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석산봉 본문
성산일출봉에서 한라산쪽 오조갑문으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내해 건너편에 보이는 조그만 오름이 바로 식산봉이다. 내해를 반바퀴 돌아 마을로 들어가면 이오름 아래에 닿을 수 있는데, 이마을이 바로 오조리이다. 식산봉(食山峰)의 이름유래는 예전에 이곳은 지정학적 위치특성에 의해 유독 왜구의 침입이 잦았다. 이에 당시 오조리해안 일대를 지키던 助防將(조방장)이 꾀를 내어 마을사람들을 동원하여 이 오름을 마치 군량미를 쌓아 놓은 것처럼 꾸며놓아, 왜구들이 함부로 넘보지 않았다는 데서 연유한다. 봉우리 정상에 장군을 닮은 바위(장군석)가 있어 바오름 이라고도 한다. 겉으로 보기엔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지만 곳곳에 바위덩어리가 있고 주변 경관이 좋아 산책코스로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해발 60m의 식산봉에는 소나무와 왕대가 무성하며 동백나무, 까마귀쪽나무,후박나무, 생달나무 등 상록교목이 우거져 식물상이 다양하다. 바로 발아래 8만여평의 양어장에는 숭어, 민물뱀장어, 우럭, 넙치등이 자연 서식하고 있어 현재 유료 낚시터로 개발중에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내해의 잔잔한 바다건너 신비스럽게 솟아있는 일출봉과 이곳을 드나드는 조각배의 정경이 최고의 비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인과 한적한 어촌마을의 정취와 호젓함을 즐기기엔 그만일 듯 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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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조리의 식산봉은 옥녀산발형(玉女散髮形)이라고 말한다. 그 뜻은 아름다은 여자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울고 있는 모습과 같다는 것으로, 여기 얽힌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부씨성을 가진 한 총각이 살고 있었는데 이웃집의 옥녀라는 처녀와 깊은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부씨 총각은 불미대장(대장장이)의 아들로 양반신분이었던 옥녀와 쉽사리 혼인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둘은 몰래 만나며 기회를 엿보고 은밀한 언약을 맺은 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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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을을 지키는 조방장이 마을를 지나다가 옥녀의 아리따운 자태를 보고 그녀의 미모를 탐하게 되었다. 그는 사람을 놓아 그녀 부모에게 그녀를 첩으로 달라고 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부씨 총각이 옥녀와 깊은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것이 그녀를 첩으로 데려오는데 장애가 된다는 것도 알았다. 시기심이 불끈 일어난 조방장은 없는 죄를 만들어 씌워 부씨 총각을 잡아다 목매달아 죽이고, 시체를 식산봉 동쪽 바닷가에 내다 버리게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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