은 점점 줄어들고

온갖 곳들을 뒤적이고 준비하고 그러다가 종내는 부질 없을 것 같아서 다 팽개치기도 하면서...

 

언제나 나의 일엔 무관심으로 흐르게 되는 스스로인 나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내게 기대어서 함께 떠나는 여행이었다면

나는 지금 시각에도 무척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을테지

처음 있었던 막연한 두려움조차 점차 옅어져만 간다.

 

 

더 일찍 돌아오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될 지언정

여정동안 머물 곳들을 일일이 꼼꼼하게 예약을 하고(순전히 금전적인 이유때문이기도 하지만)

돌아오는 날짜를 정하고 간다는 게 조금은 아쉬움인 채 속으로는 찬란한 반란을 꿈 꾼다

.

 

길에 서면 일행이 있어도 앞 서거니 뒤 서거니 여러차례 헤어짐은 분명할 터,

가던 길에 만나게 될 무수한 갈림길에 서서 침 뱉어 내리치는 내 손바닥 위 튀는 방향을 선택하지는 않을까

 

 

어제 죽은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을 내일 이라는 시간

그래서 돌아오는 그 무렵 세상이 많이 바뀌어 있었으면 싶다.

 

어떤 것이든...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그런 생각들을 소원 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시푸다

오랜시간 멀리 떠나있다 돌아왔을 때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를

필요한(?)사람들 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