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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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떠다니는 노래 ..

까미l노 2010. 10. 7. 01:52

떠다니는 노래


허둥대며 지나가는 출근길에서
가로수 하나를 점찍어두었다가
저문 어느 날 그 나무 위에
새 둥지 하나를 만들어놓아야지.


살다가 어지럽고 힘겨울 때면
가벼운 새가 되어 쉬어가야지.
옆에 사는 새들이 놀라지 않게
몸짓도 없애고 소리도 죽이고,
떠다니는 영혼이 아는 척하면
그 추운 마음도 쉬어가게 해야지.

 

둥지의 문들 열어놓고 무엇을 할까.
얼굴에 묻어 있는 바람이나 씻어줄까.
조건을 달지 않으면 모두가 가볍군.
우리들의 난감한 사연도 쉽게 만나서
당신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해도
이제는 아프지도 않은지 웃고 있구나

 

마 종 기
시집 [그 나라 하늘 빛]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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