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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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디아스포라의 황혼 / 마종기(A)

까미l노 2010. 10. 7. 02:01

스포라의 황혼 / 마종기






            내가 원했던 일은 아니지만


            안녕히 계세요,


            나는 이제 가겠습니다.


            산다는 것은 떠나는 것이라지만


            강물도 하루 종일 떠나기만 하고


            물살의 혼처럼 물새 몇 마리


            내 눈에 그림자를 남겨줍니다.






                            한평생이라는 것이


                            길고 지루하기만 한 것인지,


                            덧없이 짧기만 한 것인지


                            가늠할 수 없는 고개까지 왔습니다.


                            그대를 지켜만 보며, 기다리며


                            나는 어느 변방에서 산 것입니까.











                                                              착하고 정직한 것만이


                                                              마지막 감동이라고 굳게 믿었던


                                                              젊고 싱싱한 날들은 멀리 가고


                                                              노을이 색을 바꾸며 졸고 있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포옹만 믿겠습니다.


                                                              내 노래는 그대를 만나서야, 드디어


                                                              벗은 몸의 황홀한 화음을 탔습니다.


                                                              주위의 풍경이 눈치 보며 소리 죽이고


                                                              감은 눈의 부드러움만 내게 남는 것이


                                                              이 나이 되어서야 새삼 눈물겹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