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사랑의 반대말이 증오나 분노는 아니지 본문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천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황인숙의 '강'
어제는 갑자기 봄바람이 도져 길을 나섰다.
봄의 화사함 때문에 난 봄바람이라면 얼마나 좋으랴만
나에게 찾아오는 봄날은 매화나 동백으로는 아니 오고
지랄처럼 뿌연 황사바람 속에 섞인 중금속같이 수상쩍은 건조한 바람으로만 온다.
때 늦은 눈을 맞으며
낙동강가의 오지마을을 찾아들었다.
'오지' 라는 표현은 왜놈식이라 싫어하지만 두메산골이라고 하던 날더러
지나치게 고정관념이나 시시비비 가리기 좋아하는 것 같다는 소릴 듣고부터는
그냥 아무려면 어떄 싶어 나도 그냥 사용한다...
지금에야 이나라에 오지 같은 오지가 어디 남아있으랴만
길이란 길은 죄다 포장이 되어버린 곳에 따로 옛길이라고 친절하게도 포장을 피해
옛사람들이 다니던 오솔길을 보존을 해뒀다.
고맙고 고마워서 길을 걸으면서 누군가에 마구 인사를 하고 싶은데
나 말고는 아무도 길에 사람이 보이지를 않는다.
답사를 겸한 여행인지라 길을 허겁지겁 걷게 된다.
들머리로 달리듯 가서 확인하고 다시 되돌아 나와
이번엔 날머리를 확인하기 위해 반대편 길을 찾는다...
유리알처럼 맑은 모습으로 숲을 헤쳐가는 뱀처럼 휘돌아 나가는 낙동강의 줄기
회룡포 앞 내성천은 수심이 참 앝고 유순한 물줄기에 모래가 너무도 고와서
곁에 누군가라도 있었으면 바짓가랑이라도 걷고 들어가서 한바탕 물장구라도 치고 싶어진다.
그림자는 무엇을 뜻하는건지
바다로 간 그림자는 또 누구일까...
채 써먹지도 못했다던 당신 몫의 사랑
섬진강으로 달려가서 이화를 보고 싶었지만 오늘밤은 아쉽게도 보름 언저리가 아니라서
이화가 월백을 하지 않는단다..
당신는 누구인가...
오늘 가는 나의 봄날에 강에 서서 비를 기다렸지만 눈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