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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가위 바위 보와 묵 찌 빠 그리고 삼 세판

까미l노 2009. 11. 12. 12:02

매일 저녁 7시가 넘으면 집을 나서 가까운 천변으로 밤마실 걷기를 하러간다.

수 많은 적벽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무슨 성당협의회 앞 골목길을 지나면

개판 오 분 전 이라는 강아지를 파는(?) 조그만 동물가게가 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그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린다.

칸막이가 여럿으로 나누어진 유리상자 안에

각기 두 마리씩의 강아지를 넣어둔 상자 속에서

귀여운 강아지들이 낑낑거리며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둣 한다.

 

길가에서 창 안을 들여다보는 내게 저에게 손길이라도 달라는 양 나를 반기는데

한마리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또 슬며시 고개를 쳐 든다...

 

한놈을 데려갈까 오늘도 한참을 서성거리며 온갖 주판 알을 다 굴려보다가

쓴 웃음 날리며 이내 포기하고 길을 간다.

고녀석들에겐 한 없이 미안해 하며...

 

같이 뒹굴고 한 이불 밑에서 서로의 체온을 전달하며 자고 그랬으면 싶은데

내가 집에 없을 떄를 생각하면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코가 뭉턱하고 어찌보면 한 없이 귀여운데 지독하게 못생긴 녀석...

 

이름을 망치라고 까지 지었었는데

내일도 그 앞을 지나면 또 그 자리에 서서 많이 망설이다 그냥 가겠지...

 

출장간 내가 돌아올 떄까지

내 실내화를 코 앞에다 묻고서  기다리다 지쳐 잠들었던 녀석이 생각난다.

지 코 고는 소리 떄문에 나를 잠 못 들게 만들고서 꺠우면 멀뜽멀뚱 쳐다보던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껴 안고 뒹굴며 지놈도 잠 못들게 하곤 했었는데

 

나처럼 삶은 감자 양배추 사과를 좋아하고

접시의 우유를 코까지 빠트리며 온 바닥으로 밀고 다니며 먹던 퍼그 녀석...

그 녀석의 새끼가 있었으면 싶은 그런 바램이다...

 

괜히 개새끼 이야기를 하고있었네...

 

그래,

개판 오 분 전...

인생이야말로 개판 오 분 전 아니던가...

 

당신...

나에게 편하게 살려고 하는 것 같다 라고 했나요?

그래요,

사람들은 누구나가 다 편하게 살려고 하지 않는가요?

아니면 내가 게으르게 산다는 뜻인가요?

 

스스로의 편을 들어서 팔을 안으로만 굽게 하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난 게으른 인간은 아니오,

너무 부지런해서 힘 들고 궂은 일들만 도맡아서 하고 생색나지 않은 짓들만 골라서 한 듯헤서

요즘은 오히려 지나온 인생을 한 번쯤 후회해볼까도 생각중이랍니다...

 

후회같은 것은 내 취향도 아닐뿐더러 애써 후회 같은 짓들은 해본 적도 없지만

지나간 시간에 얽매이지는 않는 사람이라 더 그런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수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살고

제각각 취향이나 성향 주관이 다 다른 인간들이 뒤엉켜 살고 있겠지요,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기에 위태위태 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어울려 살아가는 것 아닌가요?

 

쉽게 사는 것

편하게 사는 것

그게 약삭빠르고 추한 처세술 같은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 말은 어리석었고 순하게만 살려고 했었지

쉽고 편하게 사는 길을 일부러라도 외면하듯 살아왔다는 뜻도 됩니다.

 

당신은 살면서 가위 바위 보를 몇 번이나 해 보셨던가요?

절제절명(?)의 벼랑 끝에서 가위 바위 보를 해 본 적이 있는지요?

그래서 만약 졌다면 꺠끗이 승복했는지 아니면 묵 찌 빠 까지 있다고 떼를 썼던 것은 아닌지

그러고도 또 지고나서 삼 세 판을 들먹이진 않았던 것인지...

 

난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좀처럼 지지 않았지만

만약 승부에 졌다고 해도 묵 찌 빠를 다시 들먹이거나 삼 세 판을 하자고 떼 쓰는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나의 상대가 그런 떼를 쓴다면 받아들이기는 했었소...

 

그래서 승자가 처음의 정당한 승부를 가린 사람과 정반대의 결과로 바뀐 적도 있었소만

그 또한 스스로가 선택하고 인정한 것이었으면 받아들여야하지 않겠소...

 

작년 고향 친구가 하던 사업체를 부도로 잃고

가족이 길거리로 내몰리게된 적이 있었습니다.

한 떄 잘 나가던 친구였었는데 어쩌다 그 지경까지 가게된 것인지

자신도 얼떨결에 당한 듯한 황당한 표정인 것을 곁에서 보고있었던 사람들이야  더욱 더 모를 수밖에...  

 

그는 친구들이나 주위에도 두루 좋은 사람이었고 대인관계 또한 상당히 원만한 사람이었소,

술자리에선 언제나 먼저 계산하는 사람이었고 동창회장도 맡아서 훌륭하게 치뤄내던 사업가이기도 햇었습니다.

 

거래처 재료값은 언제나 먼저 지불했었으며 공사비는 어음이나 나중에 받기만 하고...

 

한데 그는 처세술이 부족했다고 나중에 부도가 난 후 우연히 만난 술자리에서 후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흥에 겨운 술자리를 피하고 오히려 손바닥이라도 부비며

거래업체 직원들에게 접대나 하고 돈이나 찔러주고 했었다면...이라는 자책같은 후회를 했었습니다.

 

편하게 산다는 것

쉽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는 내가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했던 당신은 나보다 더 편하고 약삭빠르게 사는 사람 아닌가요?

지금의 당신 자리와 위치를 한번만 돌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어디에 있고 당신은 어디에 있는지를요...

스스로의 판단을 상대방의  지금 인생에다 함부로 끼워넣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그 친구가 그러던군요,

앞으로는 올바르게 살지만은 않겠디고요..

 

글쎼,

똑바르고 선하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결과는 언제나 승자 또는 최후까지 남아있는 자의 몫이라고 하더군요...

 

난 승자의 삶을 살고있지도 못하지만

앞으로는 당신 말대로 쉽고 편하게는 한번쯤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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