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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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비 오름

까미l노 2011. 5. 25. 23:25


“오름 호칭 가운데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말이 가끔 나온다. 지금은 거의 쓰여지지 않는 방언이나 고어, 고구려어에 바탕을 둔 것, 몽골식 지명이라는 것도 있다. 본디의 이름에서 심하게 와전된 것도 적지 않다.
따라비-, 알쏭달쏭한 이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모지오름에 이웃해 있어 마치 지아비, 지어미가 서로 따르는 모양이라서 따라비라 한다는 풀이가 있는가 하면...... 모지오름과 시아버지와 며느리 형국이라는 데서 ‘따하래비’라 했다는 등의 별의별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름나그네 따라비오름 중 일부-

이름마저 독특한 따라비오름고즈넉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주말쯤 다녀오면 정말 좋다.
한라산으로 구경 가고 싶은데 시간적 여유가 없어 부담스러울 때, 서너살 쯤 된 꼬마와 함께 가족나들이 가고 싶을 때,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의 주말 데이트 코스로, 생각이 많아지는 이 계절 나 홀로 무작정 걷고 싶을 때...
어떤 사연을 갖고 오르든 따라비오름은 모두를 포근하게 감싸준다.
다른 오름과 달리 따라비는 도로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어 생각보다 쉽게 찾지 못하는 오름 중 하나다.
가능한 적게 걷고 가능한 많은 기쁨을 얻으려 생각하고 있다면 당장 그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차가 갈 수 있는 길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한 두시간 걷는다 생각하면 마음마저 홀가분해진다.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따라비오름은 오름 그대로의 모습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다. 워낙 따라비의 명성이 자자해 최근엔 알음알음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오름아래까지 길이 뚫린 딴 오름에 비하면 아직까지 문명의 때가 덜묻었다.

도심을 벗어나 자연속으로... 따라비오름 가는 길
따라비오름 가는 길은 몇 가지가 있는데 여기선 트래킹에 적당한 남영목장 쪽 길을 소개하겠다.
제주시에서 성읍쪽으로 동부관광도로(97번)를 타고 가노라면 좌측에는 성읍2리 간판, 우측에는 남영목장(한자로 쓰여있음)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남영목장쪽으로 우회전하면 입구에서부터 키 큰 삼나무가 비포장 도로 양쪽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서부터 운동화 끈 조여매고 걸어가도 좋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폭신폭신 흙길의 느낌, 도시의 아스팔트와는 전혀 다른 자연으로 돌아간 기분이 참 좋다.
아니면 삼나무길 비포장도로를 따라 5분여 직진하다 갈래길을 만나면 좌측 시멘트길을 따라 차머리를 돌린다. 그 길을 따라 가다보면 관리축사가 보이고 길은 거기서 끊긴다.
차는 적당한 곳에 세워두고 차가 향했던 방향으로-길 양편에 삼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는 왼쪽의 길을 따라간다-씩씩하게 걸어보자.
오름 아래까지 30분 정도 걸리므로 이제부턴 정말 걷는 일만 남았다.
그래도 미리 걱정할 건 없다.걸어가는 내내 화제거리가 풍부해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등반코스처럼 험한 길도 아니어서 노래라도 주거니 받거니 부르다 보면 오름도 오르기 전에 서로에게 새록새록 정이 들어버릴 것이다.
삼나무가 사라지고 시야가 환해지면서 정면에 따라비 오름이 자태를 드러낸다.
아, 따라비오름이다. 그 명성과 찬사에 걸맞게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따라비오름은 너무나 수려하고 매혹적인 자태로 보는 이들을 감동시킨다. 오름 앞쪽으론 바람에 흩날리는 황금빛 억새물결이 부드럽게 출렁이고...마치 억새바다에 떠있는 섬처럼. 계절의 변화와 함께 연두빛에서 갈색으로 변해버린 따라비오름과 황금빛 억새의 조화...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자연의 신비로움... 따라비오름에 오르다.
오름을 오르면서부터 눈부시게 하얀 물매화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청초한 느낌의 이 들꽃을 보기 위해 얼마나 자주

허리를 숙였던가. 누구든 이 작고 앙증맞은 물매화를 보고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못배길 것 같다.

따라비오름은 여섯 개의 봉우리와 세 개의 굼부리를 가지고 있어 결국 오름 여섯 개를 돌아본 셈이 된다.
봉우리 마다 그 느낌이 다르고 바람세기가 다르고 주변 풍광이 달라진다. 어렵게 어렵게 따라비를 찾는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굼부리 능선을 따라 오름을 돌아본다. 하나, 둘, 셋...오름에서 태어나 결국은 오름 곁에 뭍힌 제주사람의 무덤이 마치 또하나의 오름처럼 오름자락을 수놓고 있다.
사람은 정말 약한 존재인가 보다. 오름 봉우리에서 발견하게 되는 기원탑을 보고 있노라니 인간은 자연앞에 나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각인한다.
바람이 드세다. 모자를 날릴 정도로 바람세기가 달라졌다.오름을 오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신비로움이다.

따라비오름에서 내려다본 황금억새가 바람에 맞춰 춤을 춘다. 부드러운 그 흔들림은 여럿이 아닌 마치 하나가 돼 박

자를 맞춰 움직이는 것처럼 리드미컬하게 보인다.하나 보다 여럿이 모였을때 더욱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바람에 흔들리는 황금빛 억새바다, 어깨를 맞댄 듯 부드럽게 이어진 따라비오름의 봉우리들, 무리지어 피어난 키작은

들꽃, 환하게 미소짓는 아이와 사랑스럽게 그 아이를 바라보는 젊은 부부의 얼굴...헤아려 보니 너무 많은 것 같아 마

음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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